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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안 통하니까, 그림이 남았다 — 보드게임 〈스퀸트(Squint)〉

〈스퀸트〉의 기본 구조는 단순하다. 술래가 단어 카드 하나를 뽑고, 주사위를 굴린다. 주사위에 나온 숫자에 해당하는 단어를, 테이블 위에 놓인 패턴 조각 카드만을 이용해 표현해야 한다. 문제는 이 조각들이 직관적인 그림이 아니라, 애매한 선과 면, 곡선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다. 의도한 그림과 실제로 만들어진 형태 사이에는 항상 오묘한 간극이 생긴다.

여행지의 밤은 늘 애매하다. 낮에 돌아다니느라 몸은 피곤한데, 그렇다고 바로 잠들기엔 아쉽다. 수안보에 있는 호텔에서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보낸 그날 밤도 그랬다. 언어는 완벽하게 통하지 않았고, 각자 모국어도 제각각이었지만, 이상하게도 테이블 위에 보드게임 하나가 올라가자 분위기는 금방 달라졌다. 그날 밤을 끝까지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던 게임이 바로 〈스퀸트〉였다.

이 게임은 퀴즈 게임이긴 한데, 말로 설명하지 않는다. 오히려 말을 못 할수록 더 잘 맞는 게임에 가깝다. 주어진 단어를 카드 조각으로 ‘그려서’ 보여주고, 다른 사람들이 그걸 맞히는 방식이다. 종이에 펜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도 아니고, 준비된 패턴 조각만으로 형태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이 게임은 처음부터 끝까지 약간의 답답함과 웃음을 동시에 품고 간다.


설명하려고 하면 망하고, 만들면 통한다

〈스퀸트〉의 기본 구조는 단순하다. 술래가 단어 카드 하나를 뽑고, 주사위를 굴린다. 주사위에 나온 숫자에 해당하는 단어를, 테이블 위에 놓인 패턴 조각 카드만을 이용해 표현해야 한다. 문제는 이 조각들이 직관적인 그림이 아니라, 애매한 선과 면, 곡선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다. 의도한 그림과 실제로 만들어진 형태 사이에는 항상 오묘한 간극이 생긴다.

그 간극이 바로 이 게임의 핵심이다. 완벽하게 그리려 하면 오히려 아무도 못 알아본다. 반대로, “이 정도면 되겠지” 하고 던져놓은 형태에서 뜻밖의 공감이 터진다. 수안보에서 했던 그 밤도 마찬가지였다. 단어를 설명할 언어가 부족하다 보니, 모두가 더 과감해졌고, 결과적으로 더 많이 웃었다. 그림이 틀리면 틀릴수록, 오히려 정답에 가까워지는 이상한 순간들이 반복됐다.


언어의 장벽이 게임의 재미가 되는 순간

외국인 친구들과 게임을 하다 보면, 대부분의 퀴즈 게임은 중간에 힘이 빠진다. 설명이 길어지고, 단어 선택이 조심스러워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스퀸트〉는 그 반대였다. 말을 최소한으로 줄일수록, 게임은 더 잘 굴러갔다. “이게 뭐야?”라는 질문 대신,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테이블을 내려다보게 된다.

누군가는 의미 없는 조각을 쌓고 있었고, 누군가는 그걸 보며 전혀 다른 답을 외쳤다. 정답이 나오면 환호가 터지고, 엉뚱한 답이 나오면 더 크게 웃었다. 점수는 중요하지 않았고, 라운드가 몇 번째인지도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그 형태를 만들어내는 과정 자체가 밤을 길게 만들어줬다.


완성도보다 기억에 남는 게임

〈스퀸트〉는 완벽하게 설계된 전략 게임도 아니고, 치열한 승부를 가리는 게임도 아니다. 오히려 약간 허술하고, 규칙도 느슨한 편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런 게임은 시간이 지나도 기억에 남는다. “그때 그 그림 진짜 웃겼지”라는 식으로, 게임 자체보다 장면이 먼저 떠오른다.

수안보의 밤도 그렇다. 정확히 누가 이겼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테이블 위에 흩어져 있던 조각들과, 서로 알아듣지 못하면서도 동시에 웃고 있었던 분위기는 아직도 선명하다. 아마도 이 게임은 그런 순간을 만들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닐까 싶다.


잘 맞히는 게임보다, 잘 남는 게임

〈스퀸트〉는 누군가에게는 그냥 평범한 파티 게임일 수도 있다. 하지만 환경이 맞아떨어지면, 이 게임은 훌륭한 기억 생성기가 된다. 언어가 달라도, 문화가 달라도, 형태를 보고 웃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정답을 맞히는 게임이 아니라, 같은 걸 보고 있다는 감각을 공유하는 게임. 그래서 이 게임은 여행지의 밤, 조금 어색한 모임, 처음 만난 사람들과 특히 잘 어울린다.


🚩 보드게임 〈스퀸트(Squint)〉

  • 플레이 인원 : 3인 이상
  • 플레이 타임 : 약 20~30분
  • 장르 : 파티게임 / 창의력 · 시각 추리
  • 특징 : 말보다 형태, 언어 장벽을 넘는 그림 퀴즈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