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 구시가지의 까모에스 정원을 천천히 걷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익숙한 이름 하나를 마주하게 된다. 바로 김대건 신부의 동상이다.
사실 이 정원을 찾았을 때만 해도, 이곳에 김대건 신부의 동상이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냥 비를 피할 겸, 그리고 구시가지 동선을 이어가면서 자연스럽게 들어온 공간이었는데, 산책로를 따라 걷다가 우연히 그 동상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이 장소는 단순히 “알고 찾아간 명소”가 아니라,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마주친 장면으로 더 강하게 기억에 남는다. 여행이라는 게 원래 그렇지만, 계획된 장면보다 이런 우연한 발견이 훨씬 오래 남는 경우가 많다.
“비를 맞고 서 있는 동상, 그리고 예상 밖의 순간”
이날은 계속해서 비가 내리고 있었다. 쏟아지는 비는 아니었지만, 우산을 쓰고 걷지 않으면 옷이 젖을 정도의 날씨였다. 까모에스 정원 자체도 비에 젖어 있었고, 돌길과 나무, 벤치까지 전부 물기를 머금고 있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동상을 발견했을 때의 느낌은 조금 특별했다. 화창한 날에 보는 동상과는 전혀 다른 감정이 들었다.
동상 역시 비를 그대로 맞고 서 있었고, 그 모습이 묘하게 이질적이면서도 자연스럽게 공간에 녹아 있었다. 관광객들이 북적이는 공간에서 보는 기념비적인 동상이 아니라, 조용한 공원 한쪽에서 비를 맞고 있는 모습이었기 때문에 더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여기서 이걸 본다고?”
처음 든 생각은 단순했다. 마카오라는 도시, 그것도 포르투갈 시인의 이름을 딴 정원에서 한국의 인물을 마주하게 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도포와 갓, 그리고 십자가”
동상은 김대건 신부가 한국 전통 복식을 입고 있는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다. 도포를 입고 갓을 쓴 모습, 그리고 어깨에는 십자가가 걸려 있는 형태다.
이 조합 자체가 굉장히 상징적이다. 단순히 성직자의 모습이 아니라, 조선이라는 시대와 가톨릭이라는 종교가 만나는 지점을 시각적으로 그대로 보여주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서양식 성당과 포르투갈식 건물들 사이에서, 한국 전통 복식을 입은 인물의 동상이 서 있는 장면은 생각보다 강한 대비를 만들어낸다.
이 동상은 1985년에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에서 세운 것으로, 김대건 신부가 마카오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사제로서의 길을 시작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단순히 개인을 기리는 조형물이 아니라, 한국과 마카오를 연결하는 역사적 상징물이라고 볼 수 있다.
“동상 아래에 새겨진 세 개의 언어”
동상 아래에는 설명문이 함께 새겨져 있다. 한국어, 중국어, 영어 세 가지 언어로 적혀 있는데, 그 자체만으로도 이 장소가 가진 의미를 잘 보여준다.
한국어가 들어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묘한 감정이 든다. 해외에서 한글을 보는 경험은 흔하지 않다. 특히 관광지의 안내문이 아니라, 역사적인 인물을 설명하는 문장 속에서 한글을 마주하게 되면 느낌이 다르게 다가온다.
중국어와 영어 사이에 자연스럽게 섞여 있는 한국어를 보면서, 이 인물이 단순히 한국에서만 의미 있는 존재가 아니라, 이 도시의 역사 속에서도 일정 부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걸 체감하게 된다.

“우연히 만났기 때문에 더 크게 남는 장면”
이 동상이 더 기억에 남는 이유는, 일부러 찾아간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만약 미리 정보를 알고 찾아갔다면 “아, 여기 있네” 정도로 끝났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 정보 없이 걷다가 우연히 발견했기 때문에, 그 순간의 감정이 훨씬 더 강하게 남았다.
비를 맞으며 걷고 있었던 상황, 조용한 공원, 그리고 예상하지 못한 장소에서 만난 익숙한 이름. 이 세 가지가 겹치면서 하나의 장면으로 기억에 남는다.
여행을 하다 보면 이런 순간이 가끔 있다. 계획했던 것보다 훨씬 더 인상적인 장면이, 아무 준비 없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나는 경우. 이 동상은 그런 경험에 가까웠다.
“한국인으로서 느끼는 묘한 감정”
솔직히 말하면, 이 동상을 보면서 단순히 “반갑다”는 감정만 들지는 않았다. 반가움도 있었지만, 동시에 묘한 복잡함이 함께 따라왔다.
마카오라는 도시 자체가 식민지의 역사를 가진 곳이고, 그 안에서 한국의 인물 역시 비슷한 시대적 흐름 속에 존재했다는 사실이 겹쳐지기 때문이다. 단순히 “우리나라 사람이다”라는 감정만으로 보기에는, 그 배경이 생각보다 무겁다.
그래서인지 동상을 보면서 잠깐 멈춰 서게 된다. 사진을 찍고 바로 지나가기보다는, 그 자리에 서서 한 번 더 바라보게 되는 느낌이다.
비를 맞고 서 있는 동상, 조용한 공원, 그리고 낯선 도시에서 마주한 익숙한 이름. 이 세 가지가 겹치면서 단순한 관광 포인트 이상의 의미를 만들어낸다.
“까모에스 정원에서 가장 개인적으로 남는 장면”
까모에스 정원 자체도 충분히 인상적인 공간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동상이 그 공간의 중심 기억으로 남는다. 화려한 건물도 아니고, 거대한 구조물도 아니지만, 여행 전체를 돌아봤을 때 가장 또렷하게 떠오르는 장면 중 하나다.
마카오 여행을 하면서 코타이의 화려한 리조트, 세인트 폴 대성당 같은 상징적인 장소들도 물론 기억에 남지만, 이런 조용한 순간이 오히려 더 오래 남는다.
특히 아무 기대 없이 들어갔다가, 예상하지 못한 장면을 마주했을 때의 감정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까모에스 정원을 걷다가 이 동상을 발견하게 된다면, 잠깐이라도 걸음을 멈추고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다. 단순히 “하나의 관광 포인트”로 보기에는,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장소다.
📌 마카오 까모에스 정원 김대건 신부 동상
- 📍 위치 : 까모에스 정원 내부
- 🗺️ 주소 : Praça de Luís de Camões, Macau
- 💰 입장료 : 무료
- 🕒 운영시간 : 06:00 –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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