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카이에서 열린 코프 페스타 일정을 마치고 다시 오사카 시내로 돌아왔다. 슬슬 저녁을 해결해야 할 시간이었지만, 난바 일대로 돌아온 순간 선택지가 많아 보이던 생각은 곧 착각이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하필이면 토요일 저녁, 오사카에서도 가장 붐비는 시간대였고, 눈에 보이는 거의 모든 식당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괜히 무리해서 줄을 서기보다는, 오랜만에 다시 오사카에 왔다는 사실을 조금 더 즐겨보기로 했다. 식사는 잠시 미루고, 난바에 오면 자연스럽게 발길이 향하게 되는 도톤보리 일대를 천천히 걸어보기로 했다. 어쩌면 이 선택이 더 오사카다운 밤을 만들어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고 화려한 간판이 만들어내는 도톤보리의 풍경
난바 도톤보리는 오사카를 대표하는 상업지구이자, 도시의 에너지가 가장 직접적으로 느껴지는 공간이다. 오래전부터 영업을 이어온 노포와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가게들이 뒤섞여 있고, 그 위를 덮고 있는 것은 말 그대로 ‘간판의 바다’다.
이 지역의 간판 문화는 단순한 광고를 넘어 하나의 풍경이자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1980년대 일본 버블경제 시절, 상인들은 경쟁적으로 더 크고, 더 화려한 간판을 만들기 시작했다. 손님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기 위한 이 과감한 시도들이 쌓여, 지금의 도톤보리 특유의 풍경을 완성하게 된 것이다.
도톤보리를 걷다 보면, 간판 하나하나가 단순한 상업 수단이 아니라 그 시대의 경제력과 도시의 성격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래서인지 이곳은 낮보다도 밤이 훨씬 더 도톤보리답다.
오사카를 상징하는 얼굴, 도톤보리의 글리코맨
도톤보리에서 가장 상징적인 존재를 꼽으라면, 단연 글리코의 간판 캐릭터, 글리코맨이다. 육상선수가 결승선을 통과하며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린 모습의 이 간판은, 오사카를 넘어 일본 전체를 대표하는 아이콘이 되었다.
글리코맨은 원래 일본 제과회사 글리코의 광고 캐릭터로 출발했다. 건강과 활력을 상징하는 이 이미지는 도톤보리에 설치된 이후, 지역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로 자리 잡았다. 시간이 흐르며 간판은 여러 차례 리뉴얼되었고, 초기의 네온사인 형태에서 현재는 대형 LED 스크린으로 바뀌었다.
지금의 글리코맨 간판은 약 15분 간격으로 화면이 전환되며, 시대에 맞게 조금씩 변주를 주고 있다. 하지만 두 팔을 들고 환하게 웃는 기본적인 모습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이 앞에 서면 ‘아, 오사카에 왔구나’라는 감각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다시 찾은 도톤보리, 변하지 않는 풍경
글리코맨 앞에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관광객들은 간판을 배경으로 같은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고 있었고, 다리 위에서는 삼삼오오 모여 웃고 떠드는 사람들의 모습이 이어졌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은 풍경이었다.
몇 번이나 오사카를 방문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장소는 매번 ‘처음 보는 것 같은’ 기분을 준다. 어쩌면 그 이유는 글리코맨 자체보다도, 그 앞에 모이는 사람들의 표정이 늘 생생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여행의 설렘, 하루를 마무리하는 여유, 혹은 단순한 기념사진 한 장을 남기려는 마음까지, 이 모든 것이 이 장소에 겹쳐진다.
이번에도 글리코맨을 배경으로 사진을 한 장 남기고, 다시 저녁 식사를 할 곳을 찾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식사는 아직 해결하지 못했지만, 오사카에 왔다는 사실만큼은 이 순간 충분히 실감할 수 있었다.
📍 난바 도톤보리 글리코맨
- 주소 : 1 Chome-10-3 Dotonbori, Chuo Ward, Osaka, 542-0071
- 전화번호 : +81-120-917-111
- 홈페이지 : https://www.glico.com/jp/health/contents/glicos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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