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부쿠로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저녁 식사를 위해 이동한 곳은 신오쿠보였다. 이케부쿠로에서 신오쿠보까지의 동선은 생각보다 멀지 않았고, 전철로 이동하기에도 부담 없는 거리였다. 굳이 이곳까지 이동하기로 한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작년 이맘때, 카노우 미유의 생일 콘서트가 신오쿠보에 있는 R’s 아트코트에서 열렸고, 공연이 끝난 뒤 자연스럽게 모여 식사를 했던 장소가 바로 이곳, 불막열삼이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인원도 지금보다 훨씬 많았고, 공연 직후의 열기와 흥분이 그대로 이어진 밤이었다. 그래서인지 “도쿄에서 먹은 삼겹살”이라는 기억보다도, “그날의 밤을 함께 마무리했던 장소”라는 인상이 더 강하게 남아 있었다. 이번에는 작년보다 인원이 줄어들어 조금은 아쉬운 마음도 들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그때의 기억을 다시 꺼내어 천천히 되짚어보기에는 더 잘 어울리는 밤이기도 했다.



1년이라는 시간, 그리고 다시 같은 문을 열다
불막열삼의 외관은 기억 속에 있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신오쿠보 골목 특유의 분위기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한식당, 일본 한복판에 있지만 문을 여는 순간만큼은 한국의 삼겹살집과 크게 다르지 않은 공간이다. “여기 맞지?”라는 확인이 필요 없을 정도로, 몸이 먼저 기억해내는 느낌이었다.
작년에 이곳을 찾았을 때, 우리는 식사를 마치고 식당 벽에 낙서를 하나 남겼다. 그날의 날짜와 간단한 메시지, 그리고 그 순간의 감정을 담은 흔적이었다. 그래서 이번 방문에는 식사 그 자체보다도, 그 낙서가 아직 남아 있을지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컸던 것도 사실이다.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고, 그 사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공간을 다녀갔을지 알 수 없었기에 기대보다는 조심스러운 마음이 앞섰다.
그런데, 벽을 바라보는 순간 생각지도 못한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작년에 남겼던 그 낙서가 그대로 남아 있었던 것이다. 글씨의 위치도, 주변의 흔적도 거의 변하지 않은 채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묘한 감정이 올라왔다. 단순히 낙서 하나가 남아 있었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남겼던 그 시간의 조각이 이 공간 어딘가에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사라진 벽, 그리고 다시 남긴 흔적
이번에 함께 온 일행 중 한 명은 작년에는 다른 쪽 벽에 낙서를 남겼던 기억이 있었다. 혹시나 그 흔적도 남아 있을까 싶어 반대편 벽을 살펴보았지만, 그쪽은 상황이 달랐다. 낙서가 너무 많이 쌓였던 탓인지, 사장님이 도배를 새로 하셨다고 했다. 그래서 그 벽에 남아 있던 글들은 모두 사라진 상태였다. 동행한 지인은 조금은 허탈한 웃음을 보였다. “아, 이쪽은 없어졌네”라는 말과 함께, 그때의 기억도 자연스럽게 웃음으로 흘려보낼 수밖에 없었다.
대신, 이번에는 다시 새로운 낙서를 남기고 나왔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2년 연속으로 같은 장소를 찾아, 같은 방식으로 흔적을 남긴 셈이 되었다. 계획했던 일은 아니었지만, 돌아보면 이런 반복이야말로 여행이 남기는 가장 솔직한 기록일지도 모르겠다. 일부러 의미를 만들지 않아도, 시간이 겹치고 장소가 겹치면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쌓이게 되는 법이니까.



세트 메뉴로 완성된 한 상, 그리고 추가된 냉면
이번에 불막열삼에서 주문한 메뉴는 개별 메뉴를 이것저것 고른 것이 아니라, 삼겹살을 중심으로 구성된 세트 메뉴였다. 구성은 비교적 단순했지만, 막상 테이블 위에 올라오니 생각보다 꽤 알찼다. 삼겹살과 양념돼지고기, 파전, 된장찌개가 한 세트로 묶여 있었고, 여기에 우리가 따로 냉면을 추가한 구성이다.
세트의 중심이 되는 고기는 삼겹살과 양념돼지고기였다. 불판 위에는 먼저 삼겹살이 올라갔고, 고기가 익어가며 자연스럽게 기름이 돌자 그 위에 김치와 마늘, 파가 함께 구워졌다. 일본에서 먹는 삼겹살이지만 굽는 방식이나 전체적인 맛의 결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간이 조금 더 순해서, 여러 사람이 함께 먹기에 부담 없는 방향으로 조정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삼겹살과 함께 나온 양념돼지고기는 간장 베이스의 양념이 입혀진 고기로, 불에 직접 닿으면서 단맛과 불향이 강조되는 타입이었다. 담백한 삼겹살과 대비되는 역할을 해주었고, 밥이나 쌈과 함께 먹기에 잘 어울렸다. 세트 메뉴라는 점을 생각하면, 두 가지 고기를 번갈아 먹을 수 있다는 점이 꽤 만족스러웠다.
고기 옆을 채운 메뉴는 파전과 된장찌개였다. 파전은 접시 하나를 가득 채운 크기로 나왔고, 가장자리는 바삭하고 가운데는 촉촉한 전형적인 스타일이었다. 고기를 먹다가 한 조각씩 집어 먹기 좋았고, 기름진 맛을 중간중간 정리해주는 역할을 했다. 결국 이 파전은 다 먹지 못해 남기게 되었는데, 직원에게 부탁해 포장해서 가져갈 수 있었고, 그 덕분에 다음 날 아침 숙소에서 다시 한 번 먹을 수 있었다. 전날 밤의 식사가 다음 날 아침까지 이어진 셈이다.
된장찌개는 돌솥에 담겨 끓는 상태로 나왔고, 두부와 채소가 듬뿍 들어간 비교적 정직한 맛이었다. 고기 위주의 식사 중간에 국물 한 숟갈을 더해주니, 세트 메뉴의 균형이 자연스럽게 맞춰지는 느낌이었다. 자극적이지 않은 맛이라 일본에서 먹는 한식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잘 어울리는 구성처럼 느껴졌다.
여기에 우리가 추가로 주문한 메뉴가 냉면(冷麺)이었다. 세트 메뉴만으로도 충분히 배가 찬 상태였지만, 고기와 전, 찌개로 이어진 식사의 끝에는 냉면이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냉면은 물냉면 타입으로, 맑은 육수 위에 면과 오이, 토마토, 삶은 달걀이 정갈하게 올라가 있었다. 기름진 맛을 말끔하게 정리해주며, 식사를 ‘완전히 끝냈다’는 감각을 분명하게 남겨주는 메뉴였는데, 한국에서 먹는 냉면과는 달리 토마토가 올라가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이렇게 보면 이번 불막열삼에서의 식사는, 세트 메뉴를 중심으로 한 안정적인 한식 구성에 냉면을 더해 마무리한 저녁이었다. 음식 하나하나가 특별히 튀기보다는, 함께 먹었을 때의 흐름이 자연스러운 조합이었다.





다시 나누는 이야기
작년에는 공연 직후의 열기 속에서 정신없이 고기를 굽고, 말이 끊이지 않던 테이블이었다면, 이번에는 조금 더 차분하게, 그 사이에 있었던 시간들을 돌아보는 식사가 되었다. 같은 공간, 같은 메뉴, 하지만 전혀 다른 온도의 대화. 그 차이마저도 이 장소가 만들어준 또 하나의 추억처럼 느껴졌다.
같은 장소가 남겨주는 다른 의미
불막열삼은 이제 단순히 “신오쿠보의 한식당”이 아니라, 해마다 한 번쯤은 떠올리게 되는 기준점 같은 장소가 되었다. 작년의 밤과 올해의 밤이 겹쳐지고, 그 사이에 있었던 시간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언젠가 또 도쿄를 찾게 된다면, 이곳을 다시 찾게 될지 아닐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한 번의 우연”이 아니라 “두 번의 선택”이 되었다는 점에서 이 장소는 이미 충분한 의미를 갖게 된 것 같다.
📌 불막열삼 (ブルマックヨルサム)
- 📍 주소: 祥栄ビル 1F, 1 Chome-16-16 Okubo, Shinjuku City, Tokyo 169-0072
- 📞 전화번호: +81 3-3202-2400
- 🌐 홈페이지: https://bulmakyeolsam.jp/
- 🕒 영업시간: 매일 11:00 – 24:00 (라스트 오더 23:00) (현지 사정에 따라 변동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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