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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주롱 새 공원 — 도시의 끝에서 만난 또 하나의 싱가포르

싱가포르 여행의 셋째 날 아침이 밝았다.

이날의 일정은 비교적 단순했다. 도심을 벗어나, 싱가포르 서부에 위치한 주롱 새 공원을 다녀오는 것. 전날까지 이어졌던 도심 중심의 이동과는 결이 다른 하루였다. 그래서인지 평소보다 조금 더 일찍 아침을 먹고 숙소를 나섰다.

싱가포르는 흔히 도시국가로만 인식되지만, 실제로는 자연을 다루는 방식이 꽤 분명한 나라다. 도심 한가운데에서도 공원과 녹지를 쉽게 찾을 수 있고, 도시 외곽으로 나가면 그 밀도가 더욱 높아진다. 주롱 지역은 그런 성격이 가장 또렷하게 드러나는 곳 중 하나다. 마리나 베이나 오차드 로드에서 느껴지는 정돈된 도시의 이미지와는 조금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주롱 새 공원은 그 주롱 지역을 대표하는 장소다.

싱가포르 도심에서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면 약 1시간 20분 정도가 걸리는 거리. 여행자에게는 결코 가볍지 않은 이동이지만, 그만큼 ‘일부러 가는 장소’라는 느낌이 분명하다.


주롱으로 향하는 이동, 그리고 작은 시행착오

주롱 새 공원으로 향하는 방법은 MRT 동서선(East West Line)을 이용하는 것이다. 초록색 라인을 타고 Boon Lay 방향으로 이동한 뒤, 역에서 내려 버스로 환승하면 공원까지 닿을 수 있다. 이론상으로는 어렵지 않지만, 실제 이동에서는 작은 착오가 생겼다.

이날은 환승 지점을 착각해 종착역인 Joo Koon까지 가버렸고, 그곳에서 한참을 헤맨 끝에 계획을 수정했다. 결국 시간을 아끼기 위해 택시를 이용해 공원으로 이동했다. 여행 중 이런 선택은 늘 고민스럽지만, 하루 일정의 밀도를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판단이었다.

싱가포르는 택시 이용이 비교적 부담스럽지 않은 편이기도 하다. 도심에서 주롱까지 택시로 이동하면 약 20분 내외. 시간과 체력을 동시에 아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날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도움이 됐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조류 공원

주롱 새 공원(Jurong Bird Park)은 1971년에 개장한 아시아 최대 규모의 조류 공원이다. 약 20만 제곱미터에 달하는 부지에 전 세계 400여 종, 5,000마리가 넘는 새들이 서식하고 있다. 숫자만 놓고 보면 감이 잘 오지 않지만, 실제로 걸어보면 이곳의 규모는 생각보다 훨씬 크다.

입장과 동시에 느껴지는 첫 인상은, 이곳이 일반적인 동물원과는 결이 다르다는 점이다. 주롱 새 공원은 ‘새를 구경하는 장소’라기보다, 새가 있는 공간 안으로 사람이 들어가는 구조에 가깝다. 일부 맹금류를 제외하면, 많은 새들이 비교적 자유로운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고, 관람객은 그 사이를 걸어 다닌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우리에 갇힌 동물을 멀리서 바라본다는 느낌보다, 숲을 걷다가 새를 마주친다는 감각이 더 강하다. 처음에는 다소 낯설고 긴장되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폭포수 새장, 가장 인상 깊었던 공간

공원 곳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여러 테마 구역을 만나게 되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은 공간은 폭포수 새장(Waterfall Aviary)이었다. 이곳은 숲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새장으로 구성된 구역이다. 입구를 지나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공간의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진다.

길 옆 나무에는 덩치 큰 새들이 아무렇지 않게 앉아 있고, 사람을 보고도 놀라거나 도망치지 않는다. 바로 옆에서 새가 물을 마시거나 날개를 정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고, 때로는 새가 사람보다 먼저 길을 차지하고 있는 장면도 마주하게 된다.

처음에는 이런 장면들이 조금 무섭게 느껴지기도 했다. 사람보다 훨씬 큰 새가 가까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 분이 지나자 그 긴장감은 금세 사라졌다. 이 공간에서는 사람이 손님이고, 새가 주인이라는 느낌이 분명하게 전해진다.

폭포수 새장이라는 이름답게, 이 구역 한가운데에는 커다란 폭포가 흐르고 있다. 물소리와 새소리가 겹쳐지면서, 이곳이 도심에서 멀지 않은 싱가포르라는 사실을 잠시 잊게 만든다. 주롱 새 공원이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싱가포르가 자연을 어떻게 전시하고 관리하는지를 보여주는 공간이라는 인상이 강하게 남았다.


생각보다 오래 머무르게 되는 곳

처음 이곳을 방문하기 전에는, “2시간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공원 내부는 생각보다 훨씬 넓고, 각 구역마다 분위기가 달라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느려진다.

공원 내에서는 열차 투어를 이용할 수 있다. 중간중간 정차하는 역에서 자유롭게 내렸다가 다시 탈 수 있는 방식인데, 전체 동선을 파악하기에는 꽤 유용하다. 이 날은 처음 한 바퀴를 열차로 둘러본 뒤, 마음에 드는 구역을 중심으로 다시 도보로 이동했다.

입장권과 열차 투어를 함께 끊었고, 싱가포르 항공권을 제시해 10% 할인을 받을 수 있었다. 할인 후 금액은 약 SGD 30 정도. 결코 저렴한 편은 아니지만, 체류 시간과 경험을 생각하면 크게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계획에 없던 점심, 앵무새와 함께

공원을 걷다 보니 어느새 점심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공원 밖으로 나가 식사를 하기에는 동선이 애매했고, 마침 지나가던 길에 ‘앵무새와의 점심식사(Lunch with Parrots)’ 프로그램이 진행 중인 공간을 발견했다.

계획에 없던 선택이었지만, 어차피 식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이왕이면 색다른 경험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가 비용은 SGD 20. 원래 가격보다 싱가포르 항공권 제시로 할인된 금액이었다.

식사는 뷔페식으로 제공된다. 솔직히 말하면 음식의 퀄리티는 기대할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음식이 아니라, 공연과 분위기다. 식사가 진행되는 동안 앵무새 공연이 이어지고, 공연이 끝난 뒤에는 앵무새와 함께 사진을 찍거나 팔에 직접 앉혀보는 체험도 가능하다.

트레이너에게 요청하면 비교적 수월하게 체험할 수 있었고, 앵무새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마주하는 경험은 생각보다 인상 깊었다. 이색적인 체험이라는 점에서, 가격에 대한 부담은 금세 잊혔다.


일정은 밀렸고, 그래도 괜찮았다

이 점심과 공연을 포함해, 주롱 새 공원에서 머문 시간은 처음 예상했던 것의 두 배를 훌쩍 넘겼다. 기념품을 둘러보고, 공연을 보고, 식사를 하다 보니 어느새 오후가 깊어 있었다.

원래는 다시 숙소로 돌아가 잠시 쉬었다가 다음 일정으로 이동할 계획이었지만, 그럴 여유는 사라졌다. 결국 바로 Boon Lay 역으로 이동해 시내로 향하는 열차에 몸을 실었다.

조금은 서둘러야 했지만, 이상하게도 아쉽다는 느낌은 크지 않았다. 주롱 새 공원에서 보낸 시간은 ‘일정을 소화했다’기보다는, 싱가포르라는 도시의 또 다른 얼굴을 한 번 제대로 보고 왔다는 감각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도심의 빌딩 숲과 쇼핑몰, 그리고 주롱의 숲과 새들. 이 두 장면이 같은 나라 안에 자연스럽게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이, 싱가포르라는 도시를 다시 보게 만들었다.


📌 장소 정보 — 주롱 새 공원 (Jurong Bird Park)

  • 📍 주소: 2 Jurong Hill, Singapore 628925
  • 📞 전화번호: +65 6269 3411
  • 🌐 홈페이지: https://www.wrs.com.sg/en/jurong-bird-park/
  • 🕒 영업시간: 08:30 – 18:00
  • 🎟 입장권 할인: 싱가포르 항공권 제시 시 일부 할인 가능
  • 🍽 앵무새와 점심식사 프로그램
    • 시간: 12:00 – 14:00
    • 가격: 성인 S$25 / 어린이 S$20 (항공권 할인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