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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여행 — 도쿄 속 또 다른 도시, 신오쿠보 골목길

이미 작년에도 충분히 돌아본 곳이었기에 이번에는 오래 머물지 않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로 했다. 천천히 골목을 따라 걷다가 큰 길로 나오자, 신주쿠 방향으로 이어지는 도로가 나타났다. 아침 시간대였지만 날씨는 이미 더웠고, 잠깐만 걸어도 이마에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9월 중순의 도쿄는 여전히 여름에 가까운 온도였다.

신오쿠보에 있는 “R’s 아트코트” 앞에서 잠시 시간을 보내며 지난 여행의 기억을 떠올린 뒤, 다시 골목길로 발걸음을 옮겼다. 목적지는 신주쿠였지만 곧장 큰 길로 나가지 않고 일부러 골목 안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미 여러 번 방문한 지역이었지만, 이번에는 동행한 지인 중 신오쿠보를 처음 방문하는 사람이 있었기에 이 동네 특유의 분위기를 같이 느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관광지를 보여주는 느낌이라기보다는, 도쿄 안에 존재하는 독특한 생활 공간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가까웠다.

아침 시간이었지만 골목길에는 이미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하고 있었다. 출근을 준비하는 듯한 사람들, 가게 앞을 정리하는 점원들, 그리고 밤늦게까지 영업했던 음식점의 흔적들이 동시에 섞여 있었다. 번화가의 활기와 주거지역의 고요함이 동시에 존재하는 묘한 분위기였다. 신오쿠보는 신주쿠 바로 옆에 있지만, 같은 도시에 있다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공기가 다르게 느껴지는 동네였다.


한글 간판을 찾을 수 있는 신오쿠보 골목길의 풍경

신오쿠보를 걷다 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단연 한글 간판이다. 일본에 있다는 사실을 잠시 잊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한글이 등장한다. 한국식 치킨집, 분식집, 삼겹살집, 카페, 노래방까지 한국에서 볼 법한 상점들이 거리 곳곳에 이어져 있다. 단순히 한국 음식을 파는 정도가 아니라, 한국 거리의 분위기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느낌에 가깝다.

재미있는 점은 간판뿐만 아니라 거리의 디테일까지도 한국적인 요소가 섞여 있다는 것이다. 전봇대나 골목 벽면을 보면 실제 상점과는 관계없는 장식용 한글 간판이 붙어 있는 경우도 발견할 수 있다. 의미가 완전히 자연스럽지는 않은 문장도 많지만, 오히려 그 어색함이 이곳의 정체성을 더 분명하게 만들어준다. 일본 속에서 만들어진 ‘한국 이미지’와 실제 한국 문화가 섞여 있는 공간이라는 점이 신오쿠보의 특징이었다.

거리에서 들리는 언어도 다양했다. 일본어가 기본이지만, 한국어 대화가 자연스럽게 들리고 중국어나 영어도 섞여 들려왔다. 관광객뿐만 아니라 실제로 생활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고, 그래서 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생활권에 가까운 장소로 느껴졌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된 한인타운

신오쿠보가 이렇게 ‘도쿄 속 작은 한국’으로 불리게 된 데에는 역사적 배경이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한국인들이 이 지역에 모여 살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공동체가 형성되었고, 이후 시간이 지나며 음식점과 상점들이 하나둘 늘어나 한인타운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특히 1980년대 이후 한국 음식점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2000년대 초 한일월드컵 공동 개최와 한국 드라마의 일본 내 인기가 더해지면서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신오쿠보는 단순히 관광객이 찾는 장소라기보다 문화가 축적된 공간에 가깝다. 한국인에게는 해외에서 만나는 익숙함을 제공하고, 일본인에게는 가까운 해외를 체험하는 장소가 된다. 실제로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 중에는 한국어 간판 앞에서 사진을 찍는 일본인 관광객도 많았고, 반대로 한국어로 대화하며 자연스럽게 식당에 들어가는 일본인 손님들도 볼 수 있었다.


신주쿠로 이어지는 길

이미 작년에도 충분히 돌아본 곳이었기에 이번에는 오래 머물지 않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로 했다. 천천히 골목을 따라 걷다가 큰 길로 나오자, 신주쿠 방향으로 이어지는 도로가 나타났다. 아침 시간대였지만 날씨는 이미 더웠고, 잠깐만 걸어도 이마에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9월 중순의 도쿄는 여전히 여름에 가까운 온도였다.

신오쿠보를 벗어나 신주쿠 쪽으로 가까워질수록 풍경도 빠르게 바뀌었다. 낮은 건물과 생활형 상점들이 이어지던 골목은 점점 넓은 도로와 고층 건물로 바뀌었고, 분위기 역시 관광지에 가까워졌다. 같은 도쿄 안에서도 몇 분 사이에 도시의 표정이 완전히 달라지는 순간이었다.

우리는 더위를 식히고 잠시 쉬어가기 위해 근처 카페를 찾기로 했다. 공연 다음 날의 아침이었기에 피로가 남아 있었고, 커피 한 잔으로 하루의 리듬을 다시 맞출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신오쿠보 골목길 산책은 짧았지만, 도쿄라는 도시의 또 다른 단면을 확인하는 시간으로 남게 되었다.


📌 일본 도쿄 신오쿠보역

  • 📍 주소 : 1 Chome Hyakunincho, Shinjuku City, Tokyo 169-0073
  • 🚉 노선 : JR 야마노테선
  • 🌐 홈페이지 : https://www.jreast.co.j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