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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일본 도쿄 여행 — ‘에필로그’

이번 여행은 철저한 일정표가 없었다. 그래서 하루하루의 구성이 매우 다양해졌다. 시부야의 횡단보도를 걷고, 아사쿠사에서 절을 보고, 아키하바라의 전자상가를 구경하고, 오다이바의 인공 해변을 걷다가, 다시 신주쿠의 밤거리로 이동하는 식이었다. 관광지와 일상 공간이 뒤섞인 이동이 반복되었다.

4박 5일, 처음이어서 더 오래 남은 도시

2018년 2월 24일부터 28일까지, 4박 5일간의 일정으로 처음 도쿄를 다녀왔다. 일본은 지리적으로 가깝지만 이상하게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던 나라였고, 그래서 이번 여행은 ‘해외여행’이라기보다는 어떤 경계선을 처음 넘어보는 경험에 가까웠다. 지금 돌아보면 일정은 촘촘하지도 않았고 동선도 효율적이지 않았다. 미리 철저히 준비한 여행이 아니라, 그날의 날씨와 컨디션, 그리고 순간적인 선택에 따라 움직였던 여행이었다. 그러나 오히려 그래서 더 또렷하게 남았다. 계획이 많았던 여행보다 기억이 많은 여행이었다.


처음 마주한 도쿄라는 도시

도쿄를 처음 걸었을 때 가장 먼저 들었던 감정은 ‘정돈되어 있다’는 인상이었다. 거리는 넓고 건물은 거대하며 도시 인프라는 분명히 강력해 보이는데, 정작 그 안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공간은 매우 작았다. 큰 도로와 작은 가게, 높은 빌딩과 좁은 골목이 동시에 존재하는 구조는 묘한 대비를 만들었다. 국가는 거대하고 개인은 소형화되어 있는 느낌, 잘사는 나라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검소한 생활이 이어지는 분위기. 그 모순적인 장면이 계속 반복되었다.

서울과 비교하면 더 선명해졌다. 서울은 생활의 흔적이 거리로 흘러나오는 도시라면, 도쿄는 생활이 실내로 들어가 있는 도시였다. 골목마다 주차된 차들이 거의 없었고 길은 비어 있었으며, 대신 전철과 도보 이동이 도시의 중심이 되어 있었다. 차량이 적은 거리, 그리고 깔끔하게 유지되는 보행 환경은 단순히 도시 미관의 차이가 아니라 도시 운영 방식 자체의 차이처럼 느껴졌다.


작은 것에서 느껴진 도시의 성격

인상 깊었던 것은 거대한 랜드마크보다 사소한 요소들이었다. 특히 보행자 신호등이 기억에 남았다. 단순히 파란불 시간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빨간불 상태에서도 기다리는 시간이 표시되어 있었다. 아주 작은 기능이지만 도시가 사람의 시간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여행지에서 오래 남는 것은 유명한 관광지가 아니라, 일상 속에서 마주친 작은 차이일 때가 많다. 도쿄 역시 그랬다.

도쿄는 화려한 도시였지만 동시에 조용한 도시였다. 번화가인 시부야와 신주쿠조차 소음의 밀도가 서울과는 달랐다. 사람이 많아도 어수선하지 않았고, 밤거리가 화려해도 과하지 않았다. 도시 전체가 일정한 리듬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즉흥적으로 이어진 4박 5일

이번 여행은 철저한 일정표가 없었다. 그래서 하루하루의 구성이 매우 다양해졌다. 시부야의 횡단보도를 걷고, 아사쿠사에서 절을 보고, 아키하바라의 전자상가를 구경하고, 오다이바의 인공 해변을 걷다가, 다시 신주쿠의 밤거리로 이동하는 식이었다. 관광지와 일상 공간이 뒤섞인 이동이 반복되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특정 장소 하나가 아니라 이동 자체였다. 전철을 타고 역과 역 사이를 오가며 도시를 이해하게 되었고, 어느 순간부터는 지도를 보지 않고도 대략적인 방향을 감으로 잡을 수 있게 되었다. 여행의 어느 시점이 되면 ‘방문’이 아니라 ‘이동’이 익숙해지는 순간이 온다. 그때부터 그 도시는 관광지가 아니라 공간이 된다. 도쿄가 그렇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음식과 생활의 체감

식사는 예상과 조금 달랐다. 일본 음식은 전반적으로 양이 적었고, 그래서 식사를 자주 하게 되었다. 점심을 먹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식사를 하게 되는 일이 반복되었다. 대신 음식의 종류는 매우 다양했다. 기본 라멘부터 유자 라멘, 츠케멘, 아부라소바까지 서로 다른 방식의 한 가지 음식이 존재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하나의 음식이 여러 갈래로 발전해 있는 구조였다.

또 의외였던 것은 일본에서 만난 한국 브랜드였다. 롯데리아를 방문했을 때 같은 브랜드인데도 구성과 퀄리티가 다르게 느껴졌다. 같은 기업이라도 지역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운영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여행은 낯선 것을 보는 경험이기도 하지만, 익숙한 것이 다른 형태로 존재하는 것을 확인하는 경험이기도 하다.


여행이 남긴 것

이번 여행은 비용을 크게 쓰지 않은 여행이었다. 숙박비 부담이 없었던 덕분에 전체 경비는 비교적 가벼웠고, 대신 늦게 예약한 항공권 가격이 가장 큰 지출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의 체감은 ‘큰 여행’에 가까웠다. 이동 거리나 비용보다 경험의 밀도가 여행의 크기를 결정한다는 것을 처음 느꼈다.

돌아와서 기록을 정리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다. 여행 중에는 계속 움직이느라 생각할 시간이 없지만, 여행이 끝난 뒤에는 계속 떠올리게 된다. 장소의 기억이 아니라 장면의 기억이 남는다. 길을 헤매던 순간, 역에서 환승하던 순간, 편의점에서 늦게 먹던 식사 같은 장면들이 반복해서 떠오른다.


“일본 도쿄 여행 정보”

“2018년 2월 24일” (1일차)

“2018년 2월 25일” (2일차)

“2018년 2월 26일” (3일차)

“2018년 2월 27일” (4일차)

“2018년 2월 28일” (5일차)


기록으로 남은 첫 일본

이 여행은 이후의 여행들을 시작하게 만든 기준점이 되었다. 처음 일본을 걸어보았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이후의 방문에서는 비교가 가능해졌고, 같은 도시라도 다른 계절과 다른 목적을 가지고 다시 찾게 되었다. 나중에 돌아보니 이 여행은 완성된 여행이라기보다 출발점에 가까웠다.

여행은 다녀온 순간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후의 선택에 영향을 주기 시작할 때 비로소 의미가 생긴다. 그 이후로 일본을 여러 번 찾게 되었고, 여행의 방식도 조금씩 달라졌다. 관광지를 보는 여행에서, 장면을 기록하는 여행으로 바뀌었다.

4박 5일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 하지만 첫 여행이라는 경험은 시간의 길이와 관계없이 오래 남는다. 지금도 도쿄라는 도시를 떠올리면 특정 장소보다 공기의 느낌이 먼저 기억난다. 낯설지만 불편하지 않았던 거리, 바쁘지만 조용했던 도시의 리듬, 그리고 처음으로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했던 여행. 이 여행은 그렇게, 이후의 모든 여행의 기준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