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트롯걸즈재팬 1st 콘서트 앵콜 ‘돌아와요 부산항에’ 성료
2024년 11월 17일, 서울 이화여대 삼성홀은 이른 시간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다. 공연 시작 훨씬 전부터 객석 주변에는 공연을 기다리는 관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고, 로비 곳곳에서는 이미 공연의 여운을 예감한 듯한 대화가 오갔다. 이곳에 모인 관객들은 단순히 ‘한 번 더 보는 공연’을 기대한 것이 아니었다. 첫 단독 콘서트 이후 다시 마련된 앵콜 무대라는 점에서, 이번 공연은 이미 한 차례 형성된 감정과 기억을 다시 확인하고 확장하는 자리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2024 트롯걸즈재팬 1st 콘서트 앵콜: 돌아와요 부산항에’라는 제목은 그 자체로 이번 무대의 성격을 설명한다. 한일 음악 교류의 상징적 곡으로 자주 언급되어온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전면에 내세운 이 공연은, 단순한 히트곡 재현이 아니라 음악을 매개로 한 문화적 왕복을 상징하는 무대였다. 일본 출신 멤버들이 한국 트로트를 중심으로 무대에 오르고, 그 노래를 한국 관객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함께 부르는 풍경은, 이미 이 공연이 단순한 콘서트를 넘어 하나의 ‘사건’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장르의 경계를 넘는 팀, 트롯걸즈재팬의 정체성
트롯걸즈재팬의 무대는 특정 장르의 재현에 머물지 않는다. 일본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멤버들로 구성된 이 팀은, 트로트를 중심에 두되 엔카와 J-POP의 정서를 자연스럽게 오가며 자신들만의 색을 만들어왔다. 이번 앵콜 공연에서도 이러한 팀 컬러는 더욱 분명해졌다. 단순히 한국 트로트를 ‘잘 부르는 일본 팀’이라는 설명으로는 담아내기 어려운, 장르 혼합형 공연의 완성도가 눈에 띄었다.
선곡은 세대 간 간극을 의식적으로 좁히는 방향으로 구성됐다. 중장년 관객에게는 익숙한 멜로디가 안정감을 주었고, 젊은 관객에게는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오는 ‘뉴트로’적 매력이 작용했다. 무대 구성 역시 화려한 장치보다 가창력과 호흡에 무게를 두었고, 멤버 간의 균형이 무너지지 않도록 세심하게 조율된 인상이 강했다. 이는 트롯걸즈재팬이 단발성 프로젝트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공연 포맷을 염두에 두고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팀의 균형을 완성하는 존재, 카노우 미유
이번 공연에서 화제의 중심에 선 인물은 단연 카노우 미유였다. 다만 그녀의 존재감은 팀의 균형을 흔드는 방식이 아니라, 오히려 전체 무대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쪽에 가까웠다. 무대 위에서 그녀가 보여준 태도는 과도한 자기 과시가 아닌, 팀 안에서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인식한 안정감이었다.
카노우 미유의 음색은 맑고 정돈되어 있다. 트로트 특유의 감정을 표현하면서도, 지나치게 과거의 방식에 기대지 않는다. 이 점이 한국 관객에게는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녀의 목소리는 팀 전체의 하모니에 세련된 질감을 더했고, 그 결과 무대는 한층 가벼우면서도 현대적인 인상을 띠게 됐다. 특히 MZ세대 관객층의 반응은 인상적이었다. 카노우 미유가 보여준 ‘뉴트로 감성’은 트로트라는 장르가 특정 세대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을 자연스럽게 설득해냈다.


두 차례 공연, 그리고 하나의 흐름
이날 공연은 오후 3시와 7시,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두 회차 모두 객석은 빠르게 채워졌고, 공연이 시작되자 관객들의 반응은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곡이 이어질수록 박수와 환호는 자연스러운 흐름이 되었고, 특정 구간에서는 관객들의 떼창이 무대를 채웠다. 이 장면은 준비된 연출이라기보다는, 이미 공연과 관객 사이에 형성된 신뢰의 결과에 가까웠다.
인터파크 티켓 매진 사례는 이러한 현상을 수치로도 증명한다. ‘트롯걸즈재팬’이라는 이름 아래 형성된 이 흐름은 단순한 호기심이나 일회성 관심을 넘어, 반복 가능한 공연 소비층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특히 앵콜 공연이라는 특성상, 이미 한 차례 공연을 경험한 관객들이 다시 같은 무대를 찾았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이는 이번 공연이 단순한 성공이 아니라, 지속 가능성의 가능성을 확인한 자리였음을 시사한다.

‘돌아와요 부산항에’가 가진 상징성
이번 공연의 제목이자 핵심 메시지인 ‘돌아와요 부산항에’는, 단순한 레퍼토리를 넘어 공연 전체를 관통하는 상징으로 작용했다. 이 곡은 오랫동안 한일 양국에서 공유되어온 기억과 감정을 담고 있는 노래다. 일본 출신 멤버들이 이 곡을 무대에서 소화하고, 한국 관객이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장면은, 음악이 국경을 넘어 작동하는 방식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이 장면에서 중요한 건, 이 곡이 ‘화해’나 ‘교류’를 선언적으로 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신, 공연이라는 가장 일상적인 문화 소비의 형태 안에서 조용히 공감을 만들어낸다. 이것이 이번 앵콜 공연이 가진 가장 큰 미덕이었다.

한일 대중문화 협력의 현재를 보여준 무대
‘2024 트롯걸즈재팬 1st 콘서트 앵콜: 돌아와요 부산항에’는 하나의 공연을 넘어, 현재 진행 중인 한일 대중문화 협력의 한 단면을 보여줬다. 이 무대는 거창한 메시지를 앞세우지 않았지만, 관객과 무대 사이에 형성된 자연스러운 교감을 통해 “음악에는 국경이 없다”는 명제를 실감나게 증명했다.
트롯걸즈재팬의 행보는 이제 막 첫 단계를 넘어선 시점이다. 하지만 이번 앵콜 공연은 분명한 신호를 남겼다. 언어와 출신이 다른 아티스트들이 하나의 무대를 통해 공감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공감이 반복 가능한 공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울려 퍼진 박수와 떼창은, 단순한 팬심을 넘어 하나의 문화적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이번 공연이 남긴 여운은, 트롯걸즈재팬의 다음 행보를 자연스럽게 기다리게 만든다. 그 기대감 자체가, 이 공연이 성공적으로 ‘기록’되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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