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이미지는 빽빽한 건물과 사람들이다. 실제로 여행을 하면서도 하루 종일 거리를 걷다 보면 도시가 쉼 없이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시부야의 교차로, 신주쿠의 인파, 긴자의 상점가까지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는 여행을 하는 사람조차도 계속 걸어야 한다는 압박을 받게 된다. 어딘가에 앉아서 잠시 멈춰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런 장소를 도심 한가운데서 찾기는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히비야 공원은 조금 특이한 장소였다. 긴자에서 길을 따라 조금만 벗어나면 갑자기 도시의 분위기가 끊기듯 바뀌는 지점이 나타난다. 자동차 소음이 줄어들고, 빌딩 사이로 나무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사이로 넓게 열린 공간이 나타나는데, 그곳이 바로 히비야 공원이다.


일본 최초의 근대 공원
우리나라에 탑골공원이 있다면 일본에는 히비야 공원이 있다. 히비야 공원은 1903년에 개장한 일본 최초의 서양식 근대 공원이다. 단순히 오래된 공원이 아니라, 일본이 근대화 과정에서 도시 공간을 어떻게 바꾸어 나갔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에도 시대까지만 해도 이 지역은 다이묘 저택이 있던 자리였다고 한다. 이후 메이지 유신 이후 도시 정비가 진행되면서 서양식 도시 계획이 도입되었고, 그 결과로 만들어진 공간이 바로 히비야 공원이다. 단순한 녹지가 아니라 ‘근대 도시의 시민 공간’이라는 개념으로 설계된 곳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긴자와 황궁 사이에 자리하고 있다는 위치도 상징적이다. 소비와 권력의 공간 사이에 시민이 머무는 공간이 들어간 셈이다.


긴자에서 걸어 들어간 공원
긴자에 있다가 특별히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주변을 검색하다가 이곳을 알게 되었다. 지도로 보니 멀지 않았다. 긴자역에서 걸어서 약 10분 정도 거리였고, 천천히 걸어가 보기로 했다. 사실 더 가까운 역은 히비야역이었지만, 이미 긴자를 걷고 있었기에 그대로 이어서 이동했다.
긴자에서 공원으로 넘어가는 길은 묘하게 기억에 남는다. 쇼윈도에 진열된 물건과 조명이 이어지던 거리가 점점 어두워지고, 건물 사이의 간격이 넓어지다가 어느 순간 시야가 확 트인다. 관광지에서 자연으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구조가 바뀌는 느낌에 가깝다.
공원 입구를 들어서는 순간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조용함’이었다. 도쿄라는 도시에서 조용하다는 감각 자체가 낯설게 느껴졌다.


아직 봄이 오지 않았던 2월의 풍경
방문했던 시기는 2월 말이었다. 한국보다 따뜻하긴 했지만, 완전히 봄이라고 부르기에는 애매한 날씨였다. 나무에는 아직 잎이 많지 않았고, 잔디도 푸르게 올라오기 전이었다. 그래서 공원 전체가 약간 비어 보이는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평일 저녁 시간이기도 해서 사람도 많지 않았다. 다른 여행자의 사진에서 보았던 풍경과는 꽤 달랐다. 벤치에 앉아 있는 사람도 드물었고, 산책을 하는 사람들도 띄엄띄엄 지나갈 뿐이었다. 오히려 그 점이 더 좋았다. 관광지라기보다 실제로 시민들이 사용하는 공간에 들어온 느낌이 강했다.
여행을 하다 보면 계속 무언가를 보게 된다. 보고, 찍고, 이동하고, 또 보고를 반복한다. 그런데 히비야 공원에서는 특별히 할 일이 없었다. 그냥 천천히 걷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오히려 더 오래 머물게 되었다.


도심 속에 자리한 넓은 공간
히비야 공원은 생각보다 규모가 큰 공원이다. 면적은 약 16만㎡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 걸어보면 한 바퀴를 도는 데 꽤 시간이 걸린다. 공원 안에는 단순히 나무와 잔디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시설이 함께 들어서 있다.
야외음악당, 공회당, 도서박물관, 레스토랑, 테니스 코트까지 다양한 공간이 공원 안에 자연스럽게 배치되어 있다. 공원이 단순한 녹지가 아니라 하나의 도시 시설처럼 작동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인지 공원 내부의 길도 산책로라기보다는 도시의 작은 도로처럼 정리되어 있었다.
도쿄라는 거대한 도시 한가운데에 이렇게 여유 있는 공간이 존재한다는 것이 조금 의외였다.


두루미 분수와 펠리컨 분수
공원을 걷다 보면 가장 눈에 띄는 구조물이 하나 있다. 물을 뿜어내는 조형물이 있는 분수인데, 두루미 분수라고 불리는 곳이다. 일본에서 세 번째로 오래된 분수라고 알려져 있다고 한다. 오래된 시설이지만 묘하게 주변과 잘 어울린다.
조금 떨어진 곳에는 펠리컨 분수도 있다. 관광객이 몰려 사진을 찍는 명소라기보다는, 산책을 하다가 우연히 발견하게 되는 장소에 가깝다.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다. 계획했던 장소보다 우연히 마주친 풍경이 더 오래 남는 경우가 많다.


여행 중의 휴식
히비야 공원은 특별한 볼거리가 많은 장소는 아니다. 화려한 랜드마크도 없고, 유명한 상점도 없다. 하지만 하루 종일 걷다가 이곳에 들어오면 여행의 속도가 바뀐다.
긴자에서 소비의 분위기를 경험하고 나서 이곳에 들어오니, 같은 도시 안에서도 전혀 다른 공간에 온 느낌이었다. 여행이라는 것이 단순히 유명한 장소를 많이 보는 것이라면, 이곳은 굳이 방문할 필요가 없는 장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행이 시간을 보내는 경험이라면, 오히려 이런 장소가 더 기억에 남는다.
공원 벤치에 잠시 앉아 있다가 다시 일어나 이동했을 뿐인데, 그날의 일정이 새롭게 시작되는 느낌이 들었다. 히비야 공원은 관광지라기보다 여행의 흐름을 조절해 주는 장소였다.
📌 장소 정보 : 히비야 공원
- 📍 주소 : Hibiyakoen, Chiyoda City, Tokyo 100-0012, Japan
- 📞 전화번호 : +81 3-3501-6428
- 🌐 홈페이지 : https://www.tokyo-park.or.jp/park/hibiya/
- 🕒 이용시간 : 상시 개방 (시설별 운영시간 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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