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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야(渋谷・しぶや)와 시부이(渋い・しぶい)

— 화려함과 멋은 일본어에서 같은 글자에서 시작된다

처음엔 번화가 이름이었을 뿐이었다

도쿄에 처음 가면 대부분 가장 먼저 가는 곳이 시부야(渋谷・しぶや)다. 역 앞 스크램블 교차로를 한 번 건너보고, 사람 많은 풍경을 찍고, 밤이 되면 간판 불빛이 켜진 거리를 한 바퀴 돈다. 관광지라기보다 하나의 장면에 가깝다. ‘도쿄 같다’는 느낌을 가장 쉽게 얻을 수 있는 장소라서, 일정이 짧아도 대부분 한 번은 들르게 된다.

그런데 한자를 보면 조금 의외다. 渋谷. ‘떫을 삽(渋)’, ‘골짜기 곡(谷)’. 말 그대로 ‘떫은 계곡’이라는 뜻이다. 지금 모습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패션, 음악, 전광판, 광고, 사람의 흐름 같은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는데, 이름은 오히려 거칠고 소박한 자연 지형에 가깝다.

지명이라는 게 원래 그렇다. 지금의 이미지가 아니라, 처음 불리던 시기의 환경을 그대로 남긴다. 처음엔 평범한 땅이었고, 오히려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은 특징이 이름으로 굳는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서 장소의 의미는 완전히 달라진다. 지금의 시부야는 ‘떫은 계곡’이라기보다, 도쿄의 중심에 가까운 상징적인 공간이 됐다.


같은 글자에서 나온 다른 단어, 시부이(渋い)

여기서 일본어를 공부하다 보면 재미있는 연결이 하나 생긴다. 渋い(しぶい)라는 단어다.

원래 의미는 그대로 ‘떫다’다. 감이 덜 익었을 때 느껴지는 맛, 입안이 조여드는 느낌을 말한다. 그래서 처음 이 단어를 보면 긍정적인 단어로 잘 안 받아들여진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사람에게 이 표현을 쓰면 전혀 다른 의미가 된다.

渋い(しぶい) 사람이라고 하면, 화려하지 않은데 멋있는 사람을 뜻한다. 나이가 들었다는 뜻도 아니고, 무뚝뚝하다는 뜻도 아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장식은 적은데 묘하게 분위기가 있고, 오래 쌓인 취향이나 태도가 느껴지는 경우에 쓰인다. 일본에서 꽤 좋은 평가다. 오히려 멋지다는 말보다 더 깊은 쪽에 가깝다.

같은 ‘渋’인데, 한쪽은 번화가 이름이고 한쪽은 사람의 인상을 설명하는 단어가 된다.


화려함과 깊이는 다르다

여기서 조금 이해가 된다. 시부야(渋谷・しぶや)는 화려한 공간이고, 시부이(渋い・しぶい)는 화려하지 않은 멋이다. 방향이 거의 반대다. 그런데 출발은 같은 글자다.

시부야는 처음부터 화려했던 장소가 아니다. 평범한 지형에서 시작해서 사람들이 모이고 기능이 쌓이면서 지금의 이미지가 만들어졌다. 반대로 시부이라는 표현은 처음엔 긍정적 의미가 아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좋은 의미가 됐다. 둘 다 시간이 지나면서 의미가 변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래서 일본어에서 ‘멋있다’는 표현이 꼭 화려함을 의미하지 않는다. 눈에 띄는 것보다 오래 유지되는 쪽에 가깝다. 겉으로 드러나는 스타일보다 태도나 취향이 안정되어 있을 때 쓰인다. 단어 하나가 미묘한 기준을 만들어준다.


한 번 정리해두면 기억이 남는다

단어읽기기본 의미실제로 느껴지는 의미
渋谷しぶや떫은 계곡(지명)화려한 번화가, 도쿄의 상징
渋いしぶい떫다깊이 있는 멋, 오래 쌓인 분위기

발음은 같고 글자도 같지만, 하나는 장소가 되고 하나는 평가가 된다. 이 대비 때문에 단어가 오래 남는다.


실제로 이렇게 쓴다

1) 사람에게 쓰는 경우

  • あの人(ひと)は渋(しぶ)いね。
    • 저 사람 멋있다(차분하고 깊이 있는 느낌이다).
  • 彼(かれ)の服(ふく)の選(えら)び方(かた)、渋(しぶ)いなあ。
    • 저 사람 옷 고르는 취향 좋다. (튀지 않는데 멋있다)
  • 年(とし)を取(と)ってから渋(しぶ)さが出(で)てきた。
    • 나이가 들고 나서 분위기가 생겼다.

2) 취향·스타일에 쓰는 경우

  • この店(みせ)、渋(しぶ)いね。
    • 이 가게 느낌 좋다(화려하진 않은데 분위기 있다).
  • この色(いろ)はちょっと渋(しぶ)い。
    • 이 색은 좀 차분한 느낌이다.
  • 古(ふる)い時計(とけい)って渋(しぶ)くて好(す)きだ。
    • 오래된 시계는 분위기가 있어서 좋다.

3) 시부야와 같이 떠올리면 더 기억된다

  • 渋谷(しぶや)はにぎやかだけど、渋(しぶ)い店(みせ)は路地(ろじ)に多(おお)い。
    • 시부야는 번화하지만, 분위기 있는 가게는 골목에 많다.
  • 渋谷(しぶや)の夜(よる)より、渋(しぶ)いバーの方(ほう)が落(お)ち着(つ)く。
    • 시부야의 밤보다 조용한 바가 더 편하다.

그래서 공부가 이어진다

외국어 공부가 오래 가는 시점은 보통 문법을 이해했을 때가 아니라, 단어가 장면과 연결될 때다. 시부야를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시부이가 같이 떠오른다. 번화한 교차로와, 조용한 멋이라는 서로 다른 이미지가 동시에 남는다.

그래서 이 단어는 길게 외울 필요가 없다. 시부야(渋谷・しぶや)를 떠올리면, 시부이(渋い・しぶい)가 같이 떠오르면 충분하다. 단어를 하나 더 알게 되는 것보다, 단어 하나가 오래 남는 편이 공부는 더 오래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