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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여행 — 공연 전에 들른 한 그릇, 아키하바라 라멘집 ‘이에케이(王道家直系) TOKYO’

왕도야(王道家)는 이에케이 계열 중에서도 비교적 이름이 알려진 계보에 속하는 매장으로, 관광객보다는 현지인들에게 인지도가 높은 편이다. 그래서 일부러 찾아가지 않으면 지나치기 쉬운 위치에 있음에도, 식사 시간대가 되면 꾸준히 줄이 생기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공연 전 식사를 해야 했던 이유

아시아나 항공을 이용했기에 기내식이 제공되었던 덕분에 완전히 공복 상태는 아니었지만, 비행기에서 먹은 식사는 어디까지나 간단한 끼니에 가까웠다. 도쿄에 도착하고 이동을 계속하다 보니 어느새 오후 2시를 훌쩍 넘긴 시각이 되었고, 점심이라 부르기에도 애매하고 저녁이라 하기에도 이른 시간대가 되어 있었다.

이날 저녁에는 공연이 예정되어 있었기에 더더욱 식사를 미루기는 어려웠다. 공연장 근처에 도착하면 시간에 쫓기게 될 가능성이 높았고, 공연 직전에는 줄 서거나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져 식사를 제대로 하기 힘들 것 같다는 판단이 들었다. 결국 우리는 공연장으로 이동하기 전에 아키하바라에서 먼저 식사를 해결하기로 했다. 이동 동선상으로도 자연스러웠고, 무엇보다 도쿄에 도착해서 먹는 첫 식사가 여행의 컨디션을 좌우한다는 것을 여러 번의 여행을 통해 이미 경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도쿄 로컬 라멘, 이에케이(家系ラーメン)의 계보

우리가 향한 곳은 ‘이에케이(家系ラーメン)’ 계열 라멘을 파는 왕도야 직계(王道家直系) TOKYO였다. 이에케이 라멘은 요코하마에서 시작된 라멘 스타일로, 돈코츠 육수에 간장 베이스 타레를 더해 진하고 묵직한 국물을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흔히 일본 라멘을 떠올리면 맑은 쇼유 라멘이나 가벼운 시오 라멘을 생각하기 쉽지만, 이에케이는 그와 정반대에 가까운 스타일이라고 보면 된다. 기름과 감칠맛, 그리고 짭짤한 간이 강하게 느껴지는 전형적인 ‘힘 있는 라멘’이다.

왕도야(王道家)는 이에케이 계열 중에서도 비교적 이름이 알려진 계보에 속하는 매장으로, 관광객보다는 현지인들에게 인지도가 높은 편이다. 그래서 일부러 찾아가지 않으면 지나치기 쉬운 위치에 있음에도, 식사 시간대가 되면 꾸준히 줄이 생기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위치는 아키하바라역 북쪽, 오카치마치 방향에 가까웠다. 지도상으로 보면 아키하바라와 우에노 사이 어딘가에 있는 느낌의 거리라 굳이 아키하바라역까지 오지 않아도 접근이 가능하지만, 우리는 일행들과 만나기 위해 아키하바라에서부터 걸어갔다. 생각보다 꽤 걸어야 했고, 9월의 더위 속에서 캐리어까지 끌고 이동하니 체력 소모가 크게 느껴졌다.


점심 시간이 지났는데도 줄이 있는 가게

식당 앞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줄이었다. 이미 점심 피크 시간은 지난 오후였음에도 매장 앞에는 대기하는 사람들이 서 있었고, 관광객보다는 직장인이나 학생처럼 보이는 손님들이 대부분이었다. 이 모습만으로도 이 가게가 단순한 관광 맛집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리 역시 줄에 합류해 기다리기 시작했다. 도쿄의 9월 날씨는 체감상 서울 한여름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한참 걸어온 뒤라 더위가 더 크게 느껴졌다. 다행히 건물 그림자 아래에서 대기를 할 수 있었고, 줄은 생각보다 빠르게 줄어들었다. 일본 라멘집 특유의 빠른 회전 덕분인지 오래 기다리지는 않고 입장할 수 있었다.


자판기 주문 방식과 차슈 라멘

매장 입구에 들어서면 바로 티켓 자판기가 있다. 일본 라멘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방식으로, 먼저 자판기에서 메뉴를 선택하고 식권을 구매한 뒤 직원에게 전달하는 구조다. 기본 라멘은 900엔대부터 시작했지만, 첫 끼니이기도 했고 이동으로 지친 상태였기에 조금 더 든든하게 먹는 편이 낫겠다고 판단해 차슈가 추가된 라멘을 선택했다. 가격은 1,050엔 정도였다.

좌석에 앉고 잠시 기다리자 라멘이 나왔다. 국물 색부터 상당히 진했다. 돼지뼈와 닭뼈를 함께 끓인 돈코츠 베이스에 간장을 더한 육수였는데, 첫 숟가락을 먹자마자 확실히 강한 맛이 느껴졌다. 짭짤하고 묵직한 감칠맛이 입안을 꽉 채우는 스타일이었다. 처음에는 다소 짜게 느껴졌지만 면과 함께 먹으니 균형이 맞았다. 대신 국물까지 전부 마시기에는 꽤 부담이 되는 농도였다.

차슈는 인상적이었다. 얇게 썬 고기가 아니라 두툼한 편이었고, 살짝 훈연 향이 느껴졌다. 지방과 살코기 비율이 적당해 느끼하지 않았고, 면과 함께 먹었을 때 만족감이 컸다. 추가 토핑이나 면 삶기 정도, 기름 양 등을 조절할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 문화가 있는 것도 이에케이 라멘의 특징인데, 일본어가 익숙하지 않다면 주문 난이도가 조금 높게 느껴질 수도 있는 곳이었다.


여행 첫 끼니가 주는 의미

이 식사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행위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공항에서 이어지던 이동이 끝나고, 처음으로 자리에 앉아 숨을 고르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공항, 전철, 환승, 이동으로 이어지던 여행의 긴장이 이 한 그릇의 식사에서 처음 풀렸다.

관광객이 많은 번화가가 아니라, 현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방문하는 가게에서 먹는 식사는 여행의 분위기를 바꿔준다. ‘여행 중’이라는 감각에서 ‘이 도시에 들어왔다’는 감각으로 넘어가는 순간이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우리는 이곳에서 첫 식사를 마치고 나서야 비로소 몸의 리듬이 맞춰지는 느낌을 받았고, 이후 일정으로 이동할 체력을 회복할 수 있었다.

이렇게 해서 도쿄에서의 첫 끼니를 마치고, 우리는 공연장이 있는 칸다묘진 방향으로 다시 이동을 시작했다. 이제부터가 이번 여행의 본격적인 시작이었다.


📌 이에케이(王道家直系) TOKYO

  • 📍 주소 : 〒101-0021 Tokyo, Chiyoda City, Sotokanda 5-2-7 外神田下村ビル 1F
  • 🌐 홈페이지(X) : https://x.com/iekeitokyo
  • 🕒 영업시간 : (월~토) 11:00 ~ 01:00 / (일) 11:00 ~ 2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