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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여행 — 시나가와의 밤, ‘클럽 eX’에서 마주한 트롯 걸즈 재팬 2부 콘서트

2부 공연은 확실히 1부와 결이 달랐다. 1부가 팬미팅에 가까운, 비교적 가볍고 친근한 분위기였다면, 2부는 콘서트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무대였다. 이 공연은 원래 작년에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여러 사정으로 연기된 공연이었고, 그만큼 이미 작년에 티켓을 구매해둔 팬들이 상당수였다. 덕분에 좋은 좌석은 이미 대부분 차 있는 상태였다.

1부 공연이 끝난 뒤, 잠시의 휴식 시간이 주어졌다. 무대에서 내려온 열기가 채 식기도 전에 관객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숨을 고르는 시간을 가졌다. 필자 역시 이 시간을 이용해 단체 선물과 꽃다발에 적을 메시지를 마무리하고 싶었지만, 생각처럼 쉽지는 않았다. 공연장이 위치한 시나가와 프린스 호텔 단지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잠시 앉아 펜을 들 수 있을 만한 카페는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호텔 내부에 카페가 있기는 했지만, 메뉴판을 보고는 곧바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가격이 너무 현실과 동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식사를 하기에도 애매한 시간이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먹지 않은 채 2부 공연을 버티기에는 체력이 걱정됐다. 결국 선택지는 단순해졌다. 1층에 있는 편의점에서 간단한 음식으로 허기를 달래고, 그 옆 야외 공간에서 그대로 메시지를 작성하는 것이었다. 벤치도, 테이블도 없는 공간이었지만, 더 이상 고를 여지는 없었다. 그렇게 길바닥에 서서 펜을 들고 메시지를 쓰고 있는 스스로의 모습이 조금은 웃기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런 상황마저 이 여행의 일부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2부 공연을 앞두고 다시 시작된 굿즈 판매

이런저런 일을 처리하다 보니 어느새 2부 공연 입장 시간이 다가왔다. 2부 공연에 앞서 다시 한 번 굿즈 판매가 진행되었는데, 이번에는 트롯 걸즈 재팬 전체 굿즈가 아닌, 일부 출연자의 개별 굿즈 판매가 중심이었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었던 것은 우타고코로 리에의 CD 판매였다. CD를 구매하면 공연 종료 후 함께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특전이 마련되어 있었고, 이를 기다리는 팬들의 줄도 제법 길었다.

카노우 미유가 소속된 시스(SIS/T) 역시 굿즈 판매에 참여했다. 구성은 평소 미니 라이브에서 보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 CD 1장 : 멤버 전원과 단체 사진 촬영
  • CD 2장 : CD에 멤버 친필 사인
  • CD 3장 : 지정 멤버 1인과 투샷 촬영

순간 6장을 모두 구매해 모든 특전에 참여할까 하는 생각도 스쳤다. 하지만 전날 저녁, 우에노에서의 식사 한 번에 1인당 8만 원 가까이 지출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현실적인 판단 끝에 CD 3장만 구입하기로 했다. 투샷 특전은 포기하고, 단체 사진과 사인회에 참여하는 것으로 마음을 정리했다. 아쉬움이 전혀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때의 상황에서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콘서트 형식으로 무게를 더한 2부 공연

2부 공연은 확실히 1부와 결이 달랐다. 1부가 팬미팅에 가까운, 비교적 가볍고 친근한 분위기였다면, 2부는 콘서트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무대였다. 이 공연은 원래 작년에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여러 사정으로 연기된 공연이었고, 그만큼 이미 작년에 티켓을 구매해둔 팬들이 상당수였다. 덕분에 좋은 좌석은 이미 대부분 차 있는 상태였다.

운 좋게도,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한 분의 티켓을 전달받아 좌석을 조금 앞당길 수 있었지만, 원래 3열이었던 좌석이 추가 좌석 배치로 인해 4열이 되면서 무대와의 거리는 다소 멀어졌다. 게다가 앞줄이 모두 채워진 상태라 시야의 개방감도 기대보다는 덜했다. 이 부분은 솔직히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이 시작되자 그런 아쉬움은 자연스럽게 잊혀졌다. 2부 공연은 흐름이 분명했고, 무대 하나하나에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출연진 각각의 색깔이 또렷하게 드러났고, 무대는 차분하면서도 단단하게 이어졌다.


우타고코로 리에와 시스(SIS/T)가 만들어낸 중심축

이번 무대에서도 자연스럽게 중심을 잡아준 것은 우타고코로 리에와 시스(SIS/T)였다. 단순히 출연 비중이 많아서가 아니라, 무대에 올라서는 순간 공간의 공기를 바꾸는 힘이 분명히 느껴졌기 때문이다. 트롯 걸즈 재팬 멤버들 중에서도 현재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아티스트와 팀답게, 노래가 시작되기 전부터 관객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집중되는 흐름이 형성되었다.

우타고코로 리에의 무대는 안정감이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과하지 않은 동작과 절제된 감정 표현, 그리고 노래의 흐름을 정확히 짚어가는 보컬이 공연장의 분위기를 단단하게 잡아주고 있었다. 무대 위에서 감정을 쏟아내기보다는, 관객이 자연스럽게 따라올 수 있도록 끌어당기는 방식이었고, 그 점이 오히려 공연 전체의 균형을 만들어주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반면 시스(SIS/T)의 무대는 조금 더 역동적이었다. 멤버 각각의 개성이 분명하게 드러나면서도, 팀으로서의 호흡이 흐트러지지 않는 구조였다. 특히 카노우 미유를 중심으로 무대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는데, 무대 경험이 쌓여 있다는 것이 동작 하나, 시선 처리 하나에서도 느껴졌다. 관객의 반응을 읽고 그에 맞춰 무대를 조율하는 감각이 이전보다 한층 더 단단해졌다는 생각도 들었다.

특히 한일가왕전을 통해 대중에게 각인된 곡들이 흘러나올 때, 객석의 분위기는 확연히 달라졌다. 카노우 미유와 스미다 아이코가 함께 불러 화제가 되었던 〈사쿠란보〉가 시작되자, 공연장 곳곳에서 반가움이 섞인 환호가 터져 나왔다. 단순히 노래를 듣는다는 느낌보다는, 이미 알고 있는 장면을 ‘다시 마주한다’는 감정에 가까웠다. 화면 속에서 보던 장면이 눈앞에서 재현되고 있다는 사실이 관객의 반응을 더욱 크게 만든 듯했다.

이어진 〈Oneway Generation〉 역시 마찬가지였다. 미유의 솔로 무대가 시작되자 공연장은 순식간에 집중의 밀도가 높아졌다. 비교적 차분한 곡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그 절제된 분위기가 관객을 더 깊게 끌어들이는 역할을 했다. 노래가 끝난 뒤 이어진 박수와 환호는 단순한 응원이라기보다는, ‘기다려온 무대를 봤다’는 안도감에 가까운 반응처럼 느껴졌다.

공연이 후반부로 접어들수록, 즐거움과 함께 묘한 아쉬움이 서서히 스며들기 시작했다. 이 멤버들이 이렇게 한자리에 모여 같은 무대에 서는 모습을, 앞으로 또 언제 볼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마지막 곡이 끝났을 때, 박수는 쉽게 잦아들지 않았다. 관객들은 자리를 떠나기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이 순간을 붙잡아 두려는 듯한 모습이었다.


공연 후, 시스(SIS/T) 특전 행사

공연이 모두 끝난 뒤에는 시스(SIS/T)의 CD 구매자 대상 특전 행사가 이어졌다. 객석의 열기가 채 가시기도 전에, 안내에 따라 복도로 이동해 줄을 서기 시작했다. 무대 위에서의 화려함과는 달리, 특전 행사는 늘 이렇게 조금은 현실적인 공간에서 진행된다. 밝은 조명 아래, 공연의 여운이 아직 몸에 남아 있는 상태로 차례를 기다리는 시간은 묘하게 길게 느껴졌다.

줄을 서 있는 동안에도 여기저기서 짧은 웃음소리와 속삭이는 대화가 이어졌다. 방금 전 무대에 대한 이야기, 오늘 노래가 특히 좋았다는 이야기, 혹은 다음 일정에 대한 이야기까지. 공연이 끝났지만, 팬들 사이에서는 아직 공연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느낌이었다.

순서가 되어 먼저 진행된 것은 단체 사진 촬영이었다. 매번 그렇듯이, 어떤 포즈를 할지 잠깐 고민하는 시간이 주어졌지만, 길게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자연스럽게 무난한 포즈를 선택했고, 익숙한 플래시 소리와 함께 사진 촬영이 끝났다. 그 순간에는 별다른 생각 없이 자리를 이동했는데, 촬영이 끝난 뒤 사진을 확인하고 나서야 웃음이 나왔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마코토가 필자의 머리를 감싸 쥐는 듯한 장난스러운 포즈를 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작년 12월 긴시초 공연에서 처음 그런 장면을 경험한 이후로, 이상하게도 단체 사진을 찍을 때마다 같은 패턴이 반복되고 있었다. 일부러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마코토는 필자만 보면 꼭 한 번쯤 장난을 치는 포즈를 취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처음에는 우연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몇 번이나 반복되다 보니 이제는 ‘또 왔구나’ 싶은 익숙함마저 느껴졌다. 한국에서 온 팬이라는 점이 기억에 남아서인지, 아니면 단순히 장난을 치기 좋은 상대라고 인식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짧은 순간의 팬서비스가 이상하게도 오래 기억에 남는다. 무대 위의 모습과는 또 다른, 조금은 인간적인 면을 엿본 기분이 들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어진 사인회, 짧아서 더 또렷했던 순간들

단체 사진 촬영이 끝난 뒤, 곧바로 사인회가 이어졌다. 동선은 미리 정해져 있었고, 흐름은 분명히 빠른 편이었다. 이번 사인회는 타라 리호코→ 카노우 미유→ 마코토→ 아사히 아이 순으로 진행되었다. 각 멤버 앞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은 길지 않았고, 한 사람에게 건넬 수 있는 말도 많아야 한두 문장 정도가 전부였다.

가장 먼저 마주한 사람은 타라 리호코였다. 올해 3월 공연에서, 타라가 객석을 향해 던졌던 편지를 우연히 필자가 받았던 기억이 있었기에, 그 이야기를 꼭 전하고 싶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때 편지 잘 읽었다”는 말을 일본어로 전하자, 타라는 순간적으로 표정이 밝아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서 영어로 “Do you speak English?”라고 조심스럽게 물었고, 타라는 잠깐 웃으며 “A little.”이라고 답해주었다. 더 이야기를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그 사이 진행요원의 손짓이 시야에 들어왔고, 자연스럽게 다음 자리로 이동해야 했다.

이어서 카노우 미유 앞에 섰을 때는, 오히려 마음이 더 급해졌다.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그 짧은 시간 안에 무엇을 꺼내야 할지 정리할 틈도 없이 자리가 이동해버렸다. 진행요원의 안내에 따라 한 발짝 옮기는 사이, 결국 제대로 된 말을 건네지 못한 채 사인만 받은 것이 조금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공연장에서 가장 보고 싶었던 인물이었기에, 그 짧음이 더 크게 느껴졌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마코토 차례가 되었을 때는, 복잡한 말 대신 가장 직관적인 한 문장을 건넸다.

“한국에서도 공연해 주세요.”

그러자 마코토는 거의 반사적으로, 그러나 분명한 어조로 “저도 가고 싶어요.”라고 답해주었다. 아주 짧은 대화였지만, 그 한 문장 덕분에 이 사인회가 단순한 ‘절차’로만 남지는 않았다. 무대 위에서 보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솔직한 반응이었기에 더 기억에 남았다.

마지막으로 아사히 아이에게는 늘 하던 인사를 건넸다.

“おはようございます.”

시간대와는 어울리지 않는 인사였지만, 이미 서로에게 익숙해진 말이었고, 그만큼 부담 없이 건넬 수 있는 인사이기도 했다. 그렇게 사인회는 순식간에 끝이 났다.

전체적으로 사인회는 숨 돌릴 틈 없이 빠르게 흘러갔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시간에 비해, 실제로 마주하는 시간은 체감상 몇 초에 불과했다. 조금만 더 여유가 있었다면, 한 사람 한 사람에게 한 문장 정도는 더 건넬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행사의 효율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구조라는 것도 이해는 되지만, 그 짧음이 남긴 아쉬움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그래도 이런 순간들이 쌓여서, 결국 공연을 보러 다시 길을 나서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짧아서 더 또렷했고, 그래서 다음을 기약하게 만드는 시간이었다.


공연과 특전 행사까지 모두 마치고 나니, 이번 도쿄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이었던 일정이 끝났다는 실감이 들었다. 끝났다는 사실이 아쉽기도 했지만, 그만큼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 밤이었다. 공연장을 나설 즈음, 다행히 비는 이미 그쳐 있었다. 우리는 우산 없이 숙소로 돌아갈 수 있었고, 근처 편의점에서 간단한 야식을 사서 늦은 밤까지 이야기를 나누며 첫째 날을 마무리했다.


🎭 클럽 eX(クラブe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