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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여행 — 우에노 ‘灯花(도카)’ 하루를 내려놓을 수 있었던 라멘 한 그릇

주문을 마치고 자리에 앉으니, 그제야 하루 동안 쌓였던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오는 느낌이 들었다. 아침부터 비를 맞으며 이동했고, 공연을 보고, 다시 전철을 타고 이동하며 하루를 꽉 채웠던 일정이었기에 몸이 먼저 반응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실내의 따뜻한 공기, 의자에 등을 기대고 앉는 순간, “아, 이제 좀 쉬어도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롯본기에서의 일정이 마무리되고 나니, 자연스럽게 발걸음은 다시 우에노로 향했다. 도쿄에 여러 번 와 보았지만, 이상하게도 우에노는 언제나 ‘돌아오는 장소’ 같은 느낌을 준다. 처음 도쿄에 왔을 때 가장 먼저 익숙해졌던 동네이기도 하고, 전철 노선도 복잡하지 않아 이동의 기준점처럼 느껴지는 곳이기도 하다. 롯본기 일대에서 그대로 저녁을 해결할 수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그 지역 특유의 분위기와 가격대를 생각하니 선뜻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하루를 정리하는 식사만큼은 조금 더 편안한 곳에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선택된 곳이 우에노였다.


도쿄 우에노역, 다시 익숙한 풍경 속으로

전철에서 내려 우에노역 개찰구를 통과하자, 낮과는 또 다른 분위기의 우에노가 눈앞에 펼쳐졌다. 관광객과 현지인이 뒤섞여 분주하게 오가는 풍경, 식당 앞에 줄을 선 사람들, 그리고 역 주변 특유의 소란스러움이 여전히 살아 있었다. 이 풍경을 보고 있으니 “아, 오늘 하루도 꽤 멀리까지 왔구나”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사실 오늘은 아침부터 비를 맞으며 이동했고, 야외 공연까지 보고 난 뒤에도 계속해서 장소를 옮겨 다닌 날이었다. 체력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이미 꽤 소모가 된 상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처음 눈에 들어온 몇몇 식당은 이미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우에노답게 유명한 가게들이 많은 탓에, 줄을 서서 먹는 것이 당연한 풍경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날만큼은 ‘기다림’이라는 요소가 유난히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여행의 마지막을 향해 가는 시점에서, 굳이 체력을 더 소모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조금 발걸음을 옮기다 보니, 비교적 조용해 보이는 라멘집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우연히 들어간 라멘집, 灯花(도카)

일부러 찾아온 곳은 아니었다. 계획에 있었던 장소도 아니었고, SNS에서 미리 봐둔 가게도 아니었다. 그저 “지금 이 순간, 바로 들어갈 수 있는 곳”이라는 점이 가장 큰 이유였다. 가게는 우에노역 바로 인근, JR 노선이 지나는 공간 가까이에 자리 잡고 있었고, 생각보다 깔끔한 외관과 차분한 분위기를 갖고 있었다. 이런 경우, 큰 기대를 하지 않는 편이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기대가 없으면 실망도 없고, 만족은 더 크게 다가오기 마련이니까.

메뉴를 살펴보니 일반 라멘뿐만 아니라 츠케멘도 함께 판매하고 있었다. 츠케멘은 면과 국물이 따로 나와, 면을 국물에 찍어 먹는 방식의 라멘이다. 예전에 도쿄를 여행하던 2018년에 한 번 먹어본 기억이 있었지만, 이후로는 일부러 찾아 먹을 기회가 거의 없었다. 그래서인지 메뉴판에서 ‘츠케멘’이라는 글자를 보는 순간, 괜히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계획하지 않았던 재회 같은 느낌이랄까.


따로 나오는 면과 국물, 츠케멘이라는 선택

주문을 마치고 자리에 앉으니, 그제야 하루 동안 쌓였던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오는 느낌이 들었다. 아침부터 비를 맞으며 이동했고, 공연을 보고, 다시 전철을 타고 이동하며 하루를 꽉 채웠던 일정이었기에 몸이 먼저 반응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실내의 따뜻한 공기, 의자에 등을 기대고 앉는 순간, “아, 이제 좀 쉬어도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후, 면과 국물이 각각 담긴 츠케멘이 테이블 위에 올라왔다. 보기에도 정갈했고, 김이 은은하게 올라오는 국물에서는 진한 향이 느껴졌다. 면을 집어 국물에 찍어 한 입 먹는 순간, 몸이 안쪽부터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특별히 자극적인 맛은 아니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었다. 여행 중에 먹는 음식이 항상 ‘맛집’일 필요는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여행의 피로가 녹아내리는 시간

이 날의 식사가 더 만족스럽게 느껴졌던 이유는, 아마도 음식 그 자체보다는 ‘상태’ 때문이었을 것이다. 체력이 떨어진 상황, 비를 맞은 뒤의 서늘함, 하루 종일 이어진 이동의 피로가 겹쳐 있었기에, 따뜻한 음식 한 그릇이 주는 위안이 훨씬 크게 다가왔다. 라멘을 먹으며 말수가 자연스럽게 줄어들었고, 굳이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아도 괜찮은 시간이 흘렀다.

이런 순간이 여행에서 꽤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려한 장소나 특별한 이벤트만이 여행을 채우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렇게 우연히 들어간 가게에서, 아무 생각 없이 식사를 하며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이 있어야 다음 일정도 가능해진다. 우에노라는 동네가 주는 익숙함도, 이 식사를 더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요소였던 것 같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니, 다시 우에노의 밤공기가 느껴졌다. 이제 남은 일정은 커피 한 잔 정도. 그렇게 우리는 무리하지 않는 속도로, 여행의 마지막 밤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 도쿄 우에노 라멘 灯花(도카)

  • 📍 주소 : 〒110-0005 Tokyo, Taito City, Ueno, 7 Chome−1−1 アトレ上野 WEST 1F
  • 전화번호 : +81-3-5826-5762
  • 🌐 공식 홈페이지 : https://linktr.ee/ramen_toka
  • 🕒 영업시간 : 10:00 – 0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