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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무타 여행 — 오무타역 기차 카페, ‘하라하모니 커피(ハラハーモニーコーヒー)’

커피는 두 잔을 주문했다. 하나는 나를 위해서였고, 다른 하나는 함께 이동한 동행을 위한 것이었다. 단순히 카페가 좋아서 두 잔을 주문했다기보다는, 이 시간을 혼자만의 기억으로 남기고 싶지 않았다는 쪽에 더 가까웠다. 여행지에서의 커피는 늘 그런 식이다. 누군가와 함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그 장소의 의미를 조금 더 또렷하게 만들어준다.

전시된 전차인 줄 알았던 그 장소

오무타역에 도착했을 때, 이곳이 여행의 한 장면이 될 거라고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특급 열차에서 내려 플랫폼을 빠져나오며 느꼈던 건, 분명히 후쿠오카 시내와는 다른 공기였다. 사람의 밀도도, 소리의 크기도, 움직임의 속도도 한 박자씩 느린 도시. 이곳에 오기 전부터 블로그를 통해 ‘역 근처에 기차를 개조한 카페가 있다’는 이야기를 접해 두긴 했지만, 그게 이렇게 자연스럽게 여행의 동선 안으로 들어올 줄은 몰랐다.

역 앞에 자리한 오래된 전차 한 량은 처음엔 정말로 전시용 차량처럼 보였다. 색이 바랜 외관, 둥근 전면 유리, 지금은 더 이상 현역에서 볼 수 없을 법한 형태. 그래서 자연스럽게 사진 몇 장만 찍고 지나칠 생각이었다. 여행 중 이런 ‘기념물 같은 전차’는 일본에서 종종 볼 수 있으니까. 그런데 사진을 찍고 난 뒤, 무심코 안쪽을 들여다보는 순간,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전차 안쪽으로 이어진 문 너머에, 분명히 사람이 있었고, 테이블이 있었고, 커피 잔이 놓여 있었다.

그제서야 알게 됐다. 이건 전시가 아니라, 카페라는 것을.


오래된 전차 안에서 마시는 커피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전차 내부는 생각보다 훨씬 잘 정돈된 공간이었다. 좌석 배치는 열차의 구조를 최대한 살린 채로 유지되어 있었고, 창가 쪽에는 바 형태의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오래된 전차 특유의 구조를 억지로 숨기지 않고, 오히려 그 자체를 분위기로 활용하고 있다는 인상이 강했다. 마치 ‘열차를 카페로 만들었다’기보다는, 열차가 스스로 카페가 된 것 같은 느낌에 가까웠다.

창밖으로는 역 앞의 풍경이 그대로 보였고, 움직이지 않는 열차 안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묘한 여유를 만들어냈다. 어디론가 향하지 않는 열차, 출발 시간도 도착 시간도 없는 공간. 그 안에서 보내는 시간은, 여행 중에서도 특히 느리게 흘러갔다.


‘204호 전차’가 이 자리에 남아 있는 이유

전차 앞에는 이 전차에 대한 설명이 적힌 안내판이 놓여 있었다. 그냥 분위기용으로 들여놓은 전차가 아니라, 실제로 오무타의 시간을 달렸던 차량이라는 사실을 이때서야 정확히 알게 되었다. 이 전차는 쇼와 18년(1943년)에 제작된 204호 전차로, 당시 간사이 지역에서 제작된 뒤 오무타로 옮겨져 운행을 시작했다고 한다. 오무타 시내 전차 노선이 활발히 운영되던 시절, 시민들의 일상적인 이동을 책임졌던 차량 중 하나였다.

이후 전차 노선이 점차 축소되고, 쇼와 50년대에 접어들며 시내 전차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과정 속에서, 204호 역시 운행을 마치게 된다. 하지만 이 전차는 폐차되지 않고, 한동안 보존된 뒤 오무타의 기억을 상징하는 존재로 다시 자리를 얻게 되었다. 단순히 ‘오래된 전차’가 아니라, 도시의 교통과 생활사를 함께 품고 있는 물건이었던 셈이다.

안내판 아래에는 과거 오무타 시내를 달리던 시절의 사진들이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전차가 지나던 거리, 사람들로 붐비던 정류장, 그리고 지금과는 전혀 다른 풍경의 도시 모습. 그 사진들을 보고 나니, 내가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는 이 공간이 갑자기 시간의 두께를 갖게 느껴졌다. 지금은 움직이지 않는 전차지만, 분명히 한때는 이 도시의 하루를 실어 나르던 존재였다는 사실이 자연스럽게 다가왔다.

그래서 이곳에서의 커피는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오무타라는 도시의 과거 위에 잠시 앉아 있는 시간처럼 느껴졌다. 달리지 않는 열차 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경험이, 오히려 여행자에게는 더 또렷한 기억으로 남는 이유도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여행지에서 이어진 뜻밖의 대화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그날 근무 중인 직원은 한 명뿐이었다. 혼자서 주문을 받고, 커피를 내리고, 공간을 정리하고 있었다. 주문을 하며 자연스럽게 말을 섞게 되었고, 내가 왜 이곳까지 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천천히 흘러나왔다. 오무타가 카노우 미유의 고향이라는 점, 팬으로서 한 번쯤은 이 도시의 공기를 직접 느껴보고 싶었다는 이야기였다.

그러자 직원은 웃으며, 자신도 특정 아이돌 그룹의 팬이라고 했다. 말로만 설명하지 않고 휴대폰을 꺼내 직접 사진을 보여주며 좋아하는 멤버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그 순간 이 공간의 공기가 조금 달라진 느낌이 들었다. 손님과 직원이 아니라, 팬과 팬이 같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잠시 시간을 나누는 장면에 가까웠다. 콘서트 이야기, 좋아하게 된 계기, 말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감정들까지도.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녀의 이름은 유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 카페에서 일하는 것과 별도로, 키츠네 노보탄(Kitsune no Botan)이라는 이름으로 개인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단순히 아르바이트로 카페에 서 있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만의 감각과 방향성을 가지고 작은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여행지에서 만난 누군가의 ‘지금’을 이렇게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되는 순간은 흔치 않다.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다 보니, 연락처도 교환하게 되었다. 특별한 약속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다음에 또 어딘가에서 마주칠 수도 있겠지”라는 정도의 여지를 남긴 연결이었다. 이후로 자주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는 아니지만, 오래된 전차 안에서 커피를 마시며 나눴던 그 대화는 이 도시를 기억하는 방식에 분명히 한 줄을 더해주었다. 여행이라는 건 결국 이런 예상 밖의 연결들로 완성되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두 잔의 커피, 그리고 머무는 시간

커피는 두 잔을 주문했다. 하나는 나를 위해서였고, 다른 하나는 함께 이동한 동행을 위한 것이었다. 단순히 카페가 좋아서 두 잔을 주문했다기보다는, 이 시간을 혼자만의 기억으로 남기고 싶지 않았다는 쪽에 더 가까웠다. 여행지에서의 커피는 늘 그런 식이다. 누군가와 함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그 장소의 의미를 조금 더 또렷하게 만들어준다.

창가 쪽에 잠시 서서 커피를 받아 들고 밖을 바라보니, 오무타의 오전은 생각보다 조용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급하게 움직이는 사람도 많지 않았고, 도시 전체가 아직 완전히 깨어나지 않은 듯한 분위기였다. 오래된 열차 안이라는 공간이 주는 안정감 덕분인지,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짧은 시간마저도 느리게 늘어나는 것처럼 느껴졌다.

사실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다면, 이 카페에 조금 더 머물고 싶었다. 열차 안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이어가고, 바깥 풍경이 조금 더 바뀌는 것까지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오무타에서의 일정은 생각보다 빡빡했고, 다음 목적지를 위해 움직여야 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었다. 결국 커피는 테이크아웃으로 들고 나올 수밖에 없었고, 그 점이 조금은 아쉽게 남았다.

그래도 짧았기에 더 선명해진 시간이었다. 오래 머물지 못했기 때문에, 오히려 이 공간은 ‘스쳐간 카페’가 아니라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남았다. 두 잔의 커피와 함께 보냈던 그 짧은 오전은, 오무타라는 도시를 처음 만난 순간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오무타라는 도시를 처음 만나는 방식

이 카페의 이름은 하라하모니 커피(ハラハーモニーコーヒー). 하모니라는 이름처럼, 열차와 커피, 여행자와 지역, 과거와 현재가 크게 어색하지 않게 섞여 있는 공간이었다. 일부러 찾아오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을 장소지만, 오무타라는 도시를 처음 만나는 방식으로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노우 미유가 어린 시절, 이 도시에서 음악을 배우며 시간을 보냈을 풍경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 것도 이곳에서였다. 이 열차를 실제로 탔을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비슷한 공기와 비슷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하루를 보내지 않았을까. 그런 상상을 하며 마시는 커피는, 맛보다도 기억으로 오래 남는다.


📌 하라하모니 커피 / ハラハモ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