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의 마지막 날 아침이 밝았다. 전날까지 추적추적 이어지던 비는 거짓말처럼 완전히 그쳐 있었고,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은 오히려 여행 내내 보기 힘들었던 맑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전날 야외 공연이 있었던 시간에 이런 날씨였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잠시 스치기도 했지만, 곧 생각을 바꿨다. 돌아가는 날까지 비가 내리는 것보다는, 이렇게라도 맑은 날씨를 남겨주는 편이 훨씬 낫다는 쪽으로 마음을 정리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날의 아침은 언제나 비슷한 감정을 동반한다. 아직 떠나지 않았는데도 이미 떠난 것 같은 기분, 방 안에 남아 있는 공기마저도 어제와는 다르게 느껴지는 시간. 전날 밤, 캥거루 호텔에서 마지막 밤을 정리하고 잠들었지만, 아침이 되자 그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훨씬 더 또렷해졌다. 체크아웃 준비를 하면서 캐리어를 닫는 순간, 이번 여행의 물리적인 끝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사실이 실감 나기 시작했다.

미나미센쥬역에서 하루를 접다
숙소 체크아웃을 마치고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미나미센쥬역이었다. 여행 내내 수없이 오르내렸던 역이지만, 이 날 아침만큼은 그 느낌이 사뭇 달랐다. 이제는 이 역을 ‘출발점’이 아니라 ‘마무리 지점’으로 인식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리타 공항으로 향하는 항공편은 오전 11시 10분 출발이었기에,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자연스럽게 아침부터 서둘러 움직일 수밖에 없는 일정이었다.
이동 경로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한 가지 선택지가 떠올랐다. 미나미센쥬역에서 닛포리역으로 이동한 뒤, 그곳에서 스카이라이너를 타고 바로 나리타 공항으로 가는 방법. 동선만 놓고 보면 훨씬 효율적인 선택이었지만, 문제는 ‘경험’이었다. 이때까지 닛포리역에서 스카이라이너를 이용해본 적이 없었고, 마지막 날에 굳이 새로운 동선을 시도하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결국 이번에도 익숙한 루트를 택했다. 미나미센쥬역에서 우에노역으로 이동한 뒤, 우에노에서 스카이라이너를 타는 방식이었다.

조반선, 익숙함이 주는 안도감
미나미센쥬역에서 우에노역까지는 조반선을 이용하면 된다. 정거장 수로는 네 정거장, 소요 시간은 약 10분 남짓. 거리 자체만 보면 정말 짧은 구간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 날 아침에는 그 10분이 생각보다 길게 느껴졌다. 이동 시간이 길어서가 아니라, 이 열차가 ‘여행의 마지막 전철’이라는 사실 때문이었을 것이다.
조반선 승강장에 내려서자, 곧바로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다. 사람들이 유난히 많았고, 플랫폼 전체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제야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떠올리게 되었다. 오늘은 평일, 그것도 아침 출근 시간대라는 점이었다. 도쿄 인근 지역에서 도심으로 출근하는 인파가 몰리는 시간대였기에, 열차 안이 혼잡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출근 시간대의 현실, 캐리어라는 변수
문제는 우리 일행이 캐리어를 끌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출근길 인파 속에서 캐리어를 동반한 승객은 자연스럽게 ‘불편한 존재’가 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도착하는 열차마다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고, 캐리어를 들고 탑승할 여유는 거의 없어 보였다. 결국 우리는 한 대, 두 대, 세 대의 열차를 연달아 보내야 했다.
네 번째 열차가 들어왔을 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 열차마저 놓치면 공항 도착 시간이 애매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사람들 사이로 조심스럽게 비집고 들어가 겨우 탑승할 수 있었다. 공간은 매우 협소했고, 캐리어를 제대로 놓을 자리조차 마땅하지 않았지만, 일단 열차에 올랐다는 사실만으로도 안도의 숨이 나왔다.
이 순간에서야 비로소 “아, 이건 내가 미리 생각했어야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일 아침 출근 시간대라는 점을 고려했다면, 숙소에서 닛포리역이나 우에노역까지 택시로 이동하는 선택지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다음에 비슷한 일정으로 평일 아침에 출국하게 된다면, 이 경험은 분명 하나의 기준점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에노역, 다시 돌아온 익숙한 관문
다행히도 열차는 큰 지연 없이 우에노역에 도착했다. 캐리어를 끌고 승강장을 빠져나오며 느낀 감정은 묘했다. 여행 내내 수차례 들렀던 우에노였지만, 이제는 이곳이 ‘도쿄의 중심’이 아니라 ‘귀국을 위한 관문’으로 인식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금 전까지는 여행자였던 내가, 이 순간부터는 귀국객이 되어버린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우에노역에 도착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스카이라이너를 타는 과정은 이미 여러 번 경험해본 루트였기에, 동선과 시간 계산이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그려졌다. 긴장감이 조금 풀리자, 비로소 이번 여행 전체가 하나의 흐름으로 정리되기 시작했다. 사이타마에서 시작된 이동, 도쿄 도심과 가와사키를 오가며 이어졌던 공연 일정들, 그리고 비 속에서 마주했던 마지막 무대까지. 이 모든 장면들이 이 짧은 이동 구간 위에서 천천히 정리되고 있었다.
짧은 전철 이동이었지만, 이 구간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여행을 닫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미나미센쥬에서 우에노까지, 단 네 정거장의 거리를 지나며 이번 도쿄 여행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있었다.
📌 역 정보 정리
🚉 미나미센쥬역 (南千住駅)
- 📍 주소 : 4 Chome-3-1 Minamisenju, Arakawa City, Tokyo 116-0003
- 🚃 이용 노선
- JR 동일본 조반선(Jōban Line)
- 도쿄메트로 히비야선(Hibiya Line)
- 츠쿠바 익스프레스 TX선
- ⏱ 우에노역까지 소요 시간
- 조반선 기준 약 10분 (4정거장)
- 🧳 특이사항 / 체감 포인트
- 평일 아침 출근 시간대(7:30~9:00)는 혼잡도 매우 높음
- 캐리어 동반 시 승차 난이도 높음
- 이른 아침 출국 일정이라면 택시 이동도 충분히 고려할 만한 역
🚉 우에노역 (上野駅)
- 📍 주소 :7 Chome Ueno, Taito City, Tokyo 110-0005
- 📞 전화번호 :+81 50-2016-1600 (JR 동일본 고객센터)
- 🌐 공식 홈페이지 : https://www.jreast.co.jp/estation/station/info.aspx?StationCd=204
- 🚃 이용 노선 (일부)
- JR 야마노테선
- JR 조반선
- JR 우에노도쿄라인
- JR 게이힌토호쿠선
- 도쿄메트로 긴자선 / 히비야선
- 케이세이 스카이라이너 (나리타 공항)
- ✈️ 공항 접근성
- 케이세이 우에노역에서 → 나리타 공항까지 스카이라이너 약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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