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야의 스크램블 교차로를 지나
시부야의 스크램블 교차로의 수많은 인파를 지나 우리는 시부야 애플스토어 방향으로 이동했다. 사실 굳이 반드시 들러야 하는 장소는 아니었다. 이미 금왕하치만구 예대제 행렬을 우연히 마주치면서 이동 일정이 한 차례 느슨해진 상태였고, 목적이 뚜렷한 방문이라기보다 이동의 연장선에 가까운 선택이었다. 그럼에도 “아이폰 17이 공개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이상, 근처에 애플스토어가 있는데 한 번 들러보는 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여행 중에는 이런 사소한 명분 하나가 발걸음을 바꾸기도 한다.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아이폰 출시가 조금 빠른 편이라 혹시 먼저 실물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큰 의미가 있는 방문은 아니었다. 어차피 일주일 정도 후면 한국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직접 매장에서 보는 경험은 단순히 제품을 확인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성격이 있다. 특히 애플스토어라는 공간은 단순한 전자제품 매장이라기보다 하나의 전시 공간처럼 느껴지는 곳이기도 하다.

오랜만에 다시 방문한 시부야 애플스토어
시부야 애플스토어를 방문하는 것도 참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2018년 처음 도쿄를 여행했을 때 이곳을 방문했던 기억이 있다. 그 시기에는 한국에 애플스토어가 거의 없었고, 있어도 접근성이 좋은 상황이 아니었기에 일본에서 처음 애플스토어를 경험했던 기억이 남아 있다. 당시에는 매장 자체가 관광 코스처럼 느껴졌고, 굳이 물건을 사지 않더라도 한 번 들어가 보는 것이 여행 일정의 일부였다.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서울에는 여러 개의 애플스토어가 생겼고 접근성도 훨씬 좋아졌다. 오히려 매장 수만 보면 서울이 도쿄보다 많다고 느껴질 정도가 되었고, 애플스토어라는 공간 자체도 이제는 낯선 장소라기보다 익숙한 공간에 가까워졌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일본에 와야 볼 수 있던 매장을 이제는 일상에서 접할 수 있게 되었으니, 같은 장소를 방문해도 감정이 예전과는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인지 매장 앞에 섰을 때 제품에 대한 기대감보다 예전 여행의 기억이 먼저 떠올랐다. 당시에는 내부를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꽤 지나갔던 기억이 있었고, 유리 외벽 너머로 보이던 매장 내부의 밝은 조명이 그대로 남아 있는 듯했다.

매장 내부의 분위기
매장 안으로 들어가자 외부의 소음이 거짓말처럼 줄어들었다. 시부야 거리는 끊임없이 음악과 방송, 사람들의 대화가 겹쳐 들리는 공간이었는데, 문을 통과하자 소리가 한 단계 낮아진 느낌이었다. 완전히 조용한 것은 아니었지만, 소리가 울리지 않고 흡수되는 구조라 자연스럽게 목소리 톤도 낮아지게 된다.
넓게 배치된 나무 테이블 위에는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북이 일정한 간격으로 놓여 있었고, 직원들은 특정 판매를 권하기보다 질문이 있을 때만 다가오는 분위기였다. 매장에 들어온 사람들도 서두르지 않았고, 대부분 제품을 천천히 만져보거나 사진을 찍으며 둘러보고 있었다. 누군가는 맥북 키보드를 오래 눌러보기도 하고, 누군가는 카메라 기능을 확인하며 전시용 아이폰으로 매장 내부를 촬영하고 있었다. 구매를 위한 공간이라기보다 체험 공간이라는 인상이 더 강했다.
아이폰 17을 보러 왔지만
이번 방문에서 기대했던 것은 아이폰 17의 실물 확인이었다. 공개 직후였기 때문에 혹시 전시가 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방문했지만, 매장에는 기존 모델만 전시되어 있었다. 일본에서도 아직 실제 판매 전이라 전시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보였다. 테이블 위에는 아이폰 16 모델이 그대로 놓여 있었고, 사람들이 만져보고 있던 것도 모두 동일한 제품이었다.
처음에는 조금 아쉽게 느껴졌지만, 곧 크게 의미 없는 기대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한국에서도 곧 확인할 수 있는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목적이 사라지자 매장 안을 조금 더 여유롭게 둘러보게 되었고, 물건을 확인하기보다 공간 자체를 보는 시간이 되었다.

다시 방문한 장소가 주는 느낌
생각해보면 이번 방문은 제품을 보기 위한 방문이라기보다, 예전에 한 번 지나갔던 여행의 흔적을 다시 확인하는 시간에 가까웠다. 처음 도쿄를 방문했을 때는 모든 것이 낯설었고 애플스토어 역시 해외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공간처럼 느껴졌지만, 지금은 익숙한 브랜드의 매장을 타지에서 다시 보는 정도의 감정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래서인지 오래 머물지는 않았다. 매장을 천천히 한 바퀴 돌고, 계단 근처에서 잠시 위층을 바라본 뒤 자연스럽게 밖으로 나왔다. 특별히 구입한 것도 없었고 새로운 제품을 본 것도 아니었지만, 이전 여행의 기억과 지금의 상황이 겹쳐지는 순간이었다.
결국 이곳에서 기억에 남은 것은 아이폰이 아니라 시간의 변화였다. 예전에는 일본에 와야만 접할 수 있던 공간이 이제는 일상적인 장소가 되었고, 여행 중 들르는 이유도 달라졌다. 단순히 제품을 보러 온 방문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예전 여행과 지금의 여행 사이의 간격을 체감하게 만든 장소였다.
📌 시부야 애플스토어 (Apple Shibuya)
- 📍 주소 : Koen-dori Bldg., 1 Chome-20-9 Jinnan, Shibuya, Tokyo 150-0041
- 📞 전화번호 : +81-3-6670-1800
- 🌐 홈페이지 : https://www.apple.com/jp/retail/shibuya/?cid=aos-jp-seo-maps
- 🕒 운영시간 : 10:00 –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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