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날은 드디어 도쿄를 벗어나 사이타마로 넘어가는 일정이라, 아침부터 마음이 바빴다. 전날 밤 늦게 미나미센쥬에 도착해 첫 끼를 먹고 숙소에 들어갔지만, 오늘은 ‘공연이 있는 곳’으로 정확히 도착해야 하는 날이었고, 목적지는 구키역(久喜駅) 근처, 그리고 그 다음은 아리오 와시노미야였다.
도쿄 안에서 움직일 때는 “어차피 어디서든 전철만 타면 된다”는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데, 도쿄 밖으로 나가는 순간부터는 그 여유가 확 줄어든다. 한 번만 삐끗해도 시간과 체력이 같이 깎여나가는 걸 알기 때문에, 출발 전부터 괜히 손에 땀이 나는 느낌이랄까. 그럼에도 이번 일정은 혼자 끌고 가는 동선이 아니라, 중간에서 일본 현지 지인과 합류해 같이 이동하는 계획이 잡히면서 오히려 더 ‘정확하게 움직여야 하는 날’이 되어버렸다.


미나미센쥬역 주변에서 시간을 벌어두기
치바에서 올라오는 일본인 지인과 만나기로 한 시간까지는 약간의 여유가 있었고, 그렇다고 숙소로 다시 들어가 쉬기엔 애매한 타이밍이었다. 결국 역 주변을 천천히 한 바퀴 돌며 시간을 보내기로 했는데, 아침 이른 시간의 미나미센쥬는 생각보다 조용했고, “도쿄 안이긴 한데 도심이랑은 확실히 결이 다른 동네구나” 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쇼핑몰처럼 보이는 건물들이 눈에 띄긴 했지만 대부분 문이 닫혀 있었고, 대신 동네 마트 같은 생활형 공간이 제법 크게 자리 잡고 있어서 ‘여행자용 동네’라기보다는 ‘진짜 사람이 사는 동네’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그 와중에 사소한 필요가 생겼다. 숙소 생활을 하다 보면 꼭 한 번쯤 등장하는 그 물건, 집게.
편의점을 몇 군데 둘러봤지만 딱 우리가 원하는 형태는 없었고, 결국 마트에서 급하게 빨래집게를 사는 쪽으로 타협했는데, 이게 의외로 신의 한 수였다. 여행 중에도 요긴했고, 한국으로 돌아온 지금까지도 계속 쓰고 있으니, 여행에서 산 물건 중 ‘가성비 1등’은 사실 이런 실용템이 아닐까 싶은 순간이었다.



플랫폼에서 합류, 그리고 본격적인 ‘같이 이동’ 모드
시간이 흐르자 지인에게 메시지가 왔다. “지금 역에 도착했으니 플랫폼으로 올라와 달라”는 짧은 안내였고, 이어서 본인이 타고 있는 호차 번호까지 콕 집어 알려줬다. 이런 게 참 일본스럽기도 하고, 동시에 정말 실용적이다. 같은 역에서 만난다고 해도 출구로 나가서 만나는 방식이 아니라, 플랫폼에서 정확히 호차를 맞춰 합류하니 시간 낭비가 거의 없다.
그렇게 우리는 플랫폼에서 바로 합류했고, 그 순간부터 오늘의 동선은 ‘길 찾기’가 아니라 ‘동행’이 됐다. 전철을 타고 달리는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가 이어졌고, 사이타마로 넘어가며 풍경이 바뀌는 순간에는 지인이 “이쪽이 ‘짱구는 못말려’ 배경으로도 자주 언급되는 지역”이라는 식으로 설명을 곁들여줬다. 지도가 아니라 사람의 말로 지역을 듣는 순간, 이동이 그냥 이동이 아니라 ‘지나가는 여행’이 되는 느낌이 있다.


기타센쥬 환승…까지는 좋았는데, 오늘의 변수는 ‘착각’이었다
원래 계획만 놓고 보면 미나미센쥬에서 기타센쥬로 이동해, 구키 방향 열차로 환승하면 되는 비교적 단순한 구조였다. 문제는 여기서부터였다. 다 같이 움직이는데도 ‘착각’이 한 번 섞이면, 그 뒤로는 도미노처럼 경로가 꼬이기 시작한다. 우리가 탔던 열차, 우리가 내린 역, 우리가 다시 올라탄 플랫폼… 그 모든 게 “대충 이쪽이겠지”로 움직이기 시작하는 순간, 목적지는 점점 멀어지는 기분이 든다.
결국 팔자에도 없던 미나미쿠리하시역(南栗橋駅)을 거쳐, 쿠리하시역(栗橋駅)까지 가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아, 오늘은 구키역을 정면으로 찍고 들어가는 날이 아니라, 우회해서 도착하는 날이구나” 하는 체념 비슷한 감정이 스쳤다. 신기한 건, 당황은 했는데 크게 흔들리진 않았다는 점이다. 이미 아침부터 ‘일찍 출발해서 시간을 벌어두자’는 전략을 써둔 덕분에, 이렇게 한 번 꼬여도 완전히 무너질 정도는 아니었고, 그래서 오히려 ‘여행에서만 나오는 우회 루트’가 하나 더 생겼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히가시와시노미야에서 택시로 마무리, 결국 목적지는 ‘시간 안에’
결국 우리는 구키역에 바로 내리기 직전, 한 정거장 앞인 히가시와시노미야(東鷲宮駅)에서 내려 택시로 아리오 와시노미야로 향했다. 여기서 느낀 건, 일본 전철 이동은 잘만 하면 깔끔하지만, 한 번 틀어지면 ‘정확한 복구’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 복구를 전철로 끝까지 하려고 하면 시간이 더 갈려나갈 수도 있는데, 이럴 때 택시를 섞으면 오히려 전체 일정이 안정된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결국 ‘공연이 열리는 장소’였고, 목표는 언제나 그 한 가지다. 길을 조금 헤매도, 노선을 한 번 잘못 타도, 최종적으로 제시간에 도착하면 그날은 성공이다. 그리고 오늘은, 과정이 험난했지만 결론은 성공이었다.
📌 미나미센쥬역(南千住駅)
- 📍 주소 : 4 Chome Minamisenju, Arakawa City, Tokyo 116-0003
- 📞 전화번호 : +81-3-3807-2922
- 🌐 홈페이지 : https://www.jreast.co.jp/estation/station/info.aspx?StationCd=1487
📌 구키역(久喜駅)
- 📍 주소: 埼玉県久喜市久喜中央 (Kuki Chuo, Kuki-shi, Saitama)
- 📞 전화번호: 0480-21-0007(역 대표 번호로 안내되는 경우가 많음)
- 🌐 홈페이지: JR동일본 역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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