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여행을 할 때는 가능하면 다양한 형태의 숙소를 경험해보려고 하는 편이다. 처음부터 좋은 호텔에만 머무는 것도 물론 편하겠지만, 그렇게만 여행을 하면 도시의 여러 얼굴을 놓치게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래서 보통은 가장 저렴한 게스트하우스나 호스텔에서 시작해서, 일반 호텔, 그리고 조금 특별한 콘셉트의 숙소로 옮겨가며 여행을 구성하는 편이다. 숙소를 단순히 잠만 자는 공간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 도시를 경험하는 또 하나의 방식으로 보는 것이다.
이번 홍콩 여행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숙소를 정했다. 첫 번째 숙소는 침사추이에 있는 게스트하우스, 레인보우 로지 홍콩(Rainbow Lodge HK)이었다. 홍콩은 숙박비가 비싼 도시로 유명한 편인데, 그중에서도 침사추이는 접근성이 워낙 좋은 지역이라 저렴한 숙소를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레인보우 로지는 10인실 도미토리이긴 했지만 1박에 약 2만 원 정도로 상당히 저렴했고, 위치도 네이선로드 한복판에 가까웠다. 바로 옆에는 카오룽 공원도 있었고, 침사추이역과도 가까운 편이라 여행 초반 거점으로 삼기에는 꽤 매력적인 숙소였다.

기대보다 낭만이 있었던 숙소
가격 때문에 선택한 숙소였지만, 실제로 머물러보니 의외로 기억에 오래 남는 장소가 되었다. 물론 불편한 점은 있었다. 도미토리였고, 개인 공간은 좁았으며, 호텔처럼 정돈된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는 곳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불편함과 별개로 이곳에는 묘한 홍콩다운 분위기가 있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3층 침대였다. 2층 침대까지는 여러 게스트하우스에서 본 적이 있었지만, 3층 침대에서 자는 경험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좁은 공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써야 하는 홍콩이라는 도시의 성격이 숙소 안에도 그대로 들어와 있는 듯했다. 땅은 좁고, 사람은 많고, 공간은 위로 쌓아 올려진다. 홍콩의 고층 아파트와 도미토리 3층 침대가 어쩐지 같은 도시의 논리로 이어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의 장면도 아직 기억에 남아 있다. 다인실 침대 가운데 칸에서 몸을 일으키면 창문 너머로 홍콩 도심의 풍경이 보였다. 아주 멋진 전망이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낯선 도시에서 맞이하는 첫 아침의 느낌이 있었다. 더 좋은 호텔에서도 묵었고, 더 편한 침대에서도 잤지만, 이상하게 가장 오래 남은 것은 이 게스트하우스의 창밖 풍경이었다.

문제는 첫날밤부터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 숙소의 첫인상이 처음부터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첫날밤만 놓고 보면 거의 최악에 가까웠다.
홍콩에 도착한 시간이 늦었다. 인천에서 출발한 비행기가 저녁 항공편이었고, 홍콩 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입국심사를 하고, 수하물을 찾고, AEL을 타고 카오룽역까지 이동하고, 거기서 다시 택시를 타고 침사추이로 들어왔다. 그렇게 숙소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간이었다.
늦은 시간의 침사추이는 내가 상상했던 화려한 홍콩과는 조금 달랐다. 비가 막 내렸던 것인지 도로는 젖어 있었고, 사람도 거의 없었고, 차도 많지 않았다. 네이선로드 주변이라고 해도 밤늦은 시간에는 생각보다 적막했다. 처음 도착한 도시, 어두운 거리, 젖은 길, 캐리어를 끌고 낯선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상황. 여행의 설렘과 긴장감이 동시에 밀려왔다.
레인보우 로지는 체크인 카운터와 실제 숙소가 같은 층에 있지 않은 구조였다. 체크인 카운터는 하이퐁 맨션 건물 5층에 있었고, 숙소 공간은 3층에 있었다. 늦은 체크인이었기 때문에 직원은 이미 퇴근한 상태였고, 내 침대와 사물함 열쇠는 미리 카운터에 놓여 있어야 했다. 이론상으로는 간단했다. 도착해서 내 이름이 적힌 열쇠를 찾고, 방으로 내려가 침대에 들어가면 되는 구조였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여기서 발생했다.
내 열쇠가 없었다.
처음에는 내가 못 찾는 줄 알았다. 피곤해서 눈에 잘 안 들어오는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카운터 주변을 다시 보고, 놓여 있는 열쇠들을 하나씩 확인하고, 혹시 이름을 잘못 본 것은 아닌지 다시 살펴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내 이름으로 준비된 열쇠가 보이지 않았다. 그 순간부터 불안감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자정이 넘은 시간에 직원은 없고, 숙소 구조는 낯설고, 내 침대가 어디인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비상연락망으로 시작된 새벽의 문제 해결
카운터에는 비상연락망이 남겨져 있었다. 결국 그 번호로 연락을 해야 했다. 문제는 내가 영어를 못해서가 아니었다. 영어로 상황을 설명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았지만, 늦은 새벽 시간에 전화 너머로 연결된 현지 직원의 영어가 아주 명확하게 들리는 편은 아니었고, 직원 역시 상황을 바로 파악하지 못하는 듯했다. 내가 도착했는데 내 열쇠가 없다는 점, 늦은 체크인이라 카운터에 열쇠가 놓여 있어야 한다는 점,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내 이름의 열쇠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하나씩 설명해야 했다.
피곤한 상태에서 같은 내용을 여러 번 반복해 설명하고, 상대가 다시 확인하는 시간을 기다리는 과정은 꽤 지치게 만들었다. 여행 첫날 밤, 그것도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간에 낯선 게스트하우스 카운터 앞에서 비상연락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어야 한다는 상황 자체가 이미 충분히 피곤했다.
결국 직원이 확인한 결과는 황당했다. 다른 누군가가 내 열쇠를 가지고 먼저 체크인을 해버렸다는 것이었다. 정확히 그 사람이 착각해서 가져간 것인지, 숙소 측에서 열쇠를 잘못 준비해둔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내 침대와 사물함 열쇠가 다른 사람에게 넘어간 상태였다. 그렇게 첫날밤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즉, 원래 내가 써야 할 침대와 사물함이 이미 다른 사람에게 넘어간 상태였던 것이다. 그 사람이 착각해서 가져갔는지, 숙소 측에서 열쇠를 잘못 배치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피해는 내가 보게 된 상황이었다.
숙소 측에서 제안한 해결책은 간단했지만, 내 입장에서는 썩 유쾌하지 않았다. 새로운 열쇠를 받고, 이미 바뀐 상태를 받아들이고, 서로 침대를 바꿔 쓰는 식으로 해결하자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내가 예약했던 자리는 사라졌고, 대신 다른 침대를 배정받는 방식이었다.
그때는 너무 늦은 시간이었고, 더 이상 실랑이를 벌일 체력도 없었다. 결국 안내받은 대로 방으로 이동했다.
겨우 침대에 누웠지만, 끝나지 않은 첫날밤
이제라도 누우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첫날밤의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새로 배정받은 방에 들어가 침대를 확인하고, 짐을 대충 정리한 뒤 겨우 몸을 눕혔다. 이미 새벽이었고, 다음날부터 본격적인 홍콩 여행을 시작해야 했기에 어떻게든 잠을 자야 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문제가 시작되었다.
같은 방에 있던 누군가가 엄청나게 코를 골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잠깐 그러다 말겠지 싶었다. 하지만 소리는 점점 더 커졌다. 다인실 게스트하우스에서 어느 정도의 생활 소음은 감수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건 그 수준을 넘어서 있었다. 억지로 눈을 감고 자려고 해도 코골이 소리가 계속 귀를 파고들었다. 피곤한데도 잠들 수 없는 상황이 이어졌다.
더 흥미로웠던 것은 나만 힘들어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같은 방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견디기 어려웠는지, 코골이 소리가 심해질 때마다 누군가 침대 기둥을 쾅쾅 치기 시작했다. 직접 말하기는 어려우니 조용히 해달라는 신호를 보내는 듯했다. 하지만 그런다고 코골이가 멈출 리 없었다. 잠깐 조용해지는 듯하다가 다시 시작되고, 다시 누군가 침대 기둥을 치고, 또 다시 코골이가 이어졌다.
그야말로 악몽 같은 첫날밤이었다.
여행 첫날은 원래 설레야 한다. 새로운 도시에서 첫 잠을 자는 밤은 조금 낯설면서도 기분 좋은 긴장감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날은 열쇠 문제로 새벽까지 기다리고, 겨우 방에 들어왔더니 이번에는 코골이 때문에 잠을 잘 수 없는 밤이 되어버렸다. 홍콩 여행의 시작이 이렇게 삐걱일 줄은 몰랐다.

다음날 아침, 바로 프론트로 향하다
결국 첫날밤은 거의 잠을 자지 못한 상태로 지나갔다. 아침이 밝았지만 몸은 전혀 개운하지 않았다. 오히려 비행기 이동, 공항 이동, 숙소 문제, 수면 부족이 한꺼번에 쌓여 머리가 무거웠다.
아침이 되자마자 프론트에 직원이 배치되는 시간을 기다렸다. 그리고 바로 카운터로 올라가 전날 있었던 일을 하나씩 설명했다. 내 열쇠가 다른 사람에게 넘어갔고, 그 결과 원래 예약한 침대가 아닌 다른 방에서 자야 했으며, 그 방에서 심한 코골이 때문에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는 내용이었다.
처음에 직원은 방을 바꾸는 것이 어렵다는 식으로 반응했다. 이미 배정이 되어 있고, 상황상 바로 변경이 어렵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나로서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문제였다. 단순히 내가 변덕을 부리는 것이 아니라, 숙소 측 실수로 첫날밤부터 불필요한 시간과 체력을 낭비했고, 결국 잠까지 제대로 자지 못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금 강하게 이야기했다. 내가 늦게 체크인한 것은 맞지만, 열쇠 관리 문제는 숙소 측 책임이고, 그로 인해 방이 바뀌었고, 바뀐 방에서 도저히 잘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여행 첫날부터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면 이후 일정 전체에 영향을 준다는 점도 이야기했다.
그제서야 직원은 잠시 기다려보라고 했다. 다행히 다른 방에 빈 침대가 하나 있었던 것인지, 결국 방을 옮길 수 있게 되었다.


둘째 날부터 찾아온 안식
방을 옮긴 뒤부터는 상황이 훨씬 나아졌다. 새로 배정받은 공간은 첫날밤의 방보다 조용했고, 더 이상 코골이 때문에 잠을 설치는 일도 없었다. 첫날의 고생이 워낙 강렬했기 때문에, 오히려 평범하게 잘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안도감이 들었다.
여행에서 숙소는 아주 중요하다. 하루 종일 걷고 돌아다닌 뒤 몸을 회복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첫날처럼 잠을 제대로 못 자면 다음날 일정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방을 바꿀 수 있었던 것은 정말 다행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첫날밤이 최악이었기 때문에, 이후의 숙박 경험은 더 좋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문제를 해결하고 나니 레인보우 로지는 다시 처음에 기대했던 장점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위치는 좋았고, 가격은 저렴했으며, 창밖으로 보이는 홍콩의 풍경은 분명 기억에 남는 것이었다.


수건 대여와 공용 시설
게스트하우스답게 기본 제공 서비스는 많지 않았다. 특히 수건은 무료로 제공되지 않았다. 당연히 숙소에서 제공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따로 챙겨가지 않았는데, 실제로는 대여해야 했다. 수건 1회 대여 비용은 20홍콩달러였다.
화장실과 샤워실도 공용이었다. 더 생소했던 것은 남녀 구분이 뚜렷하지 않은 공용 시설이었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는 게스트하우스라도 화장실과 샤워실은 남녀를 구분해두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처음에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며칠 지내다 보니 이 역시 숙소의 방식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여행을 하다 보면 이런 부분에서 그 나라의 숙박 문화나 공간 활용 방식을 체감하게 된다. 편하다고만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나쁘다고만 할 수도 없는 경험이었다.
체크인 카운터와 객실이 다른 층에 있는 구조
레인보우 로지에서 또 하나 특이했던 점은 체크인 카운터와 실제 객실이 다른 층에 있다는 것이었다. 카운터는 하이퐁 맨션 5층에 있었고, 숙소는 3층에 있었다. 처음 방문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다소 헷갈릴 수 있는 구조다. 특히 늦은 밤에 도착하면 더 그렇다.
하지만 체크인만 무사히 끝난다면 이후에는 크게 불편하지 않다. 실제로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카운터에 갈 일은 첫날과 마지막 날 정도다. 물론 내 경우에는 첫날부터 문제가 생기면서 이 구조가 더 불편하게 느껴졌지만, 평범하게 체크인이 진행되었다면 그렇게 큰 단점으로 느끼지는 않았을 것 같다.
결국 가장 기억에 남은 숙소
첫날 직원의 실수와 코골이 문제로 고통을 겪었지만, 이상하게도 이 숙소는 홍콩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숙소가 되었다. 좋은 기억만 남아서 그런 것은 아니다. 오히려 힘들었던 기억, 당황했던 순간, 새벽에 낯선 건물에서 열쇠를 찾지 못해 헤매던 장면까지 모두 포함해서 선명하게 남아 있다.
여행의 기억은 꼭 편안하고 완벽한 순간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예상치 못한 문제를 겪고, 그걸 해결하고, 결국 그 도시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이 오래 남는다. 레인보우 로지는 그런 의미에서 홍콩의 첫인상을 강하게 남겨준 숙소였다.
저렴하고, 불편했고, 당황스러웠지만, 동시에 묘하게 낭만적이었다. 3층 침대에서 맞이한 홍콩의 아침, 젖은 밤거리 끝에 도착한 침사추이의 게스트하우스, 그리고 악몽 같았던 첫날밤 이후 찾아온 조용한 잠. 그 모든 것이 합쳐져 이 숙소는 단순한 숙박 장소가 아니라 이번 홍콩 여행의 첫 번째 진짜 기억이 되었다.
📌 레인보우 로지 홍콩(Rainbow Lodge HK)
- 📍 주소 : Hai Phong Mansion House, 99-101 Nathan Rd, Tsim Sha Tsui, Hong Kong
- 📞 전화번호 : +852 3707 5983
- 🌐 홈페이지 : https://www.rainbowlodgehk.com/en-gb
- 🕒 운영시간 : 체크인·프론트 운영시간은 예약 사이트 및 숙소 공지 기준 확인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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