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라이너를 타고 우에노에서 나리타 공항으로 이동한 뒤, 우리가 도착한 곳은 나리타 공항 제3터미널이었다. 시계를 보니 아직 이른 아침이었다. 비행기 탑승 시간까지는 한참이나 남아 있었고, 몸은 이미 밤샘의 여파로 한계에 가까운 상태였다. 공항에 일찍 도착한 김에 체크인이라도 미리 해두고 싶었지만, 너무 이른 시간에 도착한 탓에 항공사 체크인 카운터조차 아직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었다.
어찌 보면 공항에서 가장 애매한 시간대였다. 이미 도착은 했지만,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시간. 그렇다고 다시 어딘가로 이동할 체력도 남아 있지 않았다.
새해 첫날, 공항에서 흘러간 느린 시간
나리타 공항 제3터미널은 규모가 크지 않은 편이다. 제1터미널이나 제2터미널과 비교하면 공항 특유의 웅장함보다는, 마치 잘 정리된 버스터미널에 가까운 느낌이 든다. 그래서인지 ‘해외 공항에 와 있다’는 감각보다는, 잠시 머무는 환승 지점 같은 인상이 더 강하게 남았다.
공항 안을 한 바퀴 천천히 둘러보다가, 잠시 몸을 뉘일 수 있는 공간을 발견했다. 밤을 새운 상태였기에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우리는 그 자리에 가방을 내려놓고 그대로 누웠다. 공항 특유의 안내 방송 소리, 사람들이 오가는 발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지만, 피로가 워낙 누적된 상태라 그런 소음마저도 자장가처럼 느껴졌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잠 덕분에 정신만큼은 조금이나마 회복할 수 있었다.
예상치 못한 선물, 새해 첫 사케
잠시 잠에서 깨어 화장실을 다녀오는 길에, 공항 안에서 낯선 풍경을 마주했다.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사케를 나누어주고 있었던 것이다. 새해 첫날을 맞아 진행하는 행사인 듯했다. 평소 술을 즐기는 편은 아니었지만, 공짜로 나누어준다는 말에 얼떨결에 하나를 받아들었다.
함께 동행한 일행은 술을 좋아하는 편이었기에, ‘이건 선물이다’라는 생각으로 넘겨주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공항 안을 이동할 때마다, 그리고 다시 쉬고 있던 공간으로 돌아왔을 때까지, 여러 번 같은 직원들에게서 사케를 권유받게 되었다. 얼굴을 기억하지 못했던 것인지, 아니면 새해라서 그런 것인지, 덕분에 생각보다 많은 사케를 맛보게 되었다.
사케는 네모난 나무 잔에 담겨 나왔고, 잔에는 ‘Narita Airport’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마시고 나서 버리기엔 아까워 그대로 챙겨왔다. 지금은 집에서 필기구를 담아두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데, 볼 때마다 이 날의 새벽 공항 풍경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장소에서 받은 작은 기념품이었고, 그래서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나리타 공항 제3터미널, 마지막 식사로 고른 ‘도쿄 교자’
잠을 조금 자고, 사케로 몸을 깨운 뒤에야 비로소 아침 식사를 할 시간이 되었다. 나리타 공항 제3터미널 출발층에는 생각보다 다양한 식당들이 모여 있었고, 이른 시간임에도 몇몇 매장은 이미 문을 열고 있었다. 무엇을 먹을지 잠시 고민하다가,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곳이 바로 ‘도쿄 교자’였다.
지나치며 본 교자의 비주얼이 꽤 인상적이었다. 결국 우리는 자판기를 통해 라멘과 교자를 주문했다. 교자는 군만두로 선택했는데, 역시 일본답게 바삭하게 구워진 만두가 인상적이었다. 밤을 새우고 맞이한 새해 첫 아침, 그리고 일본에서의 마지막 식사로는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선택이었다.
이 식사가 특별해서라기보다는, 이 식사를 둘러싼 상황이 기억에 남는다. 밤을 새우고, 공항 바닥에서 잠을 자고, 예상치 못한 사케를 마신 뒤 먹는 따뜻한 음식. 여행의 끝자락에서야 비로소 숨을 고르는 느낌이었다.

출국을 앞두고, 조용히 정리되는 여행의 끝
식사를 마치고 나니, 이제 정말 출국을 준비해야 할 시간이었다. 체크인도 가능해졌고, 공항의 분위기도 조금씩 ‘이별의 공기’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이번 여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계획적이지 않았고, 그래서 더 많은 변수와 우연이 있었다. 하지만 그 우연들 덕분에, 나리타 공항 제3터미널에서 보낸 이 새벽의 시간은 이번 여행 전체를 정리해주는 마지막 장면처럼 느껴졌다.
도쿄에서의 연말과 새해는 그렇게, 화려함보다는 피로와 조용함 속에서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조용한 마무리가 오히려 오래 남는다.
📍 나리타 국제공항 (Narita International Airport)
- 주소 : 1-1 Furugome, Narita, Chiba 282-0004, Japan
- 전화번호 : +81 476-34-8000
- 홈페이지 : https://www.narita-airport.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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