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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오 여행 — 유네스코 유산 “세인트 폴 대성당”

아래에서부터 위까지 이어지는 긴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서 자연스럽게 이 공간을 체험하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 계단이 생각보다 여유로운 공간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날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계단을 점유하고 있었고, 올라가는 사람과 내려오는 사람이 계속 교차하면서 이동 흐름이 꽤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세나도 광장에서 이어지는 흐름, 그리고 도착하는 한 장면”

마카오 반도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세나도 광장에서 북서쪽 방향으로 길을 잡고 걸어가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길 찾기를 고민할 필요가 없어지는 구간이 나온다. 처음에는 그냥 관광객이 많은 골목처럼 느껴지는데, 조금 더 들어가면 길 양쪽으로 육포 가게들이 줄지어 등장하고, 사람들 이동 방향이 전부 같은 쪽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게 된다. 지도 없이도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냥 흐름에 몸을 맡기면 된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세나도 광장을 지나 웡치케이에서 식사를 마친 뒤, 자연스럽게 사람들 흐름을 따라 올라가기 시작했다. 속도를 내서 걷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고, 앞사람 걸음에 맞춰 천천히 이동하는 느낌이었다. 길 자체는 복잡하지 않지만, 사람 밀도가 상당해서 한 방향으로 천천히 밀려 올라가는 구조다. 그렇게 몇 분 정도 걸었을까, 갑자기 시야가 트이면서 계단과 그 위에 서 있는 거대한 외벽이 한 번에 들어왔다.

그게 바로 세인트 폴 대성당 유적이다.

사진으로는 이미 수없이 봤던 장면인데, 실제로 보면 생각보다 훨씬 입체적으로 느껴진다.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보는 구조 자체가 강하게 설계되어 있어서, 시선이 자연스럽게 위쪽으로 끌려 올라간다. 계단 아래에 서 있는 사람들, 그 위에 겹겹이 쌓인 인파, 그리고 그 뒤에 서 있는 외벽까지 하나의 장면처럼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계단 아래에서 한 번 멈춘다. 사진을 찍거나, 잠깐 서서 위를 올려다보는 행동을 반복한다. 이 공간 자체가 이미 하나의 완성된 관광 포인트다.


“성당이 아니라 ‘유적’이라는 사실을 체감하는 순간”

이곳을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성당이네?”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계단을 올라가면서, 그리고 가까이 다가갈수록 이 공간이 일반적인 건물이 아니라는 걸 점점 느끼게 된다.

세인트 폴 대성당은 현재 ‘대성당’이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성당의 정면 외벽만 남아 있는 상태다. 처음에는 하나의 완전한 건물처럼 보이지만, 계단을 올라가서 옆으로 조금만 이동해 보면 뒤쪽이 완전히 비어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마치 영화 세트처럼 정면만 남겨진 구조다. 그래서 사진으로 보는 것과 실제 경험이 미묘하게 다르다. 사진에서는 완전한 건물처럼 보이지만, 현장에서는 ‘남겨진 흔적’이라는 느낌이 더 강하다.

이 건물은 1582년부터 약 10년에 걸쳐 건설된 성당으로, 당시 기준으로 아시아 최대 규모의 유럽식 성당이었다고 한다. 마카오가 포르투갈 식민지였던 시기였기 때문에, 유럽 건축 양식이 그대로 반영된 상징적인 건물이었다. 하지만 이후 여러 차례 화재를 겪었고, 1835년에 발생한 대형 화재로 인해 건물 대부분이 소실되었다. 그 이후로 복구되지 못한 채 지금의 형태로 남게 된 것이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이 외벽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시간 속에서 살아남은 일부다. 오히려 완전한 상태로 남아 있는 건물보다 더 강한 인상을 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계단 위에서 느껴지는 현실적인 밀도”

세인트 폴 유적의 핵심은 계단이다.

아래에서부터 위까지 이어지는 긴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서 자연스럽게 이 공간을 체험하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 계단이 생각보다 여유로운 공간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날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계단을 점유하고 있었고, 올라가는 사람과 내려오는 사람이 계속 교차하면서 이동 흐름이 꽤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 계단에 앉아서 쉬는 사람, 단체 관광객까지 모두 섞여 있다 보니, 이동 속도는 자연스럽게 느려질 수밖에 없다. 그냥 앞사람 속도에 맞춰서 천천히 올라가는 구조다.

그렇다고 해서 불편함이 크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워낙 이 장소 자체가 ‘그 장면’을 보기 위해 오는 곳이다 보니, 어느 정도의 혼잡함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오히려 그 인파 자체가 이 장소의 인기와 상징성을 보여주는 요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가까이서 보면 더 흥미로운 외벽”

계단을 다 올라가서 외벽 바로 앞까지 가면, 처음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 든다.

멀리서 보면 그냥 하나의 거대한 벽처럼 보이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굉장히 디테일이 살아 있는 구조라는 걸 알 수 있다. 성모 마리아상, 천사, 십자가 같은 전형적인 기독교 상징은 물론이고, 용이나 사자 같은 동양적인 요소도 함께 섞여 있다. 포르투갈 범선이나 일본 국화 문양 같은 것도 확인할 수 있다.

이게 꽤 흥미로운 포인트다. 단순히 유럽식 성당이 아니라, 동서양 문화가 혼합된 건축물이라는 점에서 마카오라는 도시의 역사적 배경이 그대로 드러난다. 처음에는 “유명한 관광지 하나 본다”는 느낌이었는데, 막상 가까이에서 디테일을 하나씩 보게 되면 생각보다 오래 머물게 된다.


“뒤쪽 공간, 그리고 조용한 분위기”

외벽을 지나 뒤쪽으로 들어가면 분위기가 확연하게 달라진다.

앞쪽이 관광객으로 가득한 공간이라면, 뒤쪽은 훨씬 조용하고 차분하다. 성당이 있었던 터가 남아 있고, 그 아래쪽으로 내려가면 지하 공간으로 이어진다. 이곳에는 작은 박물관과 묘지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운영 시간은 요일별로 조금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입장이 가능하다. 이 날도 내려가볼까 고민을 하기는 했지만, 내부 분위기가 생각보다 엄숙해서 오래 머물지는 않았다. 관광지 특유의 활기 있는 느낌과는 완전히 다른 공기가 흐른다.

그래서 이곳은 사진을 찍기보다는, 잠깐 멈춰서 조용히 보는 공간에 가깝다.


“왜 결국 여기를 오게 되는가”

마카오에는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코타이 지역의 화려한 리조트도 있고, 다른 유적지도 많다. 그런데 그중에서 하나만 꼽으라면 대부분 이곳을 이야기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마카오를 대표하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사진으로 봤던 그 장면을 실제로 눈앞에서 확인하는 경험,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역사까지 한 번에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사람이 많고 완전히 여유로운 환경은 아니지만, 그걸 감안해도 충분히 방문할 가치가 있는 곳이다.

특히 처음 마카오를 방문했다면, 여기까지 와서 이곳을 보지 않고 가기는 조금 애매한 수준이다. 한 번쯤은 반드시 올라가게 되는 장소, 그리고 올라가고 나면 “아 이거였구나” 하고 이해하게 되는 공간이다.


📌 마카오 세인트 폴 대성당 유적

  • • 📍 주소 : Ruins of St. Paul’s, Macau
  • • 🕒 운영시간 : (수–월) 09:00 – 18:00 / (화) 09:00 – 1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