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오쿠보에서 신주쿠 방향으로 천천히 걸어 나오다 보니 어느 순간 골목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한글 간판이 이어지던 거리에서 벗어나자 상점의 형태와 건물 분위기가 바뀌었고, 밤 중심의 동네에서 낮 중심의 동네로 넘어오는 느낌이 들었다. 바로 그 경계 즈음, 큰 길가에 자리 잡은 작은 카페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마침 아침 식사를 하지 못한 상태였고, 잠도 완전히 깬 상태는 아니었기에 잠시 앉아 쉬어갈 장소가 필요했다.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멈춘 곳이 “CAFE NARD”였다.
전날 공연의 여운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맞이하는 아침은 묘하게 현실감이 없다. 몸은 피곤한데 머리는 아직 전날의 장면을 계속 떠올리고 있는 상태다. 그래서 여행 둘째 날 아침은 관광보다도 ‘리듬을 되찾는 시간’에 가깝다. 그 역할을 해줄 장소가 필요했고, 이 카페는 그런 순간에 딱 맞는 곳처럼 보였다.

도쿄 신주쿠와 신오쿠보 사이의 카페, CAFE NARD
카페는 큰 도로변에 있어 찾기 어렵지 않았다. 겉에서 보면 그리 넓어 보이지 않지만 베이커리 카페 형태로 운영되고 있었고, 쇼케이스 안에는 빵과 과자류가 꽤 다양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관광객보다는 근처 주민이나 직장인이 이용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화려하지도, 특별히 개성이 강하지도 않지만 그래서 오히려 부담 없이 들어가기 좋은 종류의 카페였다.
아메리카노 가격은 457엔 정도로, 한화 약 4,500원 수준이었다. 일본 물가를 생각하면 특별히 비싸다고 느껴지지 않는 가격이었다. 오히려 흥미로웠던 점은 라떼와의 가격 차이였다. 한국에서는 아메리카노와 라떼의 가격 차이가 꽤 나는 편인데, 이곳에서는 약 20엔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거의 200원 남짓의 차이였기에 자연스럽게 라떼 쪽이 더 합리적으로 느껴졌다.



이상하게 라떼가 더 어울리는 일본
한국에서는 주로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편인데, 일본에서는 이상하게 라떼를 더 자주 선택하게 된다. 단순히 가격 때문만은 아니다. 일본 카페의 우유 맛이나 전체적인 밸런스가 라떼 쪽이 더 잘 맞는다는 느낌이 있다. 그래서 이번에도 고민 없이 라떼를 주문했다. 같이 진열되어 있던 작은 과자 하나도 곁들였다. 아침을 대신하기에는 충분했고, 너무 무겁지 않아 부담도 없었다.
자리에 앉아 한 모금 마시자 전날 쌓여 있던 피로가 조금씩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여행 중 아침 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하루를 다시 시작하게 만드는 의식에 가깝다. 특히 공연 다음 날 아침은 몸이 생각보다 무겁기 때문에 더 그렇다. 커피의 온기와 카페 안의 조용한 공기가 머릿속을 천천히 현실로 끌어내리는 느낌이었다.
안쪽 공간에서 느껴지는 동네 카페의 분위기
입구 쪽만 보면 좌석이 많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안쪽으로 들어가면 생각보다 넓은 공간이 이어진다. 우리는 안쪽 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외부의 소음이 거의 들리지 않았고, 사람들의 대화도 낮은 목소리로 오가는 정도였다. 관광지 카페와 달리 시간을 재촉하는 분위기가 없어서 자연스럽게 오래 앉아 있게 되는 공간이었다.
커피를 마시며 전날 공연 이야기를 다시 꺼내기도 했고, 점심을 어디에서 먹을지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여행 중 이런 대화는 특별한 내용이 없어도 좋다. 오히려 목적 없이 시간을 보내는 순간들이 여행을 더 또렷하게 기억하게 만든다. 바쁘게 이동하며 보는 장소보다, 이렇게 앉아 있던 시간들이 더 오래 남기도 한다.
신오쿠보와 신주쿠의 경계라는 위치 때문인지 카페 안의 분위기도 양쪽의 성격이 섞여 있었다. 너무 관광지 같지도, 너무 생활권 같지도 않은 중간 지점의 편안함이었다. 덕분에 여행 둘째 날 아침을 서두르지 않고 시작할 수 있었다.


잠시 멈춰가는 시간
결국 이곳에서 보낸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충분했다. 완전히 쉬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바로 관광을 시작하는 것도 아닌 상태에서 하루의 속도를 맞춰주는 역할을 해준 공간이었다. 여행은 장소를 많이 보는 것보다, 그 사이사이의 호흡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느끼게 되는 순간이었다.
카페를 나설 때쯤에는 몸이 확실히 가벼워져 있었고, 이제야 도쿄에서의 둘째 날이 시작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길 위로 나섰다.
📌 도쿄 신오쿠보 카페 CAFE NARD
- 📍 주소 : 〒160-0021 Tokyo, Shinjuku City, Kabukicho, 2 Chome−19−11 新宿シャロームビル
- 📞 전화번호 : +81 3-3204-7108
- 🕒 영업시간 : 08:00 –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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