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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한일축제한마당 무대의 시스(SIS/T), 그리고 카노우 미유

2025년 9월 28일, 도쿄 고마자와 올림픽 공원에서 울린 교류의 목소리

2025년 9월 28일 저녁, 도쿄 세타가야구 고마자와 올림픽 공원은 평소와는 다른 공기를 품고 있었다. 주말 저녁의 공원 특유의 느긋함 위에, 한국과 일본을 잇는 문화 교류의 현장이 겹쳐지며 공간 전체가 하나의 무대처럼 작동하고 있었다. 이날 고마자와 올림픽 공원에서 열린 ‘한일축제한마당’은 음악과 퍼포먼스를 매개로 양국의 일상과 감정을 잇는 행사였고, 그 중심 무대 중 하나로 여성 보컬 그룹 시스(SIS/T)가 등장했다.

특히 이날 무대는 시스(SIS/T) 멤버 중 카노우 미유의 존재감이 뚜렷하게 부각된 공연으로 기록될 만했다. 대형 콘서트홀이나 단독 라이브가 아닌, 공공 야외 공간에서 열린 문화 교류 행사라는 맥락 속에서 그녀가 보여준 퍼포먼스는, ‘공연’이라기보다는 현장 전체를 하나의 교류 공간으로 전환시키는 장치에 가까웠다.


좌석과 펜스, 서로 다른 거리에서 마주한 같은 무대

이번 한일축제한마당은 행사 운영 특성상 일부 관람객에게만 좌석이 배정되었고, 외국 국적 관람객을 포함한 상당수의 관객은 무대 외곽 펜스 구역에서 공연을 관람하는 구조로 진행되었다. 무대와 객석 사이에는 물리적인 구분이 분명히 존재했지만, 공연이 시작되자 그 경계는 감각적으로 빠르게 무너졌다.

펜스 밖 관람 구역은 오히려 무대 전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위치이기도 했다. 시야를 가로막는 구조물이 없고, 무대 전면과 측면을 동시에 볼 수 있는 환경은 야외 공연 특유의 개방감을 극대화했다. 무대 위 아티스트와 관객 사이의 거리는 분명했지만, 공연이 시작되자 그 거리는 의미를 잃었다.


오후 6시, 바람과 함께 시작된 시스(SIS/T)의 무대

시스(SIS/T)는 예정된 시간인 오후 6시 정각, 지체 없이 무대에 올랐다. 무대는 인공 조명과 간결한 음향 장비로 구성된 임시 야외 무대였지만, 해가 기울어가는 공원의 자연광과 어우러지며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개활지 특성상 바람이 수시로 불어왔고, 이는 공연에 예측 불가능한 요소를 더했다.

이날 시스(SIS/T)의 무대는 총 여섯 곡으로 구성되었다. 단순히 최신 곡을 나열하기보다는, 팀의 레퍼토리와 한일 관객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곡들을 균형 있게 배치한 구성이었다.

공연은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에서 시작되었지만, 곡이 진행될수록 현장 분위기는 점차 고조되었다. 특히 『DING DONG ください』와 『사랑의 배터리』가 한국어 버전으로 불렸을 때, 관객들의 반응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일본 현장에서 울려 퍼지는 한국어 가사는 이질적이기보다 오히려 이 공연의 성격을 명확히 드러내는 장치처럼 작동했다.


선곡이 만든 흐름, 그리고 현장의 반응

이날 무대에서 시스(SIS/T)가 선보인 곡들은 다음과 같다.

  • I Can’t Stop the Loneliness
  • DING DONG ください (한국어 버전)
  • 世界中の誰よりきっと
  • Stay with me 真夜中のドア
  • 愛のバッテリー (사랑의 배터리) (한국어 버전)
  • 青い珊瑚礁 (푸른 산호초)

선곡은 세대를 넘나드는 일본 대중가요와 그룹의 대표곡을 교차 배치하는 방식이었다. 특히 『世界中の誰よりきっと』 (세상 누구보다 분명)과 『青い珊瑚礁』 (푸른 산호초)처럼 일본 대중에게 익숙한 곡들은 현장의 연령층을 자연스럽게 확장시키는 역할을 했다. 반면, 『DING DONG ください』와 『愛のバッテリー』 (사랑의 배터리)는 시스(SIS/T) 특유의 밝고 직선적인 에너지를 전달하며 무대의 중심을 단단히 잡았다.

카노우 미유는 이 흐름의 중심에 서 있었다. 과장된 제스처나 무리한 호응 유도 없이도, 그녀의 표정과 시선, 노래의 강약 조절만으로 관객의 반응을 끌어냈다. 펜스 너머 관객들 역시 자연스럽게 이름을 부르거나 리듬에 맞춰 반응했고, 그 반응은 무대 위로 고스란히 되돌아갔다.


바람, 야외 무대, 그리고 즉흥성

야외 공연의 변수는 늘 바람이다. 이 날 역시 강한 바람이 간간이 불어왔고, 무대 위 의상과 동선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시스(SIS/T) 멤버들은 이를 공연의 일부처럼 자연스럽게 흡수했다. 치마가 크게 휘날리는 순간에도 동작은 흔들리지 않았고, 오히려 야외 공연 특유의 생동감이 더해졌다.

카노우 미유 역시 이런 환경에 능숙하게 대응했다. 바람에 머리카락이 흐트러질 때도 노래의 흐름은 끊기지 않았고, 무대와 관객을 번갈아 바라보는 시선에는 여유가 담겨 있었다. 이는 반복된 야외 행사 경험과 무대 적응력이 만들어낸 결과로 보였다.


공연 이후, 무대 밖에서 이어진 짧지만 분명한 인사

공연이 모두 끝난 뒤, 무대의 조명이 꺼졌음에도 현장의 공기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공식 일정은 종료되었지만, 무대 주변에는 여전히 발걸음을 옮기지 못한 관객들이 남아 있었고, 아티스트의 동선을 멀리서 지켜보는 모습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이번 무대는 과도한 팬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운 공연은 아니었지만, 그만큼 공연과 관객 사이의 거리감은 오히려 절제된 온도로 유지되고 있었다.


카노우 미유는 이동 중의 짧은 순간에도 팬들의 시선을 흘려보내지 않았다. 멀리서 바라보는 관객들을 향해 고개를 돌려 눈을 맞추고,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넸다. 특히 한국에서 왔다는 이야기를 듣자, 잠시 걸음을 늦추듯 시선을 머물게 한 뒤 한국어로 “조심히 돌아가세요”라고 말했다. 길지 않은 한마디였지만, 그 짧음 때문에 오히려 더 분명하게 기억에 남는 인사였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무대 위의 모습과 다르지 않게, 마지막까지 팬을 향해 열려 있던 순간이었다.

그 인사는 특별한 연출도, 준비된 멘트도 아니었지만, 이번 공연을 관통한 분위기를 상징하는 순간이었다. 무대 위에서 보여준 성실한 퍼포먼스, 그리고 무대 밖에서도 이어진 담담한 배려. 그렇게 카노우 미유의 인사는 공연의 마지막을 조용히 닫아주며, 한일축제한마당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교류의 여운을 남겼다.


한일축제한마당, 그리고 시스(SIS/T)의 위치

한일축제한마당은 단순한 음악 이벤트가 아니다. 매년 반복되며, 무대 위 퍼포먼스를 통해 일상적인 교류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자리다. 이 날 시스(SIS/T)가 선 무대는 화려한 연출이나 대규모 장비 없이도, 음악과 태도만으로 교류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특히 카노우 미유의 무대는, 언어와 국적을 넘어 ‘공연자’와 ‘관객’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관계에 집중한 사례로 남는다. 무대 위에서 과하게 의미를 설명하지도, 감정을 강요하지도 않았다. 대신 노래와 시선, 그리고 현장의 공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메시지를 전달했다.


교류는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2025년 9월 28일 고마자와 올림픽 공원에서 열린 한일축제한마당은, 거창한 선언이나 메시지보다 하나의 무대, 몇 곡의 노래, 그리고 그 시간을 공유한 사람들로 완성된 행사였다. 시스(SIS/T), 그리고 카노우 미유가 그 중심에서 보여준 것은 ‘교류란 무엇인가’에 대한 가장 단순하고도 설득력 있는 답이었다.

같은 공간에 머물고, 같은 노래를 듣고, 같은 시간의 바람을 느끼는 것. 그 자체로 이미 충분한 교류였고, 그 순간은 분명히 현장에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