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리그 아비스파 후쿠오카 vs 니가타, 그리고 카노우 미유가 남긴 장면
이벤트존에서의 짧지만 강렬했던 공연이 끝나고, 우리는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동선을 따라 이동했다. 아직 경기는 시작되기 전이었고, 그라운드 위에서는 선수들이 몸을 풀며 워밍업을 진행하고 있는 시점이었다. 관중석 곳곳에는 이미 자리를 잡은 팬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었고, 경기 시작을 기다리는 특유의 설렘이 경기장 안에 천천히 퍼지고 있었다.
마음이 급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우리는 경기 시작 전에 여유 있게 입장한 상황이었고, 전반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관람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전반전이 끝난 뒤, 하프타임에 다시 한 번 카노우 미유가 경기장 안에 등장해 공연을 펼칠 예정이라는 사실이 이 날의 일정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고 있었다. 축구 경기와 공연을 한 자리에서, 같은 흐름 안에서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일정. 말 그대로 ‘일석이조’라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오후였다.


J리그 12라운드, 아비스파 후쿠오카 vs 알비렉스 니가타
이 날 경기는 J리그 12라운드 일정으로, 홈팀 아비스파 후쿠오카와 원정팀 알비렉스 니가타의 맞대결이었다. 시즌 중반으로 접어드는 시점에서 두 팀 모두 안정적인 순위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특히 아비스파 후쿠오카 입장에서는 상위권 도약을 위해 반드시 승점이 필요한 경기였다. 상대인 니가타는 순위상으로는 다소 아래에 있었지만, J리그 특유의 변수 많은 흐름을 생각하면 방심할 수 없는 상대이기도 했다.
중위권과 하위권 팀의 맞대결이라는 이유로 외부의 큰 주목을 받는 경기는 아니었을지 몰라도, 이날 경기장을 찾은 관중은 11,350명에 달했다. 경기장에 들어서는 순간, 이 숫자가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바로 체감할 수 있었다. 홈팀 색깔로 물든 관중석, 드럼 소리와 응원가, 그리고 경기 시작 전부터 이어지는 특유의 긴장감이 공기를 채우고 있었다.


홈 응원석에서 느낀 J리그의 온도
우리가 선택한 좌석은 홈팀 응원석이었다. 아비스파 후쿠오카의 서포터들이 밀집해 있는 구역으로, 가장 열정적인 응원이 펼쳐지는 곳이기도 했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쏟아지는 응원 소리는 생각보다 훨씬 컸고, 리듬감 있게 이어지는 응원가와 깃발의 물결은 그 자체로 하나의 공연처럼 느껴졌다.
다만, 축구 ‘관람’이라는 측면만 놓고 보면 아쉬운 점도 분명히 있었다. 그라운드와 관중석의 단차가 크지 않은 구조 탓에, 반대편 골대 쪽에서 벌어지는 장면은 시야 확보가 쉽지 않았다. 특히 세밀한 전술이나 골문 앞 혼전 상황을 보기에는 다소 불리한 위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자리에는 이 자리만의 매력이 있었다. 응원의 중심에 있다는 감각, 경기장의 열기를 가장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는 점은 메인 관람석과는 또 다른 경험이었다.


하프타임, 그리고 OVER DRIVE
전반전이 끝나고 하프타임이 시작되자, 경기장 분위기는 잠시 숨을 고르는 듯했지만, 이내 또 다른 기대감으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분명했다. 하프타임 공연을 위해 카노우 미유가 다시 한 번 그라운드에 등장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미유는 하프라인 부근, 메인 관람석 쪽에 가까운 위치에서 공연을 펼쳤다. 우리가 앉아 있던 홈 응원석에서는 꽤 먼 거리였고, 솔직히 말해 미유의 표정이나 세세한 동작을 또렷하게 보기에는 어려운 위치였다. 처음 경기장을 방문하는 상황에서 공연 위치까지 정확히 예측하기란 쉽지 않았기에, 이 아쉬움은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할 부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공간 안에서 같은 시간에 공연을 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었다. 미유는 이 날 OVER DRIVE를 불렀다. 자신의 곡은 아니지만,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이 곡을 커버하며 큰 주목을 받았고, 현재의 활동으로 이어지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 곡이기도 하다. 그런 상징성을 지닌 곡을, 축구 경기의 하프타임이라는 다소 이색적인 무대에서 부른다는 점이 인상 깊게 다가왔다.
공연 시간은 짧았다. 체감상으로는 순식간에 지나간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 안에, 이 날의 특별함은 충분히 각인되었다. ‘지금 이 장면을 직접 보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하나의 기록이 되고 있었다.

가격 차이, 그리고 좌석에 대한 뒤늦은 깨달음
경기가 끝난 뒤에야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었다. 미유의 하프타임 공연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자리는 메인 관람석 중앙 좌석이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 좌석의 가격은 약 10만 원 선으로, 결코 가볍게 선택할 수 있는 금액은 아니었다. 반면 우리가 앉았던 홈 응원석은 25,000원으로, 가격만 놓고 보면 4배 가까운 차이가 났다.
확실히 메인 관람석은 시야도 넓고, 경기와 공연 모두를 균형 있게 즐길 수 있는 위치였다. 다음에 다시 이런 기회가 있다면, 여유를 두고 메인 관람석을 선택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날만큼은, 홈 응원석에서 느낀 생생한 분위기 역시 값진 경험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3-2, 아비스파 후쿠오카의 승리
하프타임 공연이 끝나고 경기는 후반전으로 이어졌다. 전반전에만 무려 다섯 골이 터지는 난타전 끝에, 스코어는 3-2, 아비스파 후쿠오카가 한 골 앞선 상황이었다. 경기 초반 선제골을 내주며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곧바로 동점골과 역전골을 만들어내며 흐름을 가져왔다.
후반전에는 추가 득점 없이 시간이 흘렀지만, 아비스파는 집중력을 잃지 않고 리드를 끝까지 지켜냈다. 결과적으로 3-2 승리. 처음으로 현장에서 직관한 J리그 경기에서, 응원하던 홈팀이 승리를 거두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 날의 기억은 더욱 선명해졌다.
초청 공연을 펼친 미유에게도 이 결과는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공연이 열린 날, 홈팀이 패배하는 것과 승리하는 것은 이후의 분위기와 기억에 적지 않은 차이를 남긴다. 그런 점에서 이 날의 승리는 여러모로 ‘완벽한 마무리’에 가까웠다.


비행기가 지나가는 축구장, 이국적인 풍경
경기를 관람하는 내내, 뒤쪽 하늘로 이따금씩 비행기가 떠오르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베스트 덴키 스타디움은 공항과 매우 가까운 위치에 자리하고 있기에 가능한 풍경이었다. 잔디 위에서 선수들이 치열하게 공을 다투는 동안, 그 뒤편 하늘로는 여객기가 이륙하는 모습이 겹쳐졌다.
이 장면은 참으로 이국적이었다. 아마 한국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풍경일 것이다. 축구 경기, 함성, 그리고 비행기. 이 세 가지가 동시에 존재하는 공간에서 느껴지는 묘한 감각은, 이곳이 ‘여행지’라는 사실을 계속해서 상기시켜 주었다.
기억에 오래 남을 한 장면
이 날 베스트 덴키 스타디움에서의 경험은 단순히 ‘축구 경기를 봤다’거나 ‘공연을 봤다’는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웠다.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난 스포츠, 음악, 사람들, 그리고 공간의 분위기가 한 겹씩 겹쳐지며 만들어낸 하나의 장면이었다.
후쿠오카 여행의 두 번째 하이라이트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순간. 그리고 분명한 것은, 이 날의 기억이 오래도록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었다.
📌 베스트 덴키 스타디움 (Best Denki Stadium)
- 📍 주소: 2 Chome-1-1 Higashihiraokoen, Hakata Ward, Fukuoka, 812-0852
- 📞 전화번호: +81-92-612-7070
- 🌐 홈페이지: https://www.midorimachi.jp/park/guide.php?code=202002
- 🕒 운영시간: 경기 및 이벤트 일정에 따라 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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