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담을 뒤로하고 자유의 여신상 방향으로
다이버시티와 실물 크기의 건담을 보고 난 뒤 우리는 다시 이동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오다이바 해변과 자유의 여신상이 있는 방향으로 걸어가 보기로 했다. 낮 동안 이어졌던 더위는 밤이 되면서 조금씩 가라앉았고, 바닷바람이 불어오니 걸어 다니기에 훨씬 편해졌다. 낮에는 이동 자체가 체력 소모에 가까웠다면, 이 시간대의 이동은 산책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건담이 있는 광장에서 해변 방향으로 가려면 보행자용 다리를 건너야 한다. 다리 위로 올라가자 시야가 갑자기 넓어졌고, 오다이바 특유의 야경이 펼쳐졌다. 쇼핑몰 조명과 관람차 불빛, 그리고 멀리 도쿄 시내의 빌딩 불빛이 동시에 보였다. 그리고 그 시선 한쪽에 특이한 형태의 고층 건물이 들어왔다.
다리에서 보이는 후지 TV 건물
다리에서 옆 방향을 바라보면 개방된 구조의 독특한 건물이 보이는데, 바로 후지 TV 본사 건물이다. 처음 보면 일반적인 방송국 건물이라기보다 전시관이나 미래형 시설처럼 보인다. 건물 중앙이 비어 있는 구조와 격자 형태의 외관 때문에 멀리서도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2018년에 처음 이곳을 방문했을 때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던 건물이 바로 이 후지 TV 건물이었다. 그때도 인상적이었지만, 몇 년 만에 다시 마주하니 이전 여행의 장면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같은 장소를 다시 찾았을 때 느껴지는 감정은 묘하게 다르다. 풍경은 비슷한데 바라보는 사람의 시간만 흘러 있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하늘의 회랑(Sky Corridors)
후지 TV 건물은 단순히 특이한 모양을 한 건물이 아니라 건축적으로도 상징성이 있는 구조물이다. 두 개의 거대한 타워를 가로로 연결하는 다리 구조가 건물 중앙에 배치되어 있는데, 이 공간을 ‘하늘의 회랑(Sky Corridors)’이라고 부른다. 멀리서 보면 건물 사이를 잇는 통로처럼 보이지만, 단순한 연결 통로 이상의 의미를 가진 공간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 구조는 방송국 내부의 소통을 의도한 설계라고 한다. 서로 다른 부서 직원들이 이동하면서 자연스럽게 마주치고 대화를 나누도록 만들어진 공간이라는 설명을 본 적이 있다. 방송 제작이라는 작업이 협업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만큼, 건물 자체를 하나의 커뮤니케이션 장치처럼 설계한 셈이다.
또한 구조적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진이 많은 일본에서 고층 건물의 흔들림을 줄이고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설계가 포함되어 있어, 단순한 디자인 요소가 아니라 기능적인 의미도 함께 가진다.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은빛 구체 ‘하치타마’
후지 TV 건물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역시 공중에 떠 있는 듯 보이는 은빛 구체다. 멀리서도 단번에 인식되는 상징적인 구조물인데, 이 구체는 ‘하치타마(Hachitama)’라고 불린다. 건물의 전망 시설이 위치한 공간으로 알려져 있다.
지름 약 32미터 규모의 구체는 건물 위에 얹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구조물에 의해 고정되어 있다. 티타늄 패널 수천 장으로 덮여 있어 낮에는 햇빛을 반사하고, 밤에는 주변 조명을 받아 또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특히 야경에서 이 구체가 강조되며 건물 전체의 인상이 완성되는 느낌이었다.
설치 과정 역시 독특한데, 지상에서 제작한 뒤 유압 장치를 이용해 약 100미터 높이까지 끌어올려 고정하는 방식으로 설치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단순 장식 요소가 아니라 건물의 상징 그 자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닐 정도로 강한 존재감을 가지고 있었다.
네오-메타볼리즘 건축
후지 TV 건물은 일본 건축 사조인 메타볼리즘 사상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건축물로도 자주 언급된다. 건물이 하나의 고정된 구조물이 아니라 시대 변화에 맞춰 확장되고 변화할 수 있는 ‘살아 있는 시스템’이라는 개념을 반영한 설계라고 한다.
외관의 격자 구조는 마치 조립식 블록처럼 보이는데, 기능이 추가되거나 변화할 수 있는 유연성을 상징한다고 알려져 있다. 방송국이라는 정보 전달 기관의 이미지를 건축 형태로 표현한 것이라는 설명도 함께 따라온다. 실제로 밤에 조명이 켜지면 건물이 단순한 시설이라기보다 거대한 구조물 전시처럼 보이기도 했다.

2025년에 다시 바라본 후지 TV
2025년에 다시 이곳을 방문해 후지 TV 건물을 바라보니, 2018년 여행의 장면이 자연스럽게 겹쳐졌다. 당시에도 밤에 방문해 오다이바 야경을 바라봤었고, 이번에도 비슷한 시간대에 이곳에 서 있었다. 같은 위치에서 같은 방향을 보고 있었지만 주변의 분위기는 조금 달라진 듯 느껴졌다.
특히 예전에는 건물 외벽 조명을 이용한 연출이 더 화려했던 기억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상대적으로 차분한 모습이었다. 조명이 줄어든 것인지, 아니면 주변 환경이 변한 것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이전보다 조용한 느낌이 강했다. 여행지를 다시 방문하면 공간 자체는 그대로인데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인상을 받을 때가 있는데, 이번이 그런 경우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장소도 조금씩 변하고, 방문하는 사람의 시선도 함께 달라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장소를 두 번 방문했을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는데, 이번 후지 TV 건물 역시 그런 장소 중 하나였다. 그렇게 우리는 잠시 야경을 바라보다가 다시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 후지 TV 본사 (Fuji Television Headquarters)
- 📍 주소 : 2 Chome-4-8 Daiba, Minato City, Tokyo 137-8088
- 📞 전화번호 : +81-3-5500-8888
- 🌐 홈페이지 : https://www.fujitv.co.jp/
- 🕒 운영시간 : (화-일) 10:00 – 18:00 / 월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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