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로컬의 얼굴, 코지야(糀谷)
도쿄 여행을 하면서 코지야(糀谷)라는 지명을 일부러 찾아 들어오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나 역시 그랬다. 지금까지 여러 번 도쿄를 오갔지만, 이 이름을 여행지로 인식해본 적은 없었다. 이번 여행에서 코지야를 알게 된 이유도 순전히 숙소가 이곳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목적지를 정하고 찾아온 장소라기보다, 우연히 발을 들였고 그 우연이 그대로 기억으로 남아버린, 그런 동네다. 한마디로 말하면 이곳은 여행자가 아니라 생활자가 주인공인 공간이다.


도쿄 외곽, 그러나 도쿄다운 동네의 결
코지야는 도쿄 도심에서 아주 멀지는 않지만, 관광의 동선에서는 자연스럽게 비껴나는 위치에 있다. 그래서인지 이곳에서 외국인을 마주치는 일은 드물었다. 동네를 걷는 내내, 체감상 외국인은 우리 일행뿐이었던 것 같다. 대신 출근길로 보이는 사람들, 장을 보러 나온 노인들, 아이를 태운 자전거를 모는 부모들이 거리의 대부분을 채우고 있었다.
첫날 도착했을 때는 토요일 밤 10시를 훌쩍 넘긴 시각이었다. 거리에는 이미 하루를 마무리한 분위기가 내려앉아 있었고, 불이 켜진 가게도 많지 않았다. 그래서 첫인상은 조용하다 못해 조금은 쓸쓸한 동네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 같은 거리를 다시 걸어보니 전혀 다른 표정을 하고 있었다. 아침 햇살 속에서 자전거를 타고 오가는 사람들, 아이를 유모차 대신 자전거 앞뒤에 태운 채 이동하는 부모들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왔다. 특히 도쿄에서는 흔한 풍경이지만, 여행자로서는 여전히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일요일 아침의 코지야는 바쁘지 않으면서도 살아 있었다.


‘비싸지 않은 도쿄’라는 감각
이 동네에서 가장 먼저 체감한 차이는 물가였다. 도쿄 도심과 크게 떨어져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의 결이 분명히 달랐다. 여행 셋째 날 갑자기 비가 내렸고, 근처 편의점에서 우산을 하나 샀다. 평소 도심에서라면 당연하게 1,000엔쯤 할 가격이 이곳에서는 600엔 선에서 해결됐다. 사소한 물건 하나였지만, 이 동네의 성격을 단번에 설명해주는 장면이었다.
음식은 더 인상적이었다. 마지막 날 밤, 숙소 근처의 중국집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3명이서 꽤 푸짐하게 주문했음에도 총액이 3만 원을 넘지 않았다. 인당으로 치면 1만 원도 되지 않는 금액이었다. 일본에서, 그것도 도쿄에서 이 가격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조금 놀라웠다. 맛 역시 기대 이상이었다. 여행지에서 ‘저렴한데 맛있다’는 말은 흔하지만, 이곳에서는 그 말이 과장이 아니었다.
야식으로는 동네 가게에서 만두와 꼬치를 테이크아웃해 숙소로 돌아왔다. 만두 한 접시가 330엔, 꼬치 한 개가 150엔 남짓. 부담 없이 집어 들 수 있는 가격이었고, 그래서 더 맛있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경험들이 쌓이다 보니, 코지야라는 동네가 단순히 ‘싼 동네’가 아니라 생활의 리듬이 아직 남아 있는 동네라는 인상을 주었다.


관광지는 아니지만, 그래서 더 선명한 장소
물론 이곳을 누구에게나 추천할 수 있는 여행지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도쿄를 처음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굳이 이곳을 찾아올 이유는 없다. 유명한 랜드마크도 없고, 사진 찍기 좋은 명소도 많지 않다. 하지만 시부야, 신주쿠, 아사쿠사 같은 대표적인 지역들을 이미 여러 번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오히려 이런 동네가 더 깊게 남을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는 이곳에서 묘하게 홍콩의 어느 골목을 떠올리기도 했다. 일본임에도 불구하고 중화요리집이 유독 많았고, 간판과 거리의 분위기가 어딘가 이국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일본식 중화요리라는, 또 하나의 생활 문화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공간이라는 점도 흥미로웠다.


동네의 중심, 상점가의 온기
코지야의 분위기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은 糀谷商店街(코지야 상점가)다. 대형 쇼핑몰이 아닌, 동네 사람들을 위한 상점들이 이어진 거리다. 식료품점, 작은 식당, 오래된 가게들이 줄지어 있고, 그 사이를 동네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오간다. 관광객을 위한 연출은 없지만, 그래서 오히려 꾸밈없는 도쿄의 일상을 그대로 볼 수 있다.
이 상점가를 걷다 보면 ‘여행을 왔다’는 감각보다 ‘잠시 이 동네에 살고 있다’는 느낌에 가까워진다. 아마도 코지야가 남긴 가장 큰 인상은 바로 그 지점이 아닐까 싶다. 특별하지 않아서 특별했던 동네, 일부러 찾아오지 않아서 더 선명하게 기억에 남은 동네 말이다.
📌 糀谷商店街 (코지야 상점가)
- 🕒 영업시간 : 점포별 상이 (대체로 오전~저녁 시간대 운영)
- 📍 주소 : 2 Chome Haginaka, Ota City, Tokyo 144-0035, Japan
- 📞 전화번호 : +81 3-3742-2405
- 🌐 홈페이지 : https://www.koujiya-sho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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