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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여행 — 비 오는 토도로키 녹지 ‘시스(SIS/T) 미니 라이브’

이날 공연의 주인공은 카노우 미유가 속한 시스(SIS/T)였다. 세트리스트는 전날, 그리고 그 전날과 동일했다. 3일 연속 같은 곡을 듣는 상황이었지만, 이상하게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장소도 다르고, 분위기도 다르고, 무엇보다 비라는 요소가 더해지면서 같은 곡이 전혀 다른 감정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카노우 미유(SIS/T) 미니 라이브, 여행의 마지막 하이라이트

비가 내리는 토도로키 녹지의 풍경은 생각보다 훨씬 차분했고, 동시에 묘하게 마음을 가라앉히는 힘이 있었다. 불과 하루 전까지만 해도 도쿄의 날씨는 맑고 따뜻했는데, 정작 공연이 예정된 날이 되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야외 행사, 그것도 녹지 한가운데에서 열리는 공연이었기에 날씨의 영향은 클 수밖에 없었고, 행사장을 둘러보며 ‘사람이 더 많았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먼저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다만 시간이 조금 지나자 생각은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비가 오는 날, 그것도 도쿄에서 조금 떨어진 가와사키의 녹지까지 와서 야외 공연을 본다는 경험 자체가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공연을 보는 환경으로만 놓고 보면 최적의 조건은 아니었을지 몰라도, 여행의 기억이라는 관점에서는 오히려 더 강렬하게 남을 수 있는 순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날의 경험은 분명히, 나중에 다시 떠올리게 될 ‘특별한 장면’이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비가 내리는 날의 야외 공연이라는 변수

비는 관객 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행사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눈에 띄게 사람이 적었고, 무대 앞 역시 여유가 있는 상태였다. 보통이라면 좋은 자리에서 공연을 보기 위해 꽤 이른 시간부터 대기해야 했을 상황이었지만, 이 날만큼은 비교적 쉽게 무대와 가장 가까운 위치를 확보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비는 단점이자 동시에 예상치 못한 장점이 되었다.

가장 앞줄, 그것도 거의 무대 바로 앞에서 공연을 볼 수 있다는 것은 흔한 기회가 아니다. 특히 이렇게 개방된 야외 공간에서, 우산을 쓰거나 비를 맞으면서 무대를 바라보는 경험은 기억에 오래 남을 수밖에 없었다. 관객이 적다는 사실이 주는 아쉬움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아티스트를 마주할 수 있다는 설렘이 조금씩 더 커지기 시작했다.


오후 1시, 짧지만 인상 깊었던 리허설

공연은 오후 2시에 예정되어 있었지만, 멤버들은 그보다 훨씬 이른 시간에 현장에 도착해 리허설을 진행했다. 오후 1시쯤, 사복 차림의 멤버들이 무대 위로 올라와 간단히 동선을 맞추고 음향을 점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완벽하게 준비된 무대 위의 모습과는 또 다른, 조금은 편안하고 일상적인 분위기였다.

리허설은 길지 않았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인상적이었다.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순간이었고, 팬 입장에서는 무대를 ‘기다리는 시간’마저도 하나의 장면으로 남게 되는 시간이었다. 리허설이 끝난 뒤, 우리는 비를 맞으며 본 공연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인상적인 장면도 하나 있었다. 전날 함께 저녁을 먹었던 일본 팬이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더니, 니쿠 마츠리 행사장 내 부스에서 고기를 구입해 멤버들에게 전달해도 괜찮다는 허락을 받았던 것이다. 그 흐름에 자연스럽게 합류해 고기와 음료를 함께 준비했고, 매니저를 통해 전달하려는 순간 작은 해프닝도 있었다. 준비한 것 중 일부가 실수로 떨어지는 바람에 어색한 웃음이 오갔지만, 이런 사소한 사건마저도 현장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장면으로 기억에 남게 되었다.


오후 2시, 비 속에서 시작된 미니 라이브

공연은 예정대로 오후 2시에 시작될 예정이었고, 그 전 시간대에는 다른 가수가 무대에 올라 디즈니 노래를 중심으로 한 공연을 펼치고 있었다. 이미 비가 내리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자리를 비우기보다는 그대로 앞 무대에 남아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비를 피해 뒤쪽으로 물러날 수도 있었지만, 이왕 여기까지 온 김에 무대와 가까운 자리를 끝까지 지키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다. 우비를 입은 채로 자리를 지키며, 자연스럽게 앞선 공연을 지켜보는 시간이 이어졌다.

비가 오는 야외 공연장은 확실히 평소와는 다른 공기를 가지고 있었다. 바닥은 점점 젖어갔고, 관객들은 우산이나 우비로 각자 비를 피하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편안한 상태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환경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떠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아마도 이 날 이 무대에 서게 될 다음 팀을 기다리는 마음이, 이 정도의 불편함은 충분히 감수할 수 있게 만들고 있었던 것 같다.

2시가 가까워지자 무대 위에는 MC들이 등장해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빗속에서도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 마지막 날이라는 점 등을 언급하며 관객들과 가볍게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한국에서 이 공연을 보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예상보다 더 큰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멀리서 찾아온 관객이라는 사실 자체가, 이 날의 분위기와 맞물리며 작은 화제가 된 느낌이었다.

짧은 대화가 끝나고, 무대 위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전환되었다. 그리고 이내 멤버들이 무대 위로 모습을 드러내며, 오늘의 공연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 날 공연의 주인공은 카노우 미유가 속한 시스(SIS/T)였다. 이미 전날과 그 전날에도 같은 팀의 공연을 보았기에 익숙한 얼굴들이었지만, 비 오는 야외 무대라는 조건 속에서 다시 마주하니 느낌은 전혀 달랐다.

세트리스트는 전날, 그리고 그 전날과 동일했다.

3일 연속 같은 곡을 듣는 상황이었지만, 이상하게도 지루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장소가 달랐고, 무대의 형태가 달랐으며, 무엇보다 비라는 요소가 더해지면서 같은 곡들이 전혀 다른 감정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실내 공연장에서 들었을 때와는 달리, 이 날은 노래 사이사이에 빗소리와 바람 소리가 섞여 들어왔고, 그게 오히려 공연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 う、ふ、う、ふ
  • 愛のバッテリー
  • I Can’t Stop the Loneliness
  • Ding Dong ください。

이 곡들이 비 오는 야외 무대에서 울려 퍼질 때, 이전과는 전혀 다른 결을 가진 감정으로 다가왔다. 관객 수는 많지 않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멤버들의 표정과 동작 하나하나가 더 또렷하게 눈에 들어왔다. 무대와의 거리가 가까웠고, 시야를 가리는 것도 거의 없었기에, 노래를 ‘듣는다’기보다는 공연을 ‘마주하고 있다’는 느낌에 더 가까웠다.

약 30분 남짓한 공연 시간이었지만, 체감되는 밀도는 그보다 훨씬 높았다. 비를 맞으며 우비를 입고 서 있었던 시간, 젖어가는 바닥, 그리고 눈앞에서 이어지던 무대까지. 이 날의 공연은 단순히 한 번 더 본 미니 라이브가 아니라, 이번 여행의 마지막을 향해 수렴해가는 하나의 장면처럼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공연이 끝나갈수록, 아쉽다는 감정보다는 이 시간을 제대로 보고 있다는 묘한 충만감이 더 크게 남았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 공연이라는 의미

이 날의 공연은 이번 여행에서 볼 수 있는 마지막 무대였다. 일정표로만 보면 그저 ‘마지막 공연’이라는 한 줄로 정리될 수도 있었겠지만, 실제로 그 자리에서 무대를 바라보고 있자니 그 의미는 훨씬 더 크게 다가왔다. 비가 내리는 야외 공연이라는 조건, 관객이 많지 않은 상황, 그리고 무대와 거의 맞닿아 있다고 느껴질 만큼 가까운 거리까지. 이 모든 요소가 겹치면서, 이 공연은 단순히 하나의 일정이 아니라 이번 여행 전체를 정리해주는 하나의 장면처럼 느껴졌다.

이 날은 우산 대신 우비를 입고 공연을 관람했다. 비를 피하기 위한 선택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다른 관객들의 시야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야외 공연장에서 우산을 펼치면 뒤에 있는 사람들의 시야를 가릴 수밖에 없고, 특히 무대와의 거리가 가까운 상황에서는 그 영향이 더 크게 느껴질 수 있다. 비를 맞는 불편함보다는, 공연을 함께 보고 있는 다른 사람들과 같은 공간을 공유하고 있다는 감각을 지키는 쪽을 택하고 싶었다.

비를 맞으며 공연을 본다는 경험은 결코 편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우비 안쪽으로 습기가 차오르고, 신발은 점점 젖어들었고,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는 데에도 제약이 있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기 때문에 이 장면은 더 또렷하게 기억에 남는다. 편안한 환경에서 본 공연보다, 이렇게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며 마주한 무대가 오히려 더 오래 마음에 남는 법이니까. 비 오는 날의 공기, 젖은 흙 냄새, 우비에 떨어지던 빗소리, 그리고 그 위를 뚫고 울려 퍼지던 노래까지, 이 모든 것이 함께 엮여 하나의 기억으로 남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이번 여행은 이동도 많았고, 날씨도 완벽하지 않았으며, 체력적으로도 결코 여유로운 일정은 아니었다. 도쿄에서 시작해 사이타마를 거쳐 가와사키까지, 공연 하나를 보기 위해 여러 지역을 오가며 시간을 썼고,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은 변수들도 계속해서 따라붙었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이 이 마지막 무대 앞에 서 있는 순간 하나로 자연스럽게 수렴되는 느낌이 들었다. ‘아, 그래서 여기까지 온 거였구나’라는 생각이 문득 스쳤다.

언제 다시 이런 조건에서,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공연을 보게 될지는 알 수 없다. 비가 오는 야외 무대, 관객이 많지 않았던 공간, 그리고 우비를 입고 같은 방향을 바라보던 사람들까지. 이 모든 요소가 다시 똑같이 겹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 날의 시간은 자연스럽게 더 소중해질 수밖에 없었고, 이번 여행을 ‘잘 다녀왔다’고 말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결정적인 순간이 되었다. 공연이 끝났을 때 느껴졌던 약간의 허전함과 동시에 찾아온 묘한 충만감은, 아마도 이 여행이 제대로 마무리되고 있다는 신호였을지도 모르겠다.


공연 후, 소소하지만 인상 깊었던 굿즈 판매

공연이 끝난 뒤에는 굿즈 판매가 이어졌다. 이번 공연은 특전 이벤트가 없는 구조였기에 굿즈를 많이 구매할 필요는 없었지만, 마지막 공연이라는 생각이 들자 그냥 지나치기는 아쉬웠다. 다만 야외 행사 특성상 카드 결제가 불가능했고, 현금 결제만 가능하다는 점은 조금 불편하게 느껴졌다.

굿즈 구성은 비교적 단순했다.

  • CD: 2,500엔
  • 체키: 1,000엔
  • 카노우 미유 스티커: 700엔
  • 뱃지: 700엔

판매를 담당하던 스태프의 응대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미니 라이브에서 종종 보던 얼굴이었는데, 매우 친절했고 한국어로도 간단한 소통이 가능했다. 뱃지를 구매할 때 원하는 멤버가 나올 수 있도록 신경 써주는 모습에서, 이 현장이 얼마나 사람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비 오는 날의 무대, 오래 남을 장면

굿즈 판매까지 마치고 나니, 이번 여행의 공연 일정은 모두 끝이 났다. 비행기를 타고 와서, 공연을 세 번이나 보고, 도쿄뿐 아니라 사이타마와 가와사키까지 이동한 일정이었다. 특히 마지막 날, 이렇게 비가 내리는 야외에서 공연을 본 경험은 쉽게 잊히지 않을 것 같다.

편안하지 않았기에 더 선명했고, 예상하지 못했기에 더 특별했던 순간. 이번 여행의 마지막 하이라이트로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장면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 장소 정보

📌 토도로키 녹지

📌 니쿠 마츠리 공식 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