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 속에서 이어지던 버스킹, 그리고 이름 하나가 남다
쓰루미역 서쪽 출구 근처에 있는 요시노야에서 급하게 저녁을 마치고 나왔을 때, 시간은 이미 밤 10시를 훌쩍 넘긴 상태였다. 이제 남은 일정은 단 하나, 쓰루미역에서 전철을 타고 하네다 공항으로 이동해 밤을 새우는 것뿐이었다. 여행의 끝자락, 일정표로 치면 이미 ‘마무리’에 해당하는 구간이었다.
2월의 요코하마 밤공기는 생각보다 훨씬 차가웠다. 일본의 겨울이 한국보다 덜 춥다고들 하지만, 이 날만큼은 그런 말이 크게 와닿지 않았다. 바람이 불 때마다 체온이 훅 빠져나가는 느낌이었고, 자연스럽게 발걸음은 빨라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쓰루미역으로 향하던 길, 역 앞 광장에서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추위 속에서도 멈추지 않던 노래
사실 이 가수는 처음 보는 사람이 아니었다. 저녁 식사를 하러 나올 때도 같은 자리에서 노래를 하고 있었고, 그때도 “이 추운 날씨에 아직도 하고 있네”라는 말을 잠깐 나누고 그냥 지나쳤다. 그런데 식사를 마치고 돌아온 시각에도, 거의 관객이라고 할 만한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도, 그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서 노래를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이상하게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관객은 거의 없었고, 지나가는 사람들 대부분은 고개를 숙인 채 빠르게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마이크 앞에 서서, 추위를 견디며 노래를 이어가고 있었다. 생활을 위해서인지, 노래를 멈출 수 없어서인지, 혹은 그냥 오늘 이 자리에 서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 장면은 유독 강하게 남았다.
우리 일행은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멈추고 노래를 들었다. 일정이 모두 끝난 상태였기에 서두를 이유도 없었고, 오히려 여행의 마지막을 이런 장면으로 마주하는 것이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짧은 박수,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어진 인연
노래가 끝나자 우리는 박수를 쳤다. 그제야 가수는 우리 쪽을 바라보며 고개를 숙였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팁 박스에 소액이지만 마음을 담아 넣었다. 그러자 그는 다시 마이크를 잡고 다음 곡을 시작했다.
그 모습이 이상하게 묘한 기분을 자아냈다. ‘관객이 있으니까 노래한다’기보다는, ‘노래를 하고 있으니 관객이 생긴다’는 쪽에 더 가까워 보였기 때문이다.
무명 가수의 CD, 그리고 여행의 마지막 기념품
다음 곡이 끝나고 이제 정말 역으로 들어가야 할 시간이 되었을 때, 함께한 지인 한 명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CD도 파시나요?”
의외로 그는 CD를 가지고 있었다. 정식 발매 앨범은 아니고, 본인이 직접 제작한 CD였다. 종류는 두 가지였다.
- 1곡이 담긴 CD : 2,000엔
- 5곡이 담긴 CD : 3,500엔
- 그리고 두 장을 모두 구매하면 500엔을 할인해 준다고 했다.
처음 질문을 던진 지인은 두 장을 모두 구입했고, 나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1곡짜리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타이밍이 묘하게 엇갈리면서, 1곡짜리는 이미 판매가 끝나버렸고, 내 앞에는 5곡이 담긴 CD만 남아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가격은 결코 싸지 않았다. 무명 가수가 직접 구운 CD 치고는 꽤 높은 가격이었고, 무엇보다 이제는 CD를 재생할 기기조차 쉽게 찾을 수 없는 시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나는 그 CD를 구입했다.
이건 음악을 듣기 위한 CD라기보다는, 이 여행의 마지막 장면을 물질로 남겨두는 선택에 가까웠다. 추운 밤, 관객도 거의 없는 역 앞 광장에서 노래를 하던 한 사람, 그리고 그 앞에 잠시 멈춰 섰던 우리의 시간. 그 모든 것을 통째로 담아두는 기념품 같은 느낌이었다.

이름 하나가 남다 — 푸카스타
가수의 이름은 푸카스타(フカスタ)였다. 공연이 끝난 뒤 인스타그램을 서로 교환했고, 이후로도 가끔 그의 소식을 타임라인에서 보게 되었다. 여전히 거리에서 노래를 하고 있고, 여전히 자신만의 속도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날 이후로 ‘잘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따라붙었다. 큰 무대에 오르지 않더라도, 적어도 노래를 계속할 수 있는 길을 오래 걷기를 바라게 되는 그런 마음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쓰루미역으로 들어갔다. 전철을 타고 하네다 공항으로 향하는 동안, 여행 내내 만났던 수많은 무대와 공연들이 스쳐 지나갔지만, 이상하게도 가장 오래 남은 장면은 이 쓰루미역 앞의 조용한 버스킹이었다.
📌 요코하마 쓰루미역 정보
- 📍 주소 : 〒230-0051 神奈川県横浜市鶴見区鶴見中央1丁目1−1
- 📞 전화번호 : +81-45-501-0611
- 🌐 홈페이지 : https://www.jreast.co.jp/estation/stations/102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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