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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여행 — 긴시초 노래방 ‘빅 에코’에서 이어진 밤

방 안에는 일본 노래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DAM 기기가 설치되어 있었다. 한국의 금영이나 태진과는 인터페이스부터 분위기까지 조금 다른 느낌이었지만, 몇 번 눌러보니 금세 익숙해졌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일본 노래방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노래가 제법 준비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저녁 식사를 비교적 이른 시간에 시작했기 때문에, 고기를 든든하게 먹고 식당을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밤은 한참 남아 있었다. 도쿄의 밤은 늘 이런 식이다. 하루 일정을 거의 다 소화했다고 생각해도, 시계를 보면 아직 집에 들어가기엔 애매한 시간이고, 그렇다고 그냥 헤어지기에는 조금 아쉬운 그런 시간대. 아마 그 미묘한 공백이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노래방에 갈래요?”라는 말이 나왔던 것 같기도 하다.

사실 몸은 이미 조금 피곤한 상태였다. 아침부터 센소지를 다녀오고, 공연을 보고, 식사까지 마친 하루였으니 체력이 바닥나도 이상할 건 없었다. 하지만 여행이라는 게 원래 그렇지 않은가. 평소라면 집으로 바로 돌아갔을 상황에서도, 여행지에서는 한 번쯤 더 움직이게 된다. 특히 이렇게 사람들과 함께 있는 자리라면 더더욱 그렇다. 결국 우리는 “이왕 온 김에”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긴시초의 밤거리로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긴시초에서 만난 일본 노래방, 빅 에코(BIG ECHO)

이번에 향한 곳은 긴시초에 있는 빅 에코였다. 일본을 여행하다 보면 한 번쯤은 꼭 보게 되는 노래방 체인이다. 빨간색 간판에 흰 글씨로 큼직하게 적힌 “BIG ECHO”라는 이름은 일본의 거리에서 꽤 높은 존재감을 가지고 있다. 한국으로 치면 대형 노래방 체인처럼, 일본에서는 아주 대중적인 노래방 브랜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일본 노래방은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었다. 첫 경험은 작년 12월 31일, 연말의 아사쿠사에서였다. 연말 + 관광지 + 밤이라는 삼박자가 완벽하게 겹친 탓에, 그날의 노래방은 말 그대로 악몽 같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3~4시간 정도 머물렀던 것 같은데, 3명이서 결제한 금액이 무려 34만 원 정도였던 걸로 기억한다. 계산서를 보고 한동안 말을 잃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래서 이번에도 같은 브랜드의 노래방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솔직히 말하면 약간의 긴장이 먼저 들었다. ‘설마 또 그 정도는 아니겠지’라는 마음으로 들어갔는데, 다행히도 이번에는 상황이 전혀 달랐다.


생각보다 훨씬 합리적이었던 이용 요금

이번에는 연말도 아니었고, 시간대도 비교적 이른 편이었다. 골든위크 기간이긴 했지만, 밤 늦은 시간대가 아니어서 그런지 요금은 이전에 비하면 훨씬 현실적인 수준이었다. 일본의 노래방은 방 단위가 아니라 인원 기준으로 요금이 책정되는 방식인데, 이 날은 4명이서 2시간을 이용하고 약 13,000엔 정도가 나왔다. 한화로 환산하면 약 13만 원 정도다.

물론 우리나라 노래방 가격과 비교하면 여전히 비싸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라면 비싼 축에 속하는 홍대의 일반 노래방과 비교해도 체감상 두 배 정도는 되는 느낌이다. 이런 부분에서는 확실히 일본의 유흥 물가가 높다는 걸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년의 연말 경험을 떠올리면 “이 정도면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다 같이 고개를 끄덕이며 방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일본 노래방 기기 ‘DAM’, 그리고 익숙하면서도 낯선 선곡들

방 안에는 일본 노래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DAM 기기가 설치되어 있었다. 한국의 금영이나 태진과는 인터페이스부터 분위기까지 조금 다른 느낌이었지만, 몇 번 눌러보니 금세 익숙해졌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일본 노래방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노래가 제법 준비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물론 최신 K-POP 곡이 가득한 건 아니었다. 비교적 오래된 곡 위주였고, 선택의 폭도 넓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한국 노래가 있다는 것 자체가 반갑게 느껴졌다. 일본 노래방에서 한국 노래를 부르는 경험은 언제나 묘한 기분을 안겨준다. 익숙한 멜로디가 낯선 공간에서 울려 퍼질 때의 그 어색하면서도 재미있는 감각은,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설명하기 어렵다.

이 날은 자연스럽게 시스(SIS/T)와 관련된 곡들이 많이 나왔다. 팬들끼리 모인 자리였기에 어쩌면 당연한 흐름이었을지도 모른다. 누군가가 먼저 한 곡을 고르면, 다음 사람은 또 그 흐름을 이어가고, 그렇게 플레이리스트는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도쿄 출신은 아무도 없었던, 묘한 조합의 밤

이 날 노래방 자리가 더 인상 깊게 남았던 이유 중 하나는, 함께 있었던 사람들 중에 정작 도쿄 출신이 아무도 없었다는 점이다. 한 명은 고베에서, 한 명은 오키나와에서, 그리고 우리는 서울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그렇게 일본의 여러 지역과 한국에서 온 사람들이 도쿄 한복판의 노래방에 모여 같은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주로 관동 지방 출신의 일본인들과 교류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렇게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건 이번이 거의 처음이었다. 같은 일본인이라고 해도 지역에 따라 말투나 분위기, 미묘한 리액션이 조금씩 다른 게 느껴졌고, 그런 차이를 직접 체감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날의 작은 수확이었다.

노래방에서의 두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흘러갔다. 노래를 부르고, 웃고, 박수를 치고, 중간중간 공연 이야기로 다시 돌아갔다가, 또 전혀 다른 이야기로 흘러가기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결국 우리는 다음 날을 기약하며 이쯤에서 자리를 정리할 수밖에 없었다.


📌 빅 에코 긴시초점

  • 📍 주소: 〒130-0013 Tokyo, Sumida City, Kinshi, 4 Chome−13−2 サクセスビル
  • 📞 전화번호: +81-3-3829-5001
  • 🌐 홈페이지: https://big-echo.jp/
  • 🕒 영업시간: 11:00 –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