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WL Magzine Korea

스미마센(すみません) — 사과 같지만, 사실은 말을 시작하는 방식에 가까운 말

처음에는 ‘죄송합니다’로 이해한다

일본에 가면 가장 먼저 귀에 익는 단어 중 하나가 すみません(스미마센)이다. 길을 물어볼 때도 들리고, 식당에서 직원을 부를 때도 들리고, 계산대 앞에서도 계속 들린다. 처음에는 자연스럽게 “죄송합니다”라고 이해한다. 사과 표현으로 배우니까 그렇게 받아들이는 게 가장 편하다.

그런데 하루 정도만 지나면 번역이 맞지 않게 느껴진다. 아무도 실수하지 않았는데도 계속 등장하고, 오히려 평범한 상황에서 더 자주 나온다. 사과라면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이유 없이 반복된다. 그래서 이 시점부터 이 말은 미안하다는 뜻이라기보다, 말을 꺼내기 전에 붙는 준비 동작처럼 들리기 시작한다.


말을 걸기 전에 거리를 맞추는 말

가게에서 직원을 부르면 직원이 다가오면서 먼저 “すみません”이라고 말한다. 내가 불렀는데 상대가 사과를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바뀐다. 잘못을 인정하는 말이 아니라, 대화를 시작하기 전에 서로의 거리를 조절하는 신호처럼 보인다.

그래서 일본어에서는 본론이 바로 나오지 않는다.

  • すみません、注文(ちゅうもん)いいですか。
  • 저기요, 주문해도 될까요.

여기서 핵심은 주문이 아니라 그 앞에 붙은 한마디다. 상대의 시간을 잠깐 사용해도 되는지 먼저 확인하는 과정이 들어가고, 그 역할을 이 표현이 맡는다. 내용보다 접근 방식이 먼저 나오는 구조다.


길을 물을 때 계속 들리는 이유

길에서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걸 때도 거의 항상 이 단어로 시작한다. 질문 자체는 간단한데도 바로 묻지 않는다. 먼저 멈추고, 그 다음에 질문이 이어진다.

  • すみません、駅(えき)はどこですか。
  • 실례합니다, 역이 어디인가요.

이 표현을 빼고 바로 질문하면 의미는 통하지만 느낌이 달라진다. 질문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상대에게 말을 걸고 있다는 걸 먼저 표시하는 과정이 빠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미마센은 질문의 일부가 아니라, 말을 시작하기 위한 공간을 만드는 말처럼 들린다.


감사 상황에서 더 분명해진다

이 단어를 이해하게 되는 순간은 도움을 받았을 때다. 문을 잡아줬을 때 일본인은 “ありがとう”보다 “すみません”을 먼저 말하는 경우가 많다. 처음 들으면 고마운 상황인데 왜 사과를 하지 싶어진다.

여기에는 감정보다 인식이 먼저 들어간다. 도움을 받았다는 건 고마운 동시에 상대의 수고가 생겼다는 뜻이 된다. 그래서 감사 표현 앞에 “내가 당신의 시간을 쓰게 했다”는 감각이 붙는다.

  • すみません、ありがとうございます。
  • 감사합니다(폐를 끼친 것 같네요의 느낌 포함)

감사와 사과가 섞였다기보다, 관계를 가볍게 만들려는 말이 먼저 나온다.


어원을 보면 더 자연스럽다

すみません은 済む(すむ)라는 동사에서 나온 표현이다. 의미는 “끝나다, 그냥 넘어가다”에 가깝다. 여기에 부정형이 붙으면서 “이대로 넘어갈 수 없다”는 뜻이 된다.

그래서 사과 상황에서도 쓰이고, 부탁 상황에서도 쓰이고, 도움받았을 때도 성립한다. 공통점은 상대에게 영향을 주는 순간이라는 점이다. 잘못의 크기와 상관없이 등장하는 이유가 여기서 설명된다.

즉 이 말은 감정 표현이 아니라, 상대와의 관계를 의식하고 있다는 표시가 된다.


결국 남는 하나의 느낌

“죄송합니다”로 외우면 상황마다 의미가 달라져서 헷갈린다. 하지만 “잠깐 괜찮으신가요”라는 감각으로 받아들이면 대부분 자연스럽게 이해된다. 스미마센은 사과의 말이라기보다, 대화를 열기 위한 완충 장치에 가깝다.

그래서 일본어 대화를 듣고 있으면 이 단어가 계속 등장한다. 시작할 때도 나오고, 부탁할 때도 나오고, 무언가를 받을 때도 나온다. 감정이 바뀌어서가 아니라 관계의 거리를 계속 조절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 표현은 미안함의 정도를 말하는 단어가 아니라, 상대에게 다가가기 전에 한 번 노크하는 방식에 가까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