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EL을 타고 공항에서 카오룽역(구룡역, Kowloon Station)까지 무난하게 도착했을 때까지만 해도, 첫날 일정은 완벽하게 흘러가는 듯했다. 공항에서 도심까지 빠르게 이동했고, 피곤하긴 했지만 아직 체력도 남아 있었다. 이제 남은 것은 첫 번째 숙소가 있는 침사추이까지 이동해 체크인하는 일뿐이었다.
처음 계획은 단순했다. 역에서 내려 캐리어를 끌고 천천히 걸어가거나,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지도 앱만 켜면 금방 길이 나올 줄 알았다. 하지만 여행은 늘 계획대로만 흘러가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런 작은 변수들이 나중에는 가장 선명한 기억으로 남는다.

생각보다 쉽지 않았던 카오룽역 탈출
역에서 개찰구를 나오는 것까지는 어렵지 않았다. 미리 구매해둔 티켓 덕분에 휴대폰 QR코드를 찍고 바로 통과할 수 있었다. 표를 따로 사고 줄을 설 필요 없이 자연스럽게 이동할 수 있었기에 AEL 선택은 분명 만족스러웠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카오룽역은 생각보다 규모가 크고 복잡했다. 단순히 지하철역 하나가 아니라 대형 복합시설과 연결된 거대한 교통 거점에 가까웠다. 출구도 많고, 연결 통로도 많았으며, 처음 방문한 여행자가 한 번에 방향을 잡기에는 결코 쉬운 구조가 아니었다.
게다가 이미 늦은 밤이었다. 사람들의 흐름도 줄어든 시간대였고, 어디로 가야 버스를 탈 수 있는지 쉽게 파악되지 않았다. 안내판은 있었지만 낯선 도시의 첫날 밤에는 그런 표지판조차 이상하게 어렵게 느껴진다.
도심에서 말을 듣지 않던 GPS
결국 스마트폰 지도를 믿고 움직여보기로 했다. 하지만 여기서 또 다른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홍콩 도심에서는 이상할 정도로 GPS가 불안정했다. 방향이 갑자기 튀거나, 현재 위치가 다른 블록으로 표시되거나,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지도가 혼자 빙글빙글 돌아가기도 했다.
당시에는 왜 그런지 몰랐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면 빽빽하게 들어선 초고층 건물들 사이에서 신호가 흔들렸던 것 같기도 하다. 실제로 홍콩 여행 내내 비슷한 경험을 몇 번 더 하게 되었다. 외곽 지역에서는 잘 되다가도 도심 한가운데만 들어오면 위치가 애매해지는 식이었다.
처음 온 도시, 밤 시간, 큰 캐리어, 불안정한 지도. 지금 돌아보면 꽤 난감한 조합이었다.
결국 선택한 첫 홍콩 택시
한동안 역 주변을 서성이다가 결국 결론을 내렸다. 이 상태로는 걸어서 숙소를 찾는 것이 쉽지 않겠다는 판단이었다. 큰 캐리어를 끌고 계속 헤매느니, 눈앞에 보이는 택시를 타고 빠르게 이동하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홍콩에서의 첫 택시에 올라타게 되었다.
홍콩 택시는 당시 내게도 꽤 인상적인 존재였다. 한국과는 다른 형태의 차량, 좌석 배치, 도시의 밤거리와 어울리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었다. 무엇보다 여행 첫날의 택시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 ‘정말 외국에 와 있구나’라는 감각을 가장 강하게 느끼게 만드는 공간이기도 하다.

카오룽 파크? 카오룽 공릉?
문제는 목적지를 설명하는 일이었다. 기사님은 영어를 아주 유창하게 하는 편은 아니었고, 대화는 자연스럽게 짧고 단순한 단어 중심으로 흘러갔다.
나는 기사님에게 목적지를 설명하려고 Kowloon Park 라고 말했다. 그러자 기사님은 광둥어식 발음으로 다시 한 번 확인하듯 말했는데, 내 귀에는 “카오룽 공릉” 처럼 들렸다.
그 순간 인상적이었던 것은 낯선 외국어인데도 어딘가 익숙하게 들렸다는 점이었다. ‘공릉’이라는 소리가 한국어의 ‘공원’과 묘하게 비슷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정확한 언어는 다르지만, 뜻이 통하는 소리를 알아듣는 순간의 재미가 있었다.
해외여행을 하다 보면 전혀 다른 언어를 듣다가도, 가끔 이렇게 이상하게 귀에 들어오는 단어들이 있다. 완전히 모르는 말인데도 의미가 전해지는 순간. 그 작은 경험 하나만으로도 ‘아, 지금 정말 다른 문화권에 와 있구나’라는 사실이 더 선명하게 다가왔다.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던 홍콩의 밤
택시가 출발하자 카오룽역 주변의 현대적인 건물들이 뒤로 멀어지고, 침사추이 방향의 거리 풍경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네온사인, 도로 위를 달리는 이층버스, 밤늦게까지 켜져 있는 상점 간판들, 그리고 한국과는 미묘하게 다른 도시의 색감이 차창 밖으로 흘러갔다.
낮이었다면 더 또렷하게 보였겠지만, 밤이라서 오히려 더 좋았던 부분도 있었다. 모든 것이 완전히 선명하지는 않았기에 상상할 여지가 있었고, 그래서 더 낭만적으로 느껴졌다.
나는 피곤한 몸으로 좌석에 기대어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드디어 홍콩에 왔구나.’
그 한마디면 충분했다.
처음 마주한 침사추이의 밤거리
택시가 출발하자 창밖으로 홍콩의 첫 밤 풍경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내가 상상했던 화려하고 북적이는 홍콩의 모습과는 조금 달랐다. 이미 늦은 시간이었던 탓인지 거리에는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았고, 지나가는 차량도 많지 않았다. 낮에는 분명 분주했을 도심이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 듯한 분위기였다.
게다가 조금 전까지 비가 내렸던 것인지 도로와 인도는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가로등과 간판 불빛이 젖은 노면 위에 길게 번지면서 묘한 색감을 만들어냈다. 화려하다기보다는 고요하고 차가운 밤의 도시 같았다. 처음 도착한 여행자 입장에서는 그런 적막함이 오히려 더 낯설게 느껴졌다.
사람도 거의 없고, 차도 많지 않은 밤거리. 낯선 도시 한가운데를 달리고 있다는 사실이 갑자기 실감나면서, 솔직히 조금 무섭다는 생각도 들었다. 낮의 관광지는 설렘을 주지만, 밤의 낯선 도시는 아주 잠깐 긴장감을 주기도 한다. 아마 첫날 밤이었기에 더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감정마저도 지나고 나면 여행의 중요한 기억이 된다. 모두가 잠든 듯한 홍콩의 거리, 비에 젖은 도로, 택시 창문 너머로 흘러가던 불빛은 지금도 또렷하게 남아 있다.
📌 카오룽역 AEL(九龍站 / Kowloon Station)
- 📍 주소 : 1 Austin Rd W, West Kowloon, Hong Kong
- 📞 전화번호 : +852 2881 8888
- 🌐 홈페이지 : https://www.mtr.com.hk/
- 🕒 운영시간 : 약 05:50 – 00:48 (Airport Express 기준)
📌 카오룽 공원(九龍公園 / Kowloon Park)
- 📍 주소 : 22 Austin Rd, Tsim Sha Tsui, Kowloon, Hong Kong
- 📞 전화번호 : +852 2724 3344
- 🌐 홈페이지 : https://www.lcsd.gov.hk/en/parks/kp/
- 🕒 운영시간 : 05:00 –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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