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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여행 — 시나가와의 밤 ‘야키토리야 스미레’에서 남은 온기

내 컨디션과는 무관하게 테이블 위에는 음식이 끊임없이 올라왔다. 절임류로 시작해 두부 요리, 샐러드, 그리고 야키토리와 각종 안주들이 쉼 없이 이어졌다. 인원이 많은 만큼 주문도 자연스럽게 많아졌고, 그 덕분에 테이블은 금세 가득 찼다.

약국에서 소화제를 사서 바로 복용했지만, 약효가 즉각적으로 나타나지는 않았다. 몸은 여전히 무겁고, 머리는 묵직한 상태였다. 그렇다고 해서 그 자리를 그대로 빠져나올 수는 없었다. 오늘은 단순한 저녁 식사가 아니라, 공연이라는 공통의 경험을 공유한 사람들이 다시 한 번 모이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비록 음식을 거의 먹지 못하더라도,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스스로를 설득하며 다시 식당으로 향했다.

점심에 먹었던 음식이 체했을 뿐인데, 하루의 리듬 전체가 흔들리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 날만큼은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공연이 남긴 열기와 사람들의 온기가 아직 몸 어딘가에 남아 있었고, 그 여운을 그대로 끊어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도쿄 시나가와 이자카야, 야키토리야 스미레

공연이 끝난 뒤 우리가 향한 곳은 시나가와역 동쪽에 위치한 이자카야였다. 건물 안쪽,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야 하는 구조였고, 5층에 자리한 제법 규모 있는 가게였다. 이름처럼 야키토리를 중심으로 한 일본식 이자카야였고, 내부는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좌식 단체석 위주로 구성되어 있었다.

10명이 훌쩍 넘는 인원이 한 번에 앉아도 될 만큼 공간은 넉넉했고, 이미 예약이 되어 있었기에 자리 잡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하루의 마지막 일정으로 이런 장소가 준비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날이 꽤나 특별한 하루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끊임없이 이어졌던 음식, 그리고 나는 먹지 못한 저녁

내 컨디션과는 무관하게 테이블 위에는 음식이 끊임없이 올라왔다. 절임류로 시작해 두부 요리, 샐러드, 그리고 야키토리와 각종 안주들이 쉼 없이 이어졌다. 인원이 많은 만큼 주문도 자연스럽게 많아졌고, 그 덕분에 테이블은 금세 가득 찼다.

나는 젓가락을 거의 들지 못한 채, 물과 차만 번갈아 마시며 그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쉽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보다 더 크게 느껴진 것은 ‘같은 자리에 함께 앉아 있다’는 사실 자체였다. 누군가는 술을 마시고, 누군가는 음식을 이야기하며 웃고, 또 누군가는 공연의 한 장면을 다시 꺼내어 이야기하고 있었다. 나는 그 대화의 중심에 있지는 않았지만, 그 흐름 안에 포함되어 있다는 느낌만으로도 충분했다.


한일 팬들이 자연스럽게 섞인 자리

이 자리는 단순한 여행자들의 식사 자리가 아니었다. 일본 팬들과 한국 팬들이 자연스럽게 섞여 앉아 있었고, 언어도 국적도 뒤섞인 대화가 이어지고 있었다. 다만 내가 앉은 쪽은 일본인 비중이 높았고, 함께 앉은 한국인 두 명 역시 일본어에 능숙한 사람들이라, 당시 일본어 실력이 초급 수준이었던 내게는 대화의 속도를 따라가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그래도 이상하게 소외된 느낌은 들지 않았다. 대화의 내용을 모두 이해하지 못해도, 그 분위기와 공기를 공유하고 있다는 감각이 더 크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관광지에서 사진을 찍고 돌아오는 여행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경험이었다. 현지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 앉아, 같은 화제에 반응하고, 같은 공연을 이야기하는 시간. 이런 경험은 의도해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우연과 타이밍이 겹쳐야만 가능한 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짱’이라는 이름이 만들어낸 작은 에피소드

이 날을 더 기억에 남게 만든 작은 에피소드도 있었다. 우리 테이블을 담당하던 직원의 이름이 ‘아이’였다는 점이다. 공교롭게도, 시스(SIS/T)의 멤버 중 한 명인 아사히 아이의 열성 팬이 이 자리에 함께 있었고, 자연스럽게 우리는 그 직원에게도 ‘아이짱’이라는 호칭을 쓰게 되었다.

물론 처음에는 오해가 생길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일본 팬이 중간에서 상황을 설명해 주었고, 직원 역시 웃으며 받아들여 주었다. 오히려 그 직원은 한국에 관심이 많다며,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꺼냈고, 서빙을 하면서 간단한 한국어로 말을 걸어주기도 했다. 아주 짧은 대화였지만, 그런 사소한 교류 하나가 이 밤을 더 따뜻하게 만들어 주었다.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은 남아 있던 밤

결국 계산서는 만만치 않았다. 인당 약 4만 원 정도. 거의 음식을 먹지 못한 나 역시 예외 없이 그 금액을 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 날의 저녁은 음식값이 아니라, 경험값이라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컨디션만 좋았더라면 더 즐길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남지만, 동시에 이런 밤은 언제든 다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공연, 사람, 장소, 타이밍. 그 모든 것이 맞아떨어진 밤이었고, 그 안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기억할 만한 하루였다.


📌 도쿄 시나가와 야키토리야 스미레(焼鳥屋すみれ)

  • 📍 주소 : 〒108-0075 Tokyo, Minato City, Konan, 2 Chome−5 15 KIDS002 빌딩 5F
  • 📞 전화번호 : +81 50-1705-8073
  • 🌐 홈페이지 : https://y-smile.co.jp/shinagawa
  • 🕒 영업시간 : (월–금) 16:00–24:00 / (토–일) 12:00–2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