우에노역에서 나리타공항 제1터미널까지, 익숙한 귀환의 동선 출근 시간대 인파를 몇 번이나 흘려보내고 나서야, 우리는 겨우 우에노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캐리어를 끌고 평일 아침 전철을 탄다는 것이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지, 이번에도 몸으로 다시 한 번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에노역에 발을 딛는 순간만큼은 묘하게 마음이 놓였다. 이제 정말 마지막 단계에 들어왔다는 신호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우에노역에 도착하면 늘 같은 순서로 움직이게 ...
둘째 날은 드디어 도쿄를 벗어나 사이타마로 넘어가는 일정이라, 아침부터 마음이 바빴다. 전날 밤 늦게 미나미센쥬에 도착해 첫 끼를 먹고 숙소에 들어갔지만, 오늘은 ‘공연이 있는 곳’으로 정확히 도착해야 하는 날이었고, 목적지는 구키역(久喜駅) 근처, 그리고 그 다음은 아리오 와시노미야였다. 도쿄 안에서 움직일 때는 “어차피 어디서든 전철만 타면 된다”는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데, 도쿄 밖으로 나가는 순간부터는 그 여유가 확 줄어든다. 한 번만 삐끗해도 ...
입국 절차를 마치고 제3터미널 밖으로 나서자, 공항 특유의 넓고 텅 빈 공간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잠시 숨을 고를 법도 했지만,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멈추지 않았다. 공항에 오래 머무르는 순간, 여행의 속도가 느려진다는 걸 이미 여러 번 경험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망설임 없이 바로 도심으로 향하기로 했다. 나리타 공항 제3터미널에서는 스카이라이너를 바로 탈 수 없다. 터미널 앞에서 무료 셔틀버스를 타고 제2터미널로 ...
나리타 공항 제3터미널에서 우에노까지 입국심사를 마치고 위탁 수하물까지 모두 찾아 나오자, 이제야 비로소 이번 여행이 실제로 시작된다는 감각이 들었다. 공항이라는 공간은 언제나 그렇듯, ‘도착’과 ‘출발’이 동시에 겹쳐 있는 장소인데, 그중에서도 나리타 공항 제3터미널은 유독 현실적인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규모가 작고, 구조가 단순하고, 화려한 연출이나 여백 같은 것은 거의 없는 공간. 제1터미널이나 제2터미널이 “국제공항”이라는 단어에 어울리는 공간이라면, 제3터미널은 말 그대로 이동을 ...
요코하마에서의 일정이 모두 마무리되고,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인 하네다 공항으로 향하는 시간이 찾아왔다. 숙소가 위치한 쓰루미 일대는 요코하마 중심부와 도쿄를 잇는 교통의 요충지로, 여행의 시작과 끝을 정리하기에 더없이 적절한 위치였다. 쓰루미역에서 전철에 몸을 싣는 순간, 그동안 이어졌던 일정의 밀도와 감정이 서서히 정리되기 시작했다. 이제 목적지는 하네다 공항 제3터미널. 여행이 끝난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만드는 이동이었다. 쓰루미역에서 하네다 공항으로, 가장 현실적인 선택 쓰루미역에서 ...
우에노역 근처의 작은 식당에서 시간을 보내던 우리는 결국 새해 아침을 맞이하게 되었다. 알람을 맞추고 일어난 아침이 아니라, 밤을 통째로 넘긴 끝에 자연스럽게 맞이한 아침이었기에 몸 상태는 말 그대로 최악에 가까웠다. 그래도 이상하게 기분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연말과 연초를 잇는 이 시간 자체가 이번 여행의 연장선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새벽이 지나고 첫차가 다니기 시작할 무렵, 함께 동행했던 일본인 친구는 먼저 집으로 돌아갔다. ...
나리타 공항에 입국하자마자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스카이라이너 탑승장이었다. 도쿄 도심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가장 익숙한 선택지였고, 이전 여행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우에노까지 이동했었기에 이번에도 큰 고민 없이 같은 루트를 선택했다. 미리 클룩(KLOOK)을 통해 스카이라이너 티켓을 구매해 둔 상태였고, 공항에서 실물 티켓으로 교환한 뒤 바로 열차에 탑승할 계획이었다. 이 코스 자체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사람’과 ‘타이밍’이었다. 이번 여행은 필자를 ...
가마쿠라로 여행을 떠난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리는 장소가 있다. 바로 애니메이션 슬램덩크의 오프닝 장면에 등장하는, 바다를 배경으로 한 철길 건널목이다. 수십 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회자되는 그 장면은, 만화를 보지 않은 사람에게도 한 번쯤은 스쳐 지나간 이미지로 남아 있을 정도로 강렬하다. 이 장면의 실제 배경이 되는 장소가 바로 가마쿠라 고교 앞 철길 건널목이다. 놀라운 점은, 이곳이 애니메이션을 위해 만들어진 세트가 ...
서울에는 독특한 도시 공간들이 몇 군데 있다. 그중에서도 경의선 책거리는 조금 특별한 장소다. 예전에 실제로 기차가 다니던 철길 위를 공원화하면서 만들어진 공간인데, 신촌에서 홍대입구역까지 이어지는 경의선숲길 구간 중에서도 ‘책’을 테마로 꾸며진 거리다. 걷다 보면 일반적인 공원이라기보다는 전시 공간에 더 가깝다. 작은 서점, 전시관, 문화 프로그램이 섞여 있고 산책로와 문화시설이 자연스럽게 이어진 구조다. 그래서 목적 없이 걷다가도 어느 순간 무언가를 구경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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