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의 구시가지에서 과거 김대건 신부가 18세에 신학을 공부한 것으로 알려진 성 안토니오 성당 근처를 걷다 보면, 생각보다 조용한 분위기의 공간 하나를 마주하게 된다. 관광객이 몰리는 중심 동선에서 아주 조금만 벗어났을 뿐인데, 갑자기 공기가 달라지는 느낌이 드는 장소. 그곳이 바로 “까모에스 정원”이다.
처음에는 그냥 동네 공원처럼 보인다. 입구도 화려하지 않고, 특별히 사람을 끌어당기는 요소가 눈에 띄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막상 안으로 들어가 보면 단순히 쉬어가는 공간이 아니라, 마카오라는 도시가 지나온 시간과 포르투갈의 흔적, 그리고 한국 천주교의 연결점까지 겹쳐져 있는 장소라는 걸 천천히 알게 된다.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많은 층을 가지고 있는 공간이다.
까모에스 정원은 포르투갈의 대표적인 시인이자 영웅으로 불리는 루이스 드 까모에스를 기리는 공간이다. 마카오가 과거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았던 도시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 정원 역시 단순한 공원이 아니라 식민지 시절의 문화와 기억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 장소라고 볼 수 있다. 이름만 보면 기념 정원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역사와 문화, 종교가 겹쳐 있는 복합적인 공간에 가깝다.


“마카오 구시가지, 도심 속의 정원”
까모에스 정원은 세나도 광장이나 세인트 폴 대성당처럼 관광객이 몰리는 중심 동선에서 살짝 벗어난 위치에 있다. 지도상으로는 그렇게 멀지 않은데, 실제로 걸어 들어오면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진다.
좁은 골목과 주거 지역을 지나 정원 입구로 들어서는 순간, 주변의 소음이 한 단계 줄어들고 시야가 넓어지면서 공간의 밀도가 달라진다. 마카오 특유의 복잡한 골목 구조에서 벗어나, 갑자기 숨을 고를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 느낌이다.
공원의 구조는 단순하지 않다. 완전히 평평한 공원이 아니라, 언덕 지형을 따라 계단과 산책로가 이어지는 형태다. 그래서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높낮이가 바뀌고, 그때마다 시선도 함께 달라진다. 한쪽에서는 나무 사이로 하늘이 보이고, 다른 쪽에서는 오래된 건물의 지붕이 보이는 식으로, 계속해서 다른 풍경이 이어진다.
이날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폭우가 아니라 보슬비 정도였는데, 그 정도의 비가 오히려 이 공간과 잘 어울렸다. 젖은 돌길, 어둡게 내려앉은 하늘, 물기를 머금은 나무들이 공원의 분위기를 더 깊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화려한 네온사인과 조명이 가득한 코타이 지역과는 완전히 다른, 차분하고 묵직한 마카오의 얼굴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무료로 열려 있지만, 가볍지 않은 공간”
까모에스 정원은 입장료가 없는 무료 공간이다. 별도의 티켓이나 통제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곳이 가벼운 공간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마카오 역사 지구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는 만큼, 이 정원 역시 그 흐름 안에 포함된 장소다. 단순히 나무와 벤치가 있는 공원이 아니라, 도시의 역사적 맥락 속에서 유지되고 있는 공간이라는 점이 느껴진다.
관리 상태도 인상적이다. 화려하게 꾸며진 정원은 아니지만, 오래된 나무와 구조물들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고, 길도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일부러 인위적으로 꾸민 느낌보다는, 시간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공간을 잘 유지하고 있는 느낌이 강하다.
이런 공간은 오히려 과하게 정돈된 관광지보다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별다른 이벤트가 없어도, 그냥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장소다.



“까모에스 동굴과 시인의 흔적”
정원 안쪽으로 들어가면 까모에스를 기리는 공간을 직접 볼 수 있다. 특히 작은 동굴 형태의 공간이 있는데, 이곳이 바로 까모에스가 머물렀다고 전해지는 장소다.
이 동굴은 단순한 장식물이 아니라, 포르투갈 문학사에서 중요한 인물을 기리는 상징적인 공간이다. 그의 대표작인 ‘루지아다스(The Lusiads)’와 관련된 이야기가 이곳과 연결되어 전해지기도 한다. 실제로 그가 이곳에서 작품을 집필했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지만, 적어도 마카오에서 그의 흔적을 기리는 중심 공간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동굴 주변에는 까모에스의 흉상과 기념비가 세워져 있는데, 정원 전체가 단순한 휴식 공간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적 기념 공간이라는 느낌을 더해준다.




“김대건 신부의 흔적을 만나는 순간”
이 정원이 특히 한국인에게 의미 있게 다가오는 이유는 김대건 신부와의 연결성 때문이다. 그는 조선에서 출발해 마카오로 건너와 신학을 공부했고, 이후 사제 서품을 받은 뒤 조선으로 돌아간 인물이다.
까모에스 정원은 성 안토니오 성당과 가까운 위치에 있기 때문에, 그의 마카오 시절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공간으로 받아들여진다. 단순히 “근처에 있다”는 수준이 아니라, 같은 동선 안에서 연결되는 장소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정원 한쪽에는 김대건 신부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이 동상은 1985년에 한국 천주교 측에서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세운 것이다. 마카오 한복판, 그것도 포르투갈 시인을 기리는 정원 안에서 한국인의 동상을 마주하게 되는 장면은 생각보다 강하게 남는다.
동상에는 한글이 함께 새겨져 있어서 더 인상적이다. 해외에서 한글을 마주하는 경험 자체가 주는 감정이 있는데, 그것이 단순한 상업적 요소가 아니라 역사적인 인물과 연결된 맥락 속에서 나타나니 느낌이 다르게 다가온다.




“걷다 보면 느껴지는 이 공간의 역할”
까모에스 정원은 화려한 관광지는 아니다. 이곳에 와서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 있는 것도 아니고, 특정 포인트에서 사진을 찍어야 하는 장소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공간은 여행 전체 흐름에서 꽤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마카오 여행은 생각보다 밀도가 높은 편이다. 세나도 광장, 성당 유적, 육포거리, 코타이 리조트까지 계속해서 자극적인 장면이 이어진다.
이런 흐름 속에서 까모에스 정원 같은 공간이 하나 들어가면, 여행의 리듬이 한 번 정리된다. 잠깐 속도를 늦추고, 걸으면서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구간이 생긴다.
개인적으로도 이곳은 “무언가를 보기 위해” 갔다기보다는, “걷다가 자연스럽게 머물게 된 장소”에 가까웠다. 그런데 오히려 그런 방식으로 만났기 때문에 더 오래 기억에 남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화려함과는 다른 방식으로 남는 장소”
마카오에서 기억에 남는 장소를 떠올리면 대부분 화려한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대형 리조트, 카지노, 야경 같은 것들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면, 의외로 이런 조용한 공간들이 더 또렷하게 남는다. 까모에스 정원은 그런 종류의 장소다.
크게 눈에 띄지는 않지만, 도시의 시간을 담고 있고, 그 안에서 한국과 연결된 흔적까지 발견할 수 있는 공간. 단순히 관광지로 소비되는 장소가 아니라, 여행 중간에 한 번쯤 멈춰서 생각하게 만드는 장소다.
마카오 여행을 하면서 모든 동선을 빽빽하게 채우기보다는, 이런 공간 하나 정도는 일부러 넣어보는 것도 괜찮다. 전체 여행의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장소다.
📌 마카오 반도 까모에스 정원 (Jardim de Luís de Camões)
- 📍 주소 : Praça de Luís de Camões, Macau
- 🌐 홈페이지 : https://nature.iam.gov.mo/e/default
- 🕒 운영시간 : 06:00 –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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