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에서 소화제를 사서 바로 복용했지만, 약효가 즉각적으로 나타나지는 않았다. 몸은 여전히 무겁고, 머리는 묵직한 상태였다. 그렇다고 해서 그 자리를 그대로 빠져나올 수는 없었다. 오늘은 단순한 저녁 식사가 아니라, 공연이라는 공통의 경험을 공유한 사람들이 다시 한 번 모이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비록 음식을 거의 먹지 못하더라도,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스스로를 설득하며 다시 식당으로 향했다. 점심에 먹었던 ...
텐노즈 아일의 열기와 현실 사이, 약국으로 향한 발걸음 텐노즈 아일 KIWA에서의 긴 하루가 끝나고, 우리는 일본 팬이 미리 예약해 둔 이자카야로 이동했다. 공연장이 있던 텐노즈 아일에서 시나가와역 동쪽까지는 그리 먼 거리가 아니었기에, 모두 함께 천천히 걸어서 이동할 수 있었다. 공연의 여운이 아직 몸에 남아 있었고, 밤공기는 차분했다. 하지만 분위기와 달리, 내 컨디션은 좀처럼 돌아오지 않았다. 공연이 끝나자 밀려온 몸의 신호 ...
시나가와역에서 출발해 텐노즈 아일 방향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다리를 하나 건너자 풍경이 바뀌고, 그 사이로 오늘의 목적지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감각이 또렷해졌다. 공연장으로 보이는 건물 앞에 도착했을 때, 이미 줄을 서 있는 낯익은 얼굴들이 눈에 들어왔다. 몇 번의 공연을 거치며 자연스럽게 안면을 튼 일본 팬들이었다. 한국에서 일본으로, 공연을 따라 이동하다 보니 “팬”이라는 단어보다 “아는 사람”에 가까운 사이가 되어버린 셈이다. 텐노즈 아일 ...
한적한 로컬의 얼굴, 코지야(糀谷) 도쿄 여행을 하면서 코지야(糀谷)라는 지명을 일부러 찾아 들어오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나 역시 그랬다. 지금까지 여러 번 도쿄를 오갔지만, 이 이름을 여행지로 인식해본 적은 없었다. 이번 여행에서 코지야를 알게 된 이유도 순전히 숙소가 이곳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목적지를 정하고 찾아온 장소라기보다, 우연히 발을 들였고 그 우연이 그대로 기억으로 남아버린, 그런 동네다. 한마디로 말하면 이곳은 여행자가 아니라 생활자가 ...
이번 여행에서 숙소로 정한 곳은 도쿄 오타구에 위치한 코지야(糀谷)라는 동네였다. 아고다를 통해 숙소를 검색하던 중, 최대한 저렴하면서도 이동이 크게 불편하지 않은 곳을 기준으로 살펴보다가 알게 된 장소다. 지도상으로 보면 도쿄 도심 한복판은 아니지만, 시나가와까지 약 20~30분 정도면 이동이 가능했고, 무엇보다 하네다 공항과 가까운 위치라는 점이 눈에 띄었다. 사실 하네다 공항을 이용할 수만 있었다면 동선 면에서는 훨씬 편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
늦은 시간, 첫 식사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시나가와역에 도착한 우리는 이미 먼저 도착해 있던 다른 일행들과 합류했다. 여행 첫날이기도 하고, 다 같이 모인 김에 저녁 식사라도 함께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장소를 정하지 않은 채 우선 시나가와에서 만나기로 했던 것이다. 다만 문제는 시간이었다. 도쿄에 도착하고, 공항에서 이동하고, 다시 사람들을 만나는 과정까지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흘러 있었고, 이미 꽤 늦은 시각이 되어 있었다. 그래도 ...
JR 야마노테선을 타고 만나는 도쿄의 리듬 스카이라이너를 타고 우에노역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잠시 숨을 고를 틈도 없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공항에서 도쿄 도심으로 들어오는 과정은 언제나 그렇듯, ‘도착’보다는 ‘이동’의 연속에 가깝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긴시초에 잠시 들를 생각도 있었지만, 예상보다 시간이 빠듯해지면서 그 일정은 과감하게 다음으로 미루기로 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시나가와에서 한국에서 따로 도쿄로 들어온 사람들과 합류해 저녁을 먹기로 되어 ...
나리타 공항 제3터미널에서 우에노까지 입국심사를 마치고 위탁 수하물까지 모두 찾아 나오자, 이제야 비로소 이번 여행이 실제로 시작된다는 감각이 들었다. 공항이라는 공간은 언제나 그렇듯, ‘도착’과 ‘출발’이 동시에 겹쳐 있는 장소인데, 그중에서도 나리타 공항 제3터미널은 유독 현실적인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규모가 작고, 구조가 단순하고, 화려한 연출이나 여백 같은 것은 거의 없는 공간. 제1터미널이나 제2터미널이 “국제공항”이라는 단어에 어울리는 공간이라면, 제3터미널은 말 그대로 이동을 ...
도쿄에 들어올 때마다 나리타 공항을 이용하고 있지만, 제3터미널은 정말 오랜만이라는 느낌이 먼저 들었다. 마지막으로 이곳을 통해 입국했던 기억을 더듬어보니, 2018년 처음 도쿄를 여행했을 때가 떠오른다. 그때도 제주항공을 타고 이 터미널로 들어왔었고, 이후로는 자연스럽게 제1터미널이나 제2터미널만 이용해왔던 터라, 제3터미널은 어느새 기억 속에서 조금 흐릿해진 장소가 되어 있었다. 막상 다시 내려서 터미널 안으로 들어오니, 그때 느꼈던 인상이 거의 그대로 남아 있다는 생각이 ...
여행을 준비할 때 가장 마지막에 정리하는 것 같지만, 막상 도착하고 나면 가장 먼저 체감하게 되는 것이 바로 인터넷이다. 길을 찾을 때도, 공연장 위치를 확인할 때도, 예약해 둔 티켓을 꺼낼 때도, 심지어 편의점에서 무언가를 고를 때조차 인터넷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전제에 가까워졌다. 그래서인지 일본 여행을 준비할 때마다 “이번엔 뭘로 연결할까”를 자연스럽게 고민하게 된다.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해도 선택지는 비교적 단순했다. 와이파이 도시락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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