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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여행 — 이케부쿠로 공원 ‘도시마 구립 이케부쿠로 공원’

숙소에서 나와 다시 시작된 오후

숙소에서 잠시 쉬면서 짐을 정리한 뒤 다시 밖으로 나왔다. 공항에서 밤을 보내고 이동을 이어온 상황이었기 때문에 체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지만, 그래도 잠깐 쉬고 나니 조금은 몸이 회복된 느낌이었다. 다시 이케부쿠로역 쪽으로 이동하면서 오후 일정을 이어갈 생각이었다.

숙소가 있는 곳은 이케부쿠로역 북서쪽 주택가라서, 역 방향으로 걸어가려면 골목을 조금 지나야 했다. 주변은 번화가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라 비교적 조용한 분위기였다. 주택과 작은 건물들이 이어져 있는 동네였고, 여행객보다는 지역 주민들이 더 많이 보이는 공간이었다.

숙소에서 잠시 쉬었다가 다시 밖으로 나왔다. 본격적으로 이동하기 전에 숙소 바로 앞에 있던 자판기에서 음료를 하나 살까 하다가, 자판기에 그려져 있던 피카츄 그림이 눈에 띄어서 사진을 한 장 찍고 있었다. 일본에서는 캐릭터가 들어간 자판기를 종종 볼 수 있는데, 익숙한 포켓몬 캐릭터가 그려져 있는 모습이 재미있어서 잠깐 멈춰서 사진을 남기고 있던 순간이었다.

그때 한 사람이 다가와 말을 걸어왔다. 처음에는 그냥 지나갈까 잠깐 고민하기도 했다. 여행을 하다 보면 낯선 사람이 말을 걸어오는 상황이 가끔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상대가 “역까지 같이 가면서 이야기 좀 들어줄 수 있냐”고 해서 잠깐 멈춰서 이야기를 하게 됐다.

외국인인데 괜찮겠냐고 물어보니 영어를 조금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일본어와 짧은 영어로 대화를 이어가게 됐다.


공원으로 이어진 짧은 산책

처음에는 역 방향으로 걸어가면서 잠깐 이야기만 나누고 헤어질 생각이었다. 그런데 대화를 하다 보니 상대의 상태가 조금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눈을 보니 초점이 조금 풀려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마음의 병이 있어서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면 조금 나아지는 느낌이 든다는 말을 했다. 그래서 잠깐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나니 그냥 지나가기보다는 잠깐 이야기를 들어주는 정도는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화를 하면서 나는 그래도 집에만 있지 않고 밖에 나와서 사람을 만나려고 하는 건 좋은 것 같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일본에서는 히키코모리처럼 오랫동안 집 안에만 머무르는 경우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밖에 나와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구하려는 모습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래 가던 방향에서 조금 벗어나서 같이 걸어가게 됐다. 상대는 자신이 사는 동네에 있는 공원을 보여주겠다면서 그쪽으로 가자고 했다. 그렇게 몇 분 정도 걸어가다 보니 작은 공원이 하나 나타났다. 그곳이 “豊島区立池袋公園”이었다.

이케부쿠로라는 번화가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이런 동네 공원도 있다는 것이 조금 의외라는 느낌도 들었다.


오래된 동네 공원의 분위기

공원에 들어가 보니 규모가 아주 큰 공원은 아니었다. 지역 주민들이 잠깐 쉬거나 산책을 할 수 있는 동네 공원 정도의 크기였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공원 바닥이 흙으로 되어 있었다는 점이었다. 요즘 한국에서는 공원 바닥이 대부분 고무 매트나 포장된 형태로 바뀐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렇게 흙바닥으로 된 공원을 보는 것이 오히려 조금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동시에 어릴 때 동네 공원에서 놀던 기억이 떠오르는 풍경이기도 했다. 흙바닥과 작은 놀이터, 그리고 벤치가 몇 개 놓여 있는 공간. 특별한 시설은 없었지만 오히려 그런 단순한 풍경이 더 익숙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도쿄 같은 대도시에서도 이런 동네 공원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다는 점이 조금 인상적으로 느껴졌다.


유카리와 나눴던 짧은 대화

공원 벤치에 잠깐 앉아서 이야기를 조금 더 나누게 됐다. 상대의 이름은 유카리(Yukari)라고 했다. 이케부쿠로 근처에서 살고 있다고 했다. 대화는 길지 않았다.

처음에는 일본어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간단한 일본어로는 어느 정도 대화가 이어졌지만, 서로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부분이 생기면 중간중간 영어로 바꿔가면서 대화를 이어가게 됐다. 완전히 자연스럽게 소통되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일본어와 영어를 섞어가며 기본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정도는 충분히 가능했다.

그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조금 나누면서 잠깐 시간을 보내게 됐다. 여행을 하다 보면 이렇게 예상하지 못한 사람을 만나게 되는 순간이 가끔 생긴다. 계획했던 일정과는 전혀 상관없는 만남이지만, 여행 중에는 오히려 그런 순간이 더 기억에 남는 경우도 있다.

이케부쿠로 공원에서 잠깐 이야기를 나눴던 시간도 그런 기억 중 하나가 됐다. 특별한 관광지는 아니었지만, 그곳에서 짧은 대화를 나누었던 경험 자체가 하나의 작은 여행 장면으로 남게 됐다.


📌 豊島区立池袋公園 (Toshima City Ikebukuro Park)

  • 📍 주소 : 3 Chome-28 Ikebukuro, Toshima City, Tokyo, Japan
  • 📞 전화번호 : +81-3-3981-1111 (도시마구청)
  • 🌐 홈페이지 : https://www.city.toshima.lg.jp
  • 🕒 이용시간 : 24시간 개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