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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한일축제한마당 — 교류가 ‘이벤트’가 아니라 ‘공연’이 되는 순간

그런 점에서 2025 한일축제한마당은 구조부터 조금 달랐다. 전통 공연과 체험 부스가 중심이 되는 행사라기보다, 공연이 행사의 중심에 놓여 있었다. ‘교류를 위해 공연을 한다’가 아니라, 공연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교류가 되는 형태에 가까웠다. 이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관객은 설명을 들으며 이해하기보다, 무대를 보며 받아들이게 된다.

한일 관계를 이야기할 때 흔히 쓰는 표현이 있다. 문화 교류. 그런데 실제 현장에서 그 말을 체감하기는 쉽지 않다. 대부분의 교류 행사는 상징성이 앞서고, 공연은 부속 프로그램처럼 배치되기 때문이다.

2025년 10월 12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한일축제한마당 역시 이름만 보면 그런 행사에 가까워 보였다. 행사장은 의미로 가득 차 있지만, 무대는 기억에 남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런 점에서 2025 한일축제한마당은 구조부터 조금 달랐다. 전통 공연과 체험 부스가 중심이 되는 행사라기보다, 공연이 행사의 중심에 놓여 있었다. ‘교류를 위해 공연을 한다’가 아니라, 공연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교류가 되는 형태에 가까웠다. 이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관객은 설명을 들으며 이해하기보다, 무대를 보며 받아들이게 된다.


남자 한일가왕전의 연장선 — 마사야와 타쿠야

이번 무대에서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 축은 한일가왕전 남자편 일본 대표로 출연했던 마사야와 타쿠야였다. 두 사람의 존재는 단순한 ‘게스트 출연’이 아니라, 이미 방송을 통해 형성된 서사를 현실 무대로 가져오는 역할에 가까웠다.

방송에서 만들어진 인물은 보통 화면 안에 머문다. 시청자가 기억하는 것은 편집된 장면이고, 무대는 그 장면의 연장선으로 소비된다. 그런데 이날은 반대였다. 이미 알고 있던 인물들이 실제 공간으로 걸어 나오는 느낌에 가까웠다. 관객 반응 역시 그에 맞게 움직였다. 낯선 해외 가수를 처음 보는 반응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 무대를 다시 만나는’ 반응이었다.

흥미로운 지점은 두 사람이 보여준 무대의 성격이었다. 두 사람은 트로트를 하려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일본 가요의 방식만을 고집하지도 않았다. 발성과 표현은 분명 J-POP 보컬의 문법을 따르는데, 무대의 호흡과 진행 방식은 한국 공연의 리듬을 따른다. 노래 자체가 섞인 것이 아니라, 청취 방식이 이어진다는 인상이 강했다.

실제로 한일가왕전이 이야기되던 방식도 여기에 가까웠다. ‘한국 트로트 vs J-POP’이라는 대비 구도였지만, 현장에서 느껴지는 것은 경쟁이라기보다 감상의 방식 차이에 가까웠다. 일본 보컬은 멜로디와 음색을 중심으로 쌓아가고, 한국 무대는 관객과의 호흡으로 완성된다. 이날 무대에서 두 사람은 그 사이를 자연스럽게 연결했다.

이 지점이 중요하다. 교류 공연이 어색해지는 이유는 대개 서로 다른 스타일을 나란히 놓기 때문이다. 프로그램 순서표로는 이해되지만 공연으로는 이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 무대에서는 다르게 작동했다. 스타일은 다르지만 흐름은 끊기지 않았다. 관객은 비교하지 않고 따라가게 되었고, 그 순간 무대는 ‘행사 프로그램’이 아니라 하나의 공연으로 받아들여졌다.


무대 밖에서 이어진 이야기 — 다케나카 유다이의 객석

무대 밖에서도 그 서사는 이어졌다. 한일가왕전 일본 대표 1위로 출전했던 다케나카 유다이는 이날 무대에 서지 않았지만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전날에는 일본 밴드 Novelbright의 내한 공연 일정이 있었고, 그 공연을 마친 뒤 곧바로 코엑스로 이동해 행사장을 찾은 것으로 보였다.

흥미로운 장면은 객석에서 나왔다. 다케나카 유다이가 관객석 한편에 앉아 마사야의 무대를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출연자가 아니라 관객의 위치에서 공연을 바라보는 모습은 단순한 관람이라기보다 방송 이후 이어진 관계의 연장처럼 보였다. 화면 속 경쟁 관계로 소비되던 인물들이 실제 공간에서는 서로의 무대를 지켜보는 장면으로 이어졌고, 그 순간 한일가왕전이라는 프로그램의 이야기는 방송을 넘어 현실의 시간 속으로 이동한다.

교류 행사는 종종 무대 위 인물들만으로 완성되지만, 이날은 달랐다. 무대에 오르지 않은 인물까지도 현장의 일부가 되면서 공연의 맥락이 확장됐다. 관객에게는 단순한 게스트 공연이 아니라 ‘이야기가 계속되고 있다’는 감각을 남기는 장면이었다.


히라노 아야 — 장르를 넘어서는 존재감

또 하나의 축은 히라노 아야였다. 이름 자체는 대중가수에 비해 낯설 수 있지만, 일본 대중문화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접해봤을 가능성이 높은 인물이다. 애니메이션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의 스즈미야 하루히, 〈데스노트〉의 미사 아마네 등 2000년대 후반 일본 애니메이션을 대표하는 캐릭터들의 목소리를 맡으며 이름을 알렸고, 이후 배우와 가수 활동까지 이어오면서 영역을 넓혀온 케이스다.

그래서 그의 무대는 단순한 ‘J-POP 공연’으로 설명하기가 어렵다. 보통 가수의 무대가 노래를 중심으로 완성된다면, 히라노 아야의 무대는 장면으로 구성된다. 노래를 부르는 동시에 표정과 동작, 시선 처리까지 하나의 연기로 이어지고, 관객은 곡을 듣는다기보다 상황을 따라가게 된다. 성우로서 캐릭터의 감정을 전달해온 경험이 그대로 실연 무대에 옮겨온 형태다.

이 때문에 현장의 반응도 독특하게 형성됐다. 특정 팬덤만 반응하는 구조가 아니었다. 일본 문화에 익숙한 관객은 익숙한 목소리를 실제 공간에서 만나는 경험으로 받아들이고, 처음 보는 관객은 무대 자체의 몰입감으로 반응했다. ‘아는 사람만 즐기는 공연’이 아니라, 모르는 사람도 자연스럽게 따라가게 되는 방식이었다.

결과적으로 관객층이 섞이기 시작한다. 애니메이션 팬, 일본 음악 팬, 그리고 단순히 공연을 보러 온 관객이 같은 지점에서 반응한다. 장르에 따라 관객이 분리되는 대신, 무대의 전달 방식이 관객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는다. 교류 공연에서 자주 생기는 거리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히라노 아야의 존재가 의미 있었던 이유는 여기에 있다. 국적이나 장르를 설명하기 전에, ‘공연’이라는 형식 자체로 관객과 연결되는 무대였다. 교류 행사에서 상징이 되는 출연자는 많지만, 실제로 현장의 분위기를 바꾸는 출연자는 드물다. 이날 무대에서 히라노 아야는 전자보다 후자에 가까웠다.


축제가 아니라 ‘공연’이 되는 순간

한일축제한마당의 특징은 여기에 있다. 이 행사는 원래 문화 소개형 행사에 가깝다. 전통문화 체험, 음식, 관광 홍보 같은 요소가 중심이 되는 구조다. 그런데 이번 공연 파트는 정반대로 움직였다.

설명을 통해 이해시키는 대신, 무대를 통해 공감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말하자면 문화 소개가 아니라 문화 소비에 가깝다. 관객은 일본 문화를 ‘알게 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공연을 즐기게 된다. 그리고 공연을 즐긴 뒤에야 자연스럽게 국가와 장르의 차이를 인식하게 된다.

이 구조는 의외로 중요하다. 교류는 이해로 시작되지 않는다. 재미로 시작된다. 재미가 있어야 관심이 생기고, 관심이 있어야 이해가 이어진다. 이번 무대는 그 순서를 정확히 따랐다.


서로 다른 노래, 같은 방향

마사야와 타쿠야의 무대는 한국식 호흡을 받아들인 일본 가요였고, 히라노 아야의 무대는 캐릭터성과 퍼포먼스를 중심으로 한 J-POP이었다. 장르만 보면 공통점이 거의 없다.

그런데 공연 전체를 보고 나면 오히려 통일감이 남는다. 이유는 단순하다. 음악 스타일이 아니라 무대의 태도가 같았기 때문이다. 관객에게 설명하려 하지 않고, 설득하려 하지 않고, 그냥 보여주는 방식. 관객은 ‘교류 행사에 참여했다’는 느낌보다 ‘좋은 공연을 봤다’는 감정을 먼저 갖게 된다.

그래서 이 공연은 한일 교류 행사라기보다, 한일 공동 공연에 가까웠다. 국적이 먼저가 아니라 무대가 먼저였다.

결국 한일축제한마당이 의미 있었던 이유는 특별한 메시지를 전달했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음악이 같은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충분한 설명이었기 때문이다.

교류는 선언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무대 위에서 관객이 박수를 치는 순간, 그때 비로소 만들어진다. 이번 한일축제한마당은 바로 그 장면을 보여준 행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