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란 라멘에서 이른 저녁 식사를 마친 뒤, 오늘 일정의 마지막 갈림길이 찾아왔다. 여기까지 함께 움직였던 지인 한 명과는 이 자리에서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 돌아가는 항공편이 서로 달랐고, 그 때문에 함께할 수 있는 시간도 여기까지였다. 여행을 하다 보면 늘 이런 순간이 생긴다. 같이 걷고, 같이 먹고, 같은 풍경을 보다가도 어느 순간 각자의 시간으로 돌아가야 하는 순간 말이다. 그렇게 우리는 이치란 라멘 본점 앞에서 짧은 작별 인사를 나누고, 다음을 기약하며 서로 다른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별이라는 단어가 주는 묘한 공기가 아직 가시지 않은 채, 나는 남은 일정의 방향을 다시 잡아야 했다. 숙소로 바로 돌아가기에는 아직 하루가 끝났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고, 배도 막 불렀던 터라 잠시라도 걸으면서 소화를 시킬 시간이 필요했다.


강을 따라 걷는 선택, 하카타 포트 타워까지의 산책
지도를 켜고 근처 갈 만한 곳을 살펴보다가 눈에 들어온 곳이 바로 하카타 포트 타워였다. 도보로 약 30분 남짓.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비슷한 시간이 걸리는 위치였고, 애매하게 환승을 해야 하는 구조였다. 그렇다면 차라리 천천히 걸어가는 편이 낫겠다는 결론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후쿠오카에 왔으니, 이 도시를 상징하는 구조물 하나쯤은 직접 눈으로 보고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게 우리는 하카타강과 나카강이 이어지는 강변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목적지는 분명했지만, 속도는 일부러 늦췄다. 여행의 마지막 장면으로는 이런 리듬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걷는 동안 마주한 하카타의 저녁 공기
하카타 포트 타워로 향하는 길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강변을 따라 걷는 길이 이어져 있었고, 걷는 동안 강바람이 꾸준히 불어왔다. 물론 바다와 가까운 지역 특유의 습한 공기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낮의 찜통 같은 더위에 비하면 훨씬 견딜 만한 수준이었다. 낮에는 숨이 막힐 듯했던 공기가, 해가 기울자 조금은 여유를 되찾은 느낌이었다.
강물 위로 비치는 주변 건물들의 불빛을 보며 걷다 보니, 자연스럽게 걸음이 느려졌다.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괜찮았고, 굳이 사진을 찍지 않아도 괜찮은 시간이었다. 그냥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무료로 오를 수 있는 항구의 전망대
그렇게 강변을 따라 걷다 보니, 목적지인 하카타 포트 타워가 모습을 드러냈다. 하카타 포트 타워는 1964년에 건설된 타워로, 높이는 약 100m. 후쿠오카시 동쪽, 하카타 항구 인근에 자리하고 있는 구조물이다. 이 타워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전망대 입장이 무료라는 점이다.
타워의 설계자는 다이토 다츄(内藤多仲)로 도쿄 타워를 설계한 인물로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 그런 사람이 설계한 타워를, 그것도 무료로 올라갈 수 있다는 점은 꽤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전망대는 지상 약 70m 높이에 위치해 있으며, 운영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입장 마감은 오후 7시 40분이다.




1층 전시실, 항구의 시간을 훑어보다
타워 안으로 들어가면 가장 먼저 1층의 작은 전시 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은 하카타 항구의 역사와 포트 타워에 대한 간단한 정보를 소개하는 전시실로 운영되고 있었다. 오래된 범선 모형이 전시되어 있었고, 과거 하카타 항구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도 벽면을 채우고 있었다.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항구라는 공간이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를 빠르게 훑어볼 수 있는 구성이라 부담 없이 둘러보기 좋았다. 전망대에 오르기 전, 이 도시와 바다의 관계를 잠시 정리해보는 느낌이었다.



70m 위에서 내려다본 하카타 항구
전시실을 지나 자연스럽게 전망대로 올라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도착한 전망대는 실내 공간으로 되어 있어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고 경치를 감상할 수 있었다. 전망대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하카타 항구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항구에는 대형 여객선으로 보이는 배가 정박해 있었고, 바다 쪽으로는 크고 작은 선박들이 오가고 있었다. 70m라는 높이가 아주 압도적인 시야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항구라는 공간을 조망하기에는 충분한 높이였다. 무엇보다도, 평소에는 잘 내려다볼 일이 없는 항구를 이렇게 위에서 바라본다는 경험 자체가 꽤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야외 전망대가 아닌 실내 전망대라는 점도 장점이었다. 바람이 불거나 날씨가 좋지 않은 날에도 안정적으로 풍경을 감상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운영 시간이 조금 더 늦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 정도였다. 해가 완전히 지고 난 뒤, 이곳에서 항구의 야경을 본다면 또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텐데, 오후 8시까지라는 운영 시간은 야경을 즐기기에는 다소 애매하게 느껴졌다.


바다를 바라보며 하루를 정리하다
전망대에서 한참을 서서 바다를 바라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각이 많아졌다. 이틀 동안의 일정, 사람들과의 만남, 공연장에서의 열기, 그리고 방금 전의 작별 인사까지. 바다는 늘 그렇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넓은 풍경만으로도 충분히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었다.
하카타 포트 타워는 화려한 관광지는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하루의 끝자락에서 조용히 들르기에는 꽤 잘 어울리는 장소였다. 무료라는 점도 좋았지만, 그보다는 ‘천천히 바라볼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이 더 마음에 들었다.
📌 후쿠오카 하카타 포트 타워 정보
- 📍 주소 : 14-1 Chikkohonmachi, Hakata Ward, Fukuoka, 812-0021
- 📞 전화번호 : +81 92-291-0573
- 🌐 홈페이지 : https://www.city.fukuoka.lg.jp/kowan/somu/hakata-port/port_museum.html
- 🕒 운영시간 : 10:00 – 20:00 (수요일 휴무, 입장 마감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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