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이 조금 달랐던 이유
이번 여행은 지금까지 다녔던 여행들과는 결이 꽤 다른 여행이었다. 기존의 여행이 특정 도시를 돌아다니며 풍경을 보고, 사진을 찍고, 장소를 기록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이번 여행은 그보다 ‘이유가 분명한 이동’에 가까웠다. 어디를 갔는지가 아니라, 왜 그 시점에 그곳으로 가게 되었는지가 여행 전체를 관통하고 있었다.
그 결과, 일정은 이전보다 훨씬 느슨했고, 실제로 방문한 장소의 숫자도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여행의 밀도는 오히려 더 높게 느껴졌다. 바쁘게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에, 이동 하나하나와 선택 하나하나를 곱씹을 여유가 생겼고, 그게 이번 여행을 이전과 다르게 만들었다.

후쿠오카를 미루고, 계절을 기다리다
처음에는 9월 추석 연휴를 이용해 후쿠오카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다. 일정도 어느 정도 짜여 있었고, 항공권을 알아볼 단계까지는 갔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막상 출발을 앞두고 후쿠오카의 날씨를 확인해보니, 생각보다 상황이 좋지 않았다. 9월 중순의 후쿠오카는 여전히 한여름에 가까운 기온을 유지하고 있었고, 그대로 여행을 떠나면 “여행”이라기보다는 “더위를 견디는 일정”이 될 가능성이 커 보였다.
결국 여행을 한 번 접기로 했다. 굳이 무리해서 떠나기보다는, 조금 더 선선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쪽을 택했다. 이 선택이 결과적으로 이번 여행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게 될 줄은, 그때는 미처 몰랐다.
11월, 다시 도쿄를 떠올리다
이상기온의 영향 때문인지, 10월이 되어도 날씨는 좀처럼 가을답게 바뀌지 않았다. 그렇게 한 달을 더 기다렸고, 11월에 접어들어서야 비로소 ‘이제 움직여도 되겠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물론 예전 기준으로 보면 11월의 도쿄는 쌀쌀해야 정상일 텐데, 실제 체감은 한국의 전형적인 가을 날씨에 가까웠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애매한 기온. 여행하기에는 오히려 가장 적당한 조건이었다.
이 시점에서 자연스럽게 도쿄가 떠올랐다. 마지막으로 도쿄를 다녀온 게 2019년이었으니, 거의 5년 만의 방문이었다. 오랜 공백 이후에 다시 찾는 도시라는 점도, 이번 여행에 묘한 기대감을 더했다.

여행의 중심에 들어온 하나의 일정
이번 여행이 조금 더 특별해진 이유는, 단순히 계절이나 도시 때문만은 아니었다.
한일가왕전을 통해 한국에서도 이름을 알리게 된 일본 가수 카노우 미유의 생일 콘서트가 11월 6일 도쿄에서 열린다는 사실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여행 일정 속에 자연스럽게 공연이 하나의 중심 축으로 들어오게 된 것이다.
‘여행하면서 공연도 본다’기보다는, 공연이 있고, 그 주변으로 여행이 만들어진다는 느낌에 가까웠다. 덕분에 일정 전체가 조금 더 또렷해졌고, 여행의 목적 역시 분명해졌다.


일정은 늘어나고, 선택은 무거워지다
여행 출발이 가까워질 즈음, 또 하나의 변수가 생겼다. 11월 9일, 오사카 인근 사카이에서 열리는 ‘코프 페스타’라는 축제에 카노우 미유가 소속된 그룹 시스(SIS/T)가 출연한다는 소식이 들려온 것이다.
당초 여행 일정은 11월 6일부터 10일까지로 잡혀 있었고, 휴가도 이미 3일을 낸 상태였다. 일정상으로는 공연 하나를 더 본다고 해서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었다. 문제는 이미 확정해둔 항공권과 숙소였다. 그대로 두면 사카이 공연은 포기해야 했고, 변경하면 위약금이라는 현실적인 부담이 따라왔다.
처음 겪는 일정들
결국 선택은 변경이었다. 위약금을 감수하고 항공권과 숙소를 다시 손보기로 했다. 출국이 임박한 시점이었기에 항공권 변경에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들었고, 숙소 역시 위약금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숙소는 사정을 설명한 끝에 1박을 위약금 없이 취소할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일정은 이렇게 바뀌었다.
- 11월 6일: 도쿄 나리타 공항 입국
- 11월 10일: 오사카 간사이 국제공항 출국

처음 경험하는 형태의 여행
이 결정 덕분에 이번 여행은 여러 ‘처음’을 포함하게 되었다.
입국은 도쿄 나리타 공항, 출국은 간사이 국제공항. 일본 여행을 여러 번 다녀왔지만, 입국과 출국 공항이 다른 일정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여기에 도쿄에서 오사카까지 신칸센으로 이동하는 일정도 자연스럽게 포함되었다.
예전부터 일본에서 신칸센을 한 번쯤 타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막상 기회가 없었다. 이번 여행은 그 바람까지 함께 충족시켜주는 일정이 되었다. 무엇보다, 한 번만 볼 예정이었던 공연을 두 번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 개인적으로는 가장 크게 다가왔다.
출국 전날, 예상하지 못한 변수
여행을 앞두고 마음이 들떠 있었던 탓인지, 출국 직전에 몸이 먼저 반응해버렸다. 갑작스럽게 몸살 기운이 올라왔고, 열이 나기 시작했다. 목도 심하게 아파왔고, 컨디션은 빠르게 떨어졌다. 잠시나마 ‘이 여행을 취소해야 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스쳤다. 혹시 이 상태로 출국했다가 공항에서 발열로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지, 괜한 걱정도 뒤따랐다.
결국 출국 전날 반차를 쓰고 병원으로 향했다. 수액을 맞고,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휴가는 아끼고 싶었지만, 이 상태로 버티는 건 오히려 더 큰 리스크처럼 느껴졌다.
수액 한 번으로 컨디션이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았다. 그래도 집에 돌아와 최대한 일찍 잠을 청했고, 다음 날 아침 공항으로 이동할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약을 먹으면서 겨우 버티는 상태였지만, 오랜만에 떠나는 여행이 주는 설렘이 생각보다 큰 힘이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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