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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다키마스(いただきます) — 식사 인사인데, 사실 음식 이야기만은 아니다

일본에서 밥을 먹는 장면을 보면 항상 아주 짧은 정지 구간이 있다. 바로 먹지 않는다. 젓가락을 들기 전에 잠깐 멈춘다. 그리고 말한다.

いただきます(이타다키마스).

처음에는 그냥 “잘 먹겠습니다”라고 이해한다. 식사 전에 하는 말이니까 그렇게 번역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그런데 이 말을 몇 번 더 듣다 보면 번역이 점점 맞지 않게 느껴진다. 식당에서만 쓰는 것도 아니고, 누가 차려준 밥이 아닐 때도 말하고, 심지어 혼자 있을 때도 말한다.

누군가에게 예의를 갖추는 인사라면 혼자 있을 때는 안 나와야 맞다. 그런데 오히려 혼자 있을 때 더 자연스럽게 나온다. 그래서 이 표현은 상대에게 건네는 말이 아니라, 자기 행동을 시작하기 위한 말에 가깝다.

말을 하고 나서 젓가락을 든다. 이 순서가 꽤 정확하게 지켜진다.

그래서 이 표현을 듣고 있으면 인사라기보다 스위치처럼 느껴진다. 이 말이 끝나야 식사가 시작된다.


‘먹는다’가 아니라 ‘받는다’라는 말

いただく(頂く・いただく)는 원래 “먹다”가 아니다. 기본 의미는 받다다. 그것도 조금 낮추어 말할 때 쓰는 표현이다. 상대에게 무엇을 받을 때 공손하게 쓰는 말이다. 그래서 いただきます를 직역하면 “먹겠습니다”보다 오히려 “받겠습니다”에 가깝다.

여기서 중요한 건 받는 대상이다. 누가 요리를 해줬을 때만 쓰는 말이 아니다. 편의점 도시락에도 쓰고, 자판기 음료에도 쓰고, 혼자 먹을 때도 말한다. 즉 특정 사람에게 하는 말이 아니다.

그러면 이 말은 누구에게 하는 걸까. 생각해 보면 음식은 누군가가 만들었든, 자연에서 왔든, 결국 내 앞에 놓인 것을 내가 받아들이는 행위다. 그래서 이 표현은 상대에게 건네는 감사가 아니라, 지금 내가 하는 행동을 의식하는 말이 된다.

먹는다는 건 너무 반복되는 일상이라 생각하지 않고 넘어가기 쉽다. 하루 세 번씩 하다 보면 그냥 동작이 된다. 그래서 오히려 일본어에서는 그 시작을 말로 한번 구분해 놓는다.

“지금부터 먹는다”를 말로 확인하는 셈이다.


그래서 ‘고맙습니다’와 다르게 남는다

ありがとう(아리가토)는 누군가의 행동에 대한 반응이다. 상대가 있어야 자연스럽다. 반대로 いただきます는 상대가 없어도 성립한다. 혼자 먹을 때도 어색하지 않다.

이 차이가 이 단어를 기억에 남게 만든다. 감사 표현은 상황이 있어야 나오지만, 이 표현은 행동이 있으면 나온다. 그래서 일본어를 오래 듣다 보면 이 말이 특별한 표현이라기보다 생활의 일부처럼 들리게 된다.

외국어 단어가 오래 기억되는 경우는 뜻이 쉬워서가 아니라 행동과 연결될 때다. 이타다키마스는 외우지 않아도 남는다. 식사를 시작할 때마다 반복되기 때문이다.


시작과 끝을 나누는 말

이 표현은 보통 하나와 같이 기억된다.

ごちそうさまでした(고치소사마데시타).

식사가 끝나면 자연스럽게 나온다. 맛있었는지와 크게 상관없다. 평가가 아니라 마무리에 가깝다. 그래서 둘을 같이 보면 음식에 대한 인사라기보다, 행동의 시작과 종료를 구분하는 말처럼 보인다.

표현읽기보통 번역실제 느낌
いただきます이타다키마스잘 먹겠습니다식사를 시작합니다
ごちそうさまでした고치소사마데시타잘 먹었습니다식사를 마칩니다

이렇게 이해하면 왜 편의점 음식에도 말하는지 자연스럽다. 요리의 가치에 대한 말이 아니라, 먹는 행위 자체에 대한 말이기 때문이다.


예문으로 보면 더 자연스럽다

  • いただきます。
    • 잘 먹겠습니다.
  • 手(て)を合(あ)わせて、いただきますと言(い)った。
    • 손을 모으고 이타다키마스라고 말했다.
  • もう食(た)べていい?
    • 이제 먹어도 돼?
  • うん、いただきます。
    • 응, 잘 먹겠습니다.
  • ごちそうさまでした。
    • 잘 먹었습니다.

그래서 번역이 자꾸 짧아진다

이 표현을 “잘 먹겠습니다”라고 외우면 맞긴 맞다. 하지만 설명은 줄어든다. 이 말은 음식의 맛에 대한 표현도 아니고, 상대에게 하는 예의 표현도 아니다. 행동을 그냥 넘기지 않기 위한 말에 가깝다.

먹는다는 건 가장 익숙한 행동이라 특별하게 느끼기 어렵다. 그래서 말로 한 번 멈춘다. 그 짧은 한마디가 식사의 시작이 된다.

결국 いただきます는 식사 예절이라기보다 지금 하는 일을 인식하는 방식에 가까운 표현이다.

번역으로 이해하면 외워야 하는 단어가 되고, 의미로 이해하면 계속 남는 말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