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여행 셋째 날 아침이었다. 조식을 마치고 바로 지하철을 타러 나갈 생각은 하지 않았다. 첫째 날에는 시부야와 하라주쿠를 빠르게 훑었고, 둘째 날에는 아사쿠사와 아키하바라, 그리고 밤에는 오다이바까지 이동했다. 짧은 이틀이었지만 이동량만 보면 거의 일정표를 수행하듯 움직였던 시간이었다.
그래서 셋째 날은 조금 다르게 보내기로 했다. 어디를 ‘가야’ 한다기보다, 잠시 천천히 걸어보기로 했다. 숙소가 있던 시나가와 주변을 그냥 걸어보기로 정한 것도 그런 이유였다. 여행지에서 의외로 잘 하지 않는 행동인데, 그날은 관광지가 아닌 동네를 한 번 걸어보고 싶었다.

목적지는 게이오대학교, 하지만 진짜 목적은 걷기
숙소 근처에서 북쪽 방향으로 올라가면 게이오대학교 미타 캠퍼스가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그곳을 첫 목적지로 정했지만, 사실 목적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지하철을 타면 금방 도착할 거리였지만 일부러 걸어가기로 했다.
시나가와역 근처를 지나 육교를 건너고, 큰 길과 골목길을 번갈아 지나며 천천히 이동했다. 약 30분 정도 되는 거리였는데, 이동이라기보다는 산책에 가까웠다. 관광지를 찾아가는 이동이 아니라 그냥 도시 안으로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도시를 이해하게 되는 순간
지하철로 이동하면 역과 역 사이의 공간은 기억에 남지 않는다. 하지만 걸어서 이동하면 도시의 결이 보이기 시작한다. 시나가와의 거리는 번화가라기보다는 생활권에 가까웠고, 출근하는 사람들과 학교로 향하는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섞여 있었다.
길 옆으로 철길이 이어지고 있었는데, 전철이 지나갈 때마다 묘하게 일본에 와 있다는 실감이 들었다. 관광지에서 느끼는 일본과는 다른 감각이었다. 시부야나 아사쿠사에서는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는 느낌이었지만, 여기서는 도시 안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었다.
거리는 화려하지 않았다. 오래된 건물도 있었고, 새로 지은 건물도 함께 있었다. 세련된 도시라기보다는 정돈된 도시라는 표현이 더 어울렸다. 특별한 디자인을 하지 않아도 깔끔하게 유지되는 거리였고, 그래서 오히려 생활 공간처럼 느껴졌다.
서울과 다른 거리의 밀도
걸으면서 가장 먼저 느낀 차이는 차량의 밀도였다. 서울에서는 어느 골목을 가도 차가 가득한 편인데, 시나가와의 거리는 생각보다 조용했다. 사람은 분명 많은데 도로가 시끄럽지 않았다. 이유를 생각해보니 일본의 자동차 문화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에서는 차량을 구매하려면 차고지를 등록해야 한다. 개인 주차 공간이 없으면 주차장을 따로 임대해야 하고,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 자연스럽게 자동차를 소유하는 사람의 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도시 전체가 보행자 중심으로 유지되는 느낌이 들었다.
덕분에 걷는 것이 피곤하지 않았다. 관광지를 이동할 때의 ‘이동’이 아니라 그냥 시간을 보내는 느낌이었다.

여행이 아니라 생활처럼 느껴졌던 시간
게이오대학교로 향하는 길은 특별한 관광 명소가 있는 구간이 아니었다. 사진을 찍을 포인트도 거의 없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기억에 남았다. 아마 여행 중 처음으로 일정에 쫓기지 않고 움직였기 때문일 것이다.
관광지는 사진으로 남지만, 이런 시간은 감각으로 남는다. 어디를 봤는지보다 어떤 분위기였는지가 기억에 남는다. 시나가와의 아침은 조용했고, 급하지 않았고, 그리고 무엇보다 편안했다.
그날 이후로 여행의 속도가 조금 달라졌다. 더 많은 곳을 보려 하기보다, 한 도시 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쪽에 가까워졌다. 셋째 날 아침의 이 산책은 관광 일정표에는 남지 않지만, 이번 도쿄 여행에서 도시를 처음으로 이해하게 된 순간이었다.
📌 시나가와역 (Shinagawa Station)
- 📍 주소 : 3 Chome-26-27 Takanawa, Minato City, Tokyo 108-0074, Japan
- 📞 전화번호 : +81 50-2016-1600
- 🌐 홈페이지 : https://www.jreast.co.jp/estation/station/info.aspx?StationCd=788
- 🕒 운영 : JR 동일본 주요 환승역 (야마노테선, 게이힌토호쿠선, 도카이도선, 신칸센 등 이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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