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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관람객이 아니라 계약서로 시작된다 — 2023 서울국제트래블마트(SITM)

SITM은 바로 그 연결이 이루어지는 자리다. 한 지역 관광청이 호텔과 협력하고, 여행사가 일정을 구성하고, 해외 판매사가 유통을 맡는다. 관광객은 하나의 패키지로 인식하지만 실제로는 여러 기관의 협업 결과다.

여행 박람회라고 하면 대부분 사람들이 떠올리는 장면이 있다. 각 나라 전통의상을 입은 사람들이 기념품을 나눠주고, 관광지 사진이 붙은 부스에서 브로셔를 받아오는 그런 행사들이다. 일반 관람객에게 열려 있고, ‘구경하는 행사’에 가깝다.

그런데 서울국제트래블마트(SITM)는 그 반대편에 있는 행사다. 겉으로 보면 비슷한 관광 행사 같지만, 실제로는 관광객을 위한 행사가 아니라 관광을 만드는 사람들을 위한 행사다. 여행이 시작되기 전 단계, 즉 상품이 만들어지는 순간이 이루어지는 자리다.


코엑스가 아니라 DDP에서 열린 이유

2023년 행사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6월 20일부터 24일까지 5일간 진행되었다. 이전에는 강남 코엑스에서 열렸던 행사였는데, 장소가 바뀌면서 분위기도 꽤 달라졌다.

코엑스가 ‘전시회장’이라면 DDP는 ‘공간’에 가깝다. 곡선 구조의 건물과 넓은 동선 덕분에 행사장이 훨씬 여유롭게 느껴졌다. 실제로 참여 기업 규모는 적지 않았지만 답답함이 덜했고, 미팅 사이에 이동하는 동선도 자연스러웠다.

특히 B2B 행사에서는 공간이 꽤 중요하다. 일반 전시회에서는 부스 밀도가 높아도 상관없지만, 상담 중심 행사에서는 소음과 동선이 바로 피로도로 이어진다. 이번 DDP 행사에서는 상담 이후 내용을 정리하거나 노트북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휴식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고, 그 점이 체감상 가장 큰 차이였다.


일반인에게는 잘 보이지 않는 관광 행사

서울국제트래블마트는 일반 관람객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은 행사다. 이유는 단순하다. 핵심 프로그램이 대부분 B2B 상담이기 때문이다.

행사의 중심은 관광홍보가 아니라 상담 테이블이다. 해외 바이어와 국내 셀러가 일정표에 따라 만나고, 실제 상품 구성과 판매 조건을 논의한다. 여행사, 호텔, 지역 관광기관, 콘텐츠 기업들이 모여 계약 가능성을 타진하는 자리다.

즉 여기서 논의된 일정이 몇 달 뒤 여행상품으로 출시되고, 우리는 그 상품을 여행사 홈페이지에서 보게 된다. 관광객이 접하는 여행은 이 행사 이후의 결과물이다. 여행객은 완성된 상품만 보지만, SITM은 그 이전 단계를 보여준다.


9회차 행사, 그리고 포스트 코로나의 변화

서울국제트래블마트는 2023년 기준 9회차 행사였다. 코로나 시기에도 행사는 완전히 중단되지 않았지만, 분위기는 확실히 달랐다.

이전에는 ‘유지’에 가까웠다면 이번 행사는 ‘재시작’에 가까웠다. 해외 바이어 참여가 눈에 띄게 늘었고, 단순 교류가 아니라 실제 상품 논의가 활발했다. 여행 수요가 회복되는 시기라는 걸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었다.

행사는 크게 바이어 사전 팸투어, 개막식, 기업 상담회, 관광 홍보부스, 서울관광 세미나 순서로 진행되었다. 특히 팸투어는 해외 바이어에게 서울 관광 자원을 직접 경험하게 하는 프로그램으로, 이후 상담에서 바로 상품 구성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상담이 이루어지는 방식

현장 상담은 6월 21일과 22일 DDP 아트홀에서 진행되었고, 이후 23일과 24일에는 화상 상담이 이어졌다. 코로나 이후 만들어진 하이브리드 방식이 그대로 유지된 형태다.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상담은 생각보다 조용하다. 박람회 특유의 시끌벅적함이 없고, 오히려 비즈니스 미팅에 가깝다. 테이블마다 통역이 배치되고, 일정표에 맞춰 바이어가 이동한다. 상담 시간은 길지 않지만, 그 짧은 시간 안에 상품의 핵심을 설명해야 한다.

그래서 부스 디자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설명 방식이다. 관광지는 사진으로 홍보할 수 있지만, 상품은 일정과 가격, 운영 구조가 명확해야 한다. 실제로 많은 상담이 단순 홍보가 아니라 일정 구성과 계약 조건 협의로 이어졌다.


관광 산업이 작동하는 방식

여행은 개인 경험처럼 보이지만 산업 구조로 보면 꽤 복잡하다. 항공, 숙박, 교통, 체험 프로그램, 지역 기관이 동시에 연결되어야 하나의 상품이 만들어진다.

SITM은 바로 그 연결이 이루어지는 자리다. 한 지역 관광청이 호텔과 협력하고, 여행사가 일정을 구성하고, 해외 판매사가 유통을 맡는다. 관광객은 하나의 패키지로 인식하지만 실제로는 여러 기관의 협업 결과다.

그래서 이 행사는 관광객보다 업계 관계자에게 훨씬 중요한 행사다. 특히 해외 네트워크를 만들기 어렵던 중소 여행사에게는 거의 필수적인 자리라고 할 수 있다. 한 번의 상담이 실제 판매 계약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공간이 만들어낸 차이

DDP에서 진행된 이번 행사는 체감상 가장 편했던 행사 중 하나였다. 이전 코엑스 행사에서는 부스 간격이 좁아 상담 중 소음이 겹치거나 휴식 공간이 부족해 피로도가 높았던 기억이 있다.

반면 이번 행사에서는 상담 후 바로 옆 공간에서 정리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이동 동선도 짧았다. 상담 기록을 정리하고 다음 미팅 준비를 하는 과정까지 행사 구조 안에 포함되어 있다는 느낌이었다.

B2B 행사는 화려함보다 효율이 중요하다. 이번 행사에서는 그 부분이 확실히 개선된 모습이었다.


짧게 머물렀지만 느껴진 열기

이번 방문은 일정 때문에 오래 머물지는 못했다. 짧은 시간만 둘러봤지만, 특유의 분위기는 충분히 느껴졌다. 관광 박람회의 밝은 에너지와는 다른, 조금 더 현실적인 긴장감이다.

누군가는 다음 시즌 상품을 준비하고 있었고, 누군가는 새로운 시장 진입을 논의하고 있었다. 여행이 즐거운 기억으로 남기 전 단계에는 이렇게 많은 준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다시 체감하게 되는 자리였다.

관광은 소비의 결과로 보이지만, 그 시작은 언제나 협의와 계약이다. 서울국제트래블마트는 바로 그 출발점을 보여주는 행사였다.


📌 2023 서울국제트래블마트(SITM)

  • 📍 장소 :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 🗓 기간 : 2023년 6월 20일 – 6월 24일
  • ☎️ 문의 : 02-2152-5071 / 5072 / 5073
  • 📧 이메일 : 2023sitm@gmail.com
  • 🌐 홈페이지 : https://sitm.or.kr/fairDash.do?hl=K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