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코하마 비브레 타워레코드, 카노우 미유(SIS/T) & 마코토 미니 라이브 현장
공연 전, 다시 시작되는 준비의 시간
꽃다발을 준비하고 나서, 우리는 다시 요코하마 비브레 쇼핑몰 안으로 돌아왔다. 스타벅스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꽃다발에 적을 메시지를 마지막까지 다듬는 동안에도, 머릿속은 이미 공연장 안으로 들어가 있었다. 이제 곧 다시 굿즈 판매가 시작되고, 입장 번호를 받기 위한 작은 전쟁이 시작될 터였다. 전날 긴시초에서 한 차례 경험을 하고 난 뒤라서, 오늘은 훨씬 더 현실적이고 전략적인 마음가짐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이번 공연 역시 구조는 단순했다. 굿즈는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CD를 구매하는 방식이었고, CD를 몇 장 사느냐에 따라 특전 행사 참여 범위가 결정되며, 동시에 ‘우선 입장권’을 받을 수 있었다. 중요한 건 몇 장을 사느냐보다, 몇 번 나눠서 사느냐였다. 한 번에 여러 장을 사도 입장권은 한 장, 하지만 나눠서 구매하면 그만큼 기회가 늘어나는 구조. 일본의 이런 시스템에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고, 덕분에 이 날은 훨씬 계산적으로 움직일 수 있었다.
처음에는 1:1 사진 촬영을 염두에 두고 CD 3장을 구매했다. 결과는 30번대 초반. 아주 나쁘지는 않지만, 이 작은 공연장에서는 조금 애매한 번호였다. 그래서 곧바로 전략대로 다시 CD 2장을 추가 구매했고, 이번에는 15번대가 나왔다. 이 정도면 충분히 경쟁력 있는 번호라고 판단했고, 더 이상의 무리한 소비는 하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이때, 함께 온 한국 팬 중 한 명이 좋은 번호를 여러 장 뽑아낸 상황이 벌어졌다. 그 중 하나였던 11번을 필자에게 넘겨주었고, 자연스럽게 가지고 있던 15번은 또 다른 한국 팬에게 전달되었다. 그렇게, 이 날도 한국에서 온 팬들끼리는 말없이 서로를 밀어주며, 최대한 앞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움직였다.

입장 대기, 그리고 짧은 대화들
공연 시작 약 40~45분 전부터 본격적인 입장 대기가 시작되었다. 번호 순서대로 줄을 맞춰 서는 과정에서, 바로 앞에는 기타규슈에서 일부러 요코하마까지 올라왔다는 일본인 할아버지 팬이 있었다. 12번 번호를 들고 있던 그는, 의외로 영어를 어느 정도 구사할 수 있었고, 덕분에 대기 시간 동안 짧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이 공연을 보러 여기까지 왔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오가는 순간, 이 작은 무대가 단순한 지역 행사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되었다.
서로의 입장에서는 조금 우스운 장면이었을지도 모른다. 일본의 작은 미니 라이브를 보기 위해 해외에서 날아온 한국 팬들, 그리고 일본 내에서도 먼 지역에서 일부러 이동해온 팬들. 하지만 그 모든 움직임이 이 짧은 시간을 향해 모이고 있다는 사실이 묘하게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예상보다 훨씬 작은 공연장, 그리고 압도적인 거리감
요코하마 비브레 타워레코드 안에 마련된 공연장은, 솔직히 말해 지금까지 경험한 타워레코드 공연장 중에서도 가장 작았다. 긴시초 공연장이 작다고 느꼈던 기억이 있었는데, 이곳은 그보다도 훨씬 더 압축된 공간이었다. 체감상 객석 전체가 6평 남짓한 원룸 하나 정도의 크기. 최대한 빽빽하게 들어가면 70~80명 정도가 겨우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 규모였다.
그만큼 무대와 객석의 거리는 말이 안 될 정도로 가까웠다. 필자는 2열이었지만, 이미 무대와의 거리는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은 수준이었다. 1열이라면 아티스트의 숨결까지 느껴질 것 같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었다. 우리나라 공연 문화에서는 좀처럼 경험하기 어려운 구조였기에, 이 거리감 자체가 하나의 문화 충격처럼 다가왔다. 관객 입장에서는 더없이 좋은 환경이지만, 무대에 서는 아티스트에게는 부담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다섯 곡, 그리고 다시 한 번 채워진 밀도
이번 요코하마 공연 역시 미니 라이브라는 형식에 맞춰 총 다섯 곡으로 구성되었다. 선곡 자체는 전날 긴시초 공연과 동일했지만, 체감되는 밀도는 오히려 더 높게 느껴졌다. 처음 듣는 곡에서 오는 긴장감이나 호기심 대신, 이미 한 번 몸으로 받아들인 곡들을 다시 마주했을 때 생기는 여유와 집중력이 이 작은 공연장을 완전히 채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멜로디의 흐름, 멤버들의 동선, 각 곡마다 자연스럽게 바뀌는 표정과 호흡까지도 이제는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그래서 전날보다 훨씬 깊이 공연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이날의 세트리스트는 다음과 같았다.
- I am in the mood for dancing
- 愛のバッテリー
- Stay with me
- う、ふ、う、ふ
- 愛のバッテリー (한국어 ver.)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마지막 곡으로 다시 한 번 선택된 ‘사랑의 배터리’ 한국어 버전이었다. 이미 공연 중반에 일본어 버전으로 한 차례 불렀음에도 불구하고, 이 곡이 다시 시작되는 순간 공연장의 공기가 미묘하게 달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단순한 앙코르 같은 반복이 아니라, 이 공간에 모여 있는 사람들을 다시 한 번 정확히 향해 오는 느낌이었다고 해야 할까. 한국 팬들이 이 자리에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들을 분명히 의식하고 있다는 메시지가 노래 한 곡에 자연스럽게 실려 전달되는 순간이었다. 결과적으로 같은 곡을 두 번 들은 셈이 되었지만, 그 두 번은 전혀 같은 경험이 아니었고, 오히려 하나의 곡이 서로 다른 장면으로 기억에 남게 되었다.
공연 시작 전, 스태프가 “공간이 매우 협소하니 호응은 가능한 한 자제해 달라”고 조심스럽게 안내했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그 부탁을 온전히 지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 공연을 보기 위해 한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넘어온 사람들, 하루 이틀의 일정에 공연을 맞추기 위해 동선을 조정하고 체력을 쥐어짜낸 사람들 앞에서, 감정을 눌러두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결국 이 날도 호응은 짧았지만 분명했고, 작지만 밀도 높은 에너지가 공연장 안을 계속해서 오갔다. 무대와 객석의 거리가 거의 없었던 만큼, 그 에너지는 곧바로 멤버들에게 전달되는 듯 보였다.
특히 인상 깊었던 장면은, 이 날 공연장에 필리핀에서 온 팬들이 함께하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시스의 멤버 타라 리호코를 응원하기 위해 일부러 일본까지 날아왔다는 이들은, 한국어로 “타라짱 예뻐요!”를 외치며 응원을 보내고 있었다. 일본 무대에서, 필리핀 팬이 한국어로 일본 멤버를 응원하는 장면. 그 장면을 보고 있자니 순간적으로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이 풍경이 과연 현실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국적도, 언어도, 출발점도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하나의 무대 앞에 모여 같은 이름을 부르고 같은 박자를 타고 있다는 사실이 묘하게 마음을 건드렸다.
그 순간만큼은 이 작은 타워레코드 공연장이 단순한 음반 매장 안의 이벤트 공간이 아니라, 아시아 여러 나라의 팬들이 자연스럽게 뒤섞인 하나의 교차점처럼 느껴졌다. 한국에서 온 우리 일행이 이상한 존재로 보였을지도 모르지만, 동시에 우리 역시 이 풍경의 일부였고, 그 안에서 나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요코하마 공연의 다섯 곡은 그렇게, 짧지만 확실하게 ‘다시 한 번’ 이 여행의 밀도를 끌어올려 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공연이 끝난 뒤, 진짜 본편이 시작되다
라이브가 끝난 뒤 멤버들은 잠시 무대를 떠났고, 관객석에는 자연스럽게 다음 순서를 기다리는 긴장과 기대가 섞인 공기가 흘렀다. 곧이어 특전 행사가 시작되었다. 순서는 전날과 동일했다. 먼저 멤버 전원과 함께하는 단체 사진 촬영. 이번에도 멤버들 앞에 의자를 두고 앉아 촬영하는 방식이었는데, 무대와 객석의 거리를 의도적으로 유지하려는 구조가 분명하게 느껴졌다. 자유로운 포즈보다는 ‘기록’에 가까운 장면이었지만, 그만큼 이 시간이 공식적인 행사라는 인상도 분명했다.
이어진 사인회는, 이 날 체감상 가장 온도가 높은 순간이었다. 전날 다른 팬들로부터 “의외로 가장 만족도가 높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이번에는 직접 참여해 보기로 했다. 책상 앞에 앉은 멤버들과 마주 앉아 CD에 사인을 받는 짧은 시간. 길지는 않았지만, 무대 위에서 보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표정과 시선이 오갔다. 몇 마디의 인사, 짧은 웃음, 그리고 눈을 맞추는 그 순간들이 공연 전체를 다시 정리해주는 느낌이었다.
이날은 이름을 말하면 함께 적어준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막상 순서가 되자 머릿속이 하얘졌다. 결국 이름 대신 ‘ありがとう’라는 단어를 적어달라고 했고, 그 선택은 나중에 곱씹을수록 아쉬움으로 남았다. 아주 사소한 선택 하나가, 이렇게 오래 기억에 남을 줄은 그때는 몰랐다.
마지막으로 진행된 1:1 사진 촬영은 솔직히 말해 이 날 유일하게 아쉬움이 남은 순간이었다. 촬영을 담당한 스태프의 손놀림이 그다지 섬세하지 못했고, 몇몇 팬들의 사진은 포즈를 취하기도 전에 셔터가 눌린 경우도 있었다. CD 세 장을 구매해 얻은 결과물로는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가 많았고, 현장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이어졌다. 기대치가 높았던 만큼, 실망도 분명히 존재했다.

공연장을 나서며 남은 감정들
모든 일정이 끝난 뒤, 우리는 비브레 쇼핑몰 앞에서 잠시 더 머물렀다. 필리핀에서 온 팬들, 기타규슈에서 올라온 할아버지 팬, 그리고 고베에서 장미꽃 100송이를 들고 온 팬까지. 이 작은 공연을 중심으로 모인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한 공간에 남아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특히 아사히 아이에게 장미꽃 100송이를 전달한 팬은, 그 자체로 이 날의 또 다른 주인공처럼 보였다. 짧은 공연 하나를 위해 고베에서 요코하마까지 이동하고, 생화로 준비한 꽃다발을 전달하는 장면은 단순한 팬 활동을 넘어선 무언가처럼 느껴졌다. 그 장면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이 공연이 단순한 이벤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기타규슈에서 왔던 할아버지 팬과도 다시 한 번 인사를 나눴다. “3월 공연에도 올 거다”라는 말을 남기며 웃던 그의 모습은, 이 공연이 특정 세대나 국적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걸 조용히 증명하고 있었다. 그렇게 멤버들이 떠나고, 팬들도 하나둘씩 각자의 방향으로 흩어졌다.
짧았지만 밀도 높았던 이 요코하마의 시간은, 이번 여행에서 분명 하나의 정점으로 남았다. 전날 긴시초가 시작이었다면, 이 날의 요코하마는 그 감정을 완전히 응축시킨 순간이었다. 공연이 끝났다는 사실보다, “이 장면은 오래 남겠다”는 확신이 먼저 들었던 시간이었다.
📌 요코하마 비브레 타워레코드 정보
- 📍 주소 : 〒220-0005 Kanagawa, Yokohama, Nishi Ward, Minamisaiwai, 2 Chome−15−13 横浜ビブレ 7F
- 📞 전화번호 : +81-45-412-5601
- 🌐 홈페이지 : https://tower.jp/store/kanto/YokohamaVIVRE
- 🕒 영업시간 : (월–금) 11:00 – 21:00 / (토–일) 10:00 – 21:00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