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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한국 알핀로제 요들 클럽 43회 정기공연

한국 알핀로제 요들 클럽의 정기공연은 흔히 떠올리는 대학생 동아리 공연의 이미지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단순한 학내 행사나 소규모 발표회가 아니라, 오랜 전통과 명확한 정체성을 가진 공연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43회라는 숫자는 이 동아리가 얼마나 오랫동안 같은 장르를 붙잡고 이어져 왔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국 알핀로제 요들 클럽 43회 정기공연, 대학생들이 이어온 40년의 소리

요들은 흔히 알프스의 풍경과 함께 떠올려지는 음악이다. 높은 산과 초원, 멀리 울려 퍼지는 목소리. 한국에서 요들 공연을 직접 본다는 것은 여전히 낯선 경험에 가깝다. 그런 점에서 2012년 8월 18일, 여름, 서대문역 인근 NH아트홀에서 열린 한국 알핀로제 요들 클럽 제43회 정기공연은 ‘이색 공연’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은 무대였다. 더 흥미로운 점은 이 공연이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수십 년간 이어져 온 대학생 동아리 문화의 연장선에 있다는 사실이다.


1969년에서 2012년까지, 대학생들이 이어온 요들의 역사

한국 알핀로제 요들 클럽은 1969년에 창립된 이후, 1972년 제1회 발표회를 시작으로 매년 정기공연을 이어오고 있는 대학생 연합 동아리다. ‘알프스 산록에 피는 장미’라는 뜻을 지닌 알핀로제(Alpenrose)라는 이름처럼, 이들은 요들이라는 유럽의 전통 음악을 단순히 재현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젊은 세대의 감각으로 다시 불러내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이 클럽은 스위스 민요 요들을 기본으로, 유럽풍 요들, 서구 웨스턴 스타일의 요들뿐 아니라 가요와 팝송을 요들과 결합하는 시도까지 꾸준히 이어왔다. 요들이라는 장르가 가진 낯섦을 ‘전통’이라는 틀에 가두기보다는, 동시대의 음악과 연결하려는 시도였다고 볼 수 있다. 2012년 열린 이번 공연은 이러한 시도가 40년 넘게 이어져 왔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결과물이었다.


43회 정기공연, 네 개의 흐름으로 구성된 무대

이번 정기공연은 총 4부로 구성된 비교적 긴 러닝타임의 공연이었다. 단순히 요들송을 연달아 부르는 형식이 아니라, 각 파트마다 성격을 달리하며 공연의 리듬을 조절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1부는 단체 요들로 시작했다. 관객에게 ‘요들이란 무엇인가’를 비교적 정통적인 방식으로 소개하는 파트였다. 여러 명의 목소리가 동시에 울려 퍼지며 만들어내는 화음은, 요들이 가진 집단적 에너지를 직접적으로 전달했다.

2부는 분위기를 전환해 뮤지컬 형식의 무대로 구성되었다. 이야기와 대사가 결합된 이 파트는 요들 공연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에게 또 다른 접근 방식을 제시했다. 노래와 연기가 결합되며, 요들은 단순한 발성 기법이 아니라 하나의 공연 언어로 확장되었다.

3부에서는 퓨전 요들이 등장했다. 전통적인 요들에 현대적인 리듬과 편곡을 더한 이 파트는, 알핀로제가 지향해온 방향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구간이었다. 요들이 ‘과거의 음악’이 아니라 지금도 변주될 수 있는 장르임을 증명하는 무대였다.

마지막 4부는 빠른 템포의 요들로 마무리되었다. 높은 음역과 빠른 전환이 반복되는 곡들은 관객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고, 공연 전체를 에너지 있게 정리하는 역할을 했다.


‘요들만 부르는 공연’이라는 선입견을 넘어서

공연을 관통하는 인상은 분명했다. 이 무대는 단순히 요들송을 나열하는 공연이 아니었다. 각 파트는 요들이 가진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구성된 듯 보였고, 그 과정에서 공연은 자연스럽게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냈다.

특히 뮤지컬 형식의 2부는 요들이 가진 거리감을 크게 좁혔다. 노래만으로는 다가가기 어려운 장르를, 이야기와 상황을 통해 풀어냄으로써 관객의 이해를 돕는 방식이었다. 학생들로 구성된 동아리 공연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구성은 상당한 준비와 연습을 요구했을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관객층이 만든 공연장의 풍경

이날 공연장은 비교적 다양한 관객층으로 채워졌다. 대학생 동아리 공연이라는 특성상 지인과 가족, 친구들이 주를 이루었지만, 외국인 관객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요들이라는 장르가 언어적 장벽을 비교적 덜 타는 음악이라는 점은, 이 공연의 또 다른 장점으로 작용했다.

뮤지컬 형식의 파트에서는 대사가 포함되면서 이해에 어려움이 생길 수도 있었지만, 음악 자체가 주는 분위기와 에너지는 국적을 크게 가리지 않았다. 요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소리 경험’이었고, 관객은 그 소리를 통해 공연을 받아들였다.


대학생 동아리 공연이라는 이름 아래

한국 알핀로제 요들 클럽의 정기공연은 흔히 떠올리는 대학생 동아리 공연의 이미지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단순한 학내 행사나 소규모 발표회가 아니라, 오랜 전통과 명확한 정체성을 가진 공연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43회라는 숫자는 이 동아리가 얼마나 오랫동안 같은 장르를 붙잡고 이어져 왔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요들이라는 장르는 대중적인 음악과는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핀로제는 이 낯선 장르를 대학생이라는 신분으로, 그리고 동아리라는 형태로 꾸준히 이어왔다. 이 공연은 그 자체로 한국 대학 문화의 또 다른 단면을 보여주는 기록이기도 하다.


요들이 남긴 것은 소리 이상의 것이었다

공연이 끝난 뒤 남는 것은 단순한 노래의 기억만은 아니다. 알핀로제의 정기공연은 ‘요들을 들었다’는 경험을 넘어, 한국에서 어떻게 특정 장르가 세대를 거쳐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전통과 실험, 동아리와 공연, 대학 문화와 무대 예술이 한자리에 겹쳐진 순간이었다.

요들은 여전히 낯설다. 하지만 그 낯섦이야말로 이 공연의 매력이었다. 익숙하지 않기에 더 오래 기억에 남는 소리, 그리고 그 소리를 지켜온 사람들의 시간. 한국 알핀로제 요들 클럽 제43회 정기공연은 그렇게 하나의 문화적 장면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