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WL Magzine Korea

도쿄 여행 — 우에노의 밤을 품은 숙소 ‘그린 호텔(Green Hotel)’

이 숙소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묘하게 홍콩을 떠올리게 했다는 것이다. 공간은 좁지만, 최대한 활용하려는 구조, 그리고 일본 특유의 정돈된 분위기와는 다른 결의 공기. 과거 홍콩 여행에서 머물렀던 숙소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도쿄에 있으면서 동시에 다른 도시의 기억을 불러오는 공간이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나리타 공항을 출발한 스카이라이너는 이내 우에노역에 도착했다. 나리타 공항을 통해 도쿄로 들어올 때마다 자연스럽게 거치게 되는 곳이 우에노역이다 보니, 이제는 도쿄 여행의 시작점처럼 느껴질 정도로 익숙한 공간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이날 우에노는 이전과는 조금 다른 표정을 하고 있었다. 역에 내리자마자 느껴진 것은 굵어지는 빗줄기였다.

우산을 따로 준비하지 못한 상황이었기에, 역 근처 편의점에 들러 우산을 하나 구입할 수밖에 없었다. 묘하게도 이런 상황이 낯설지 않았다. 불과 얼마 전 3월 초 여행에서도 갑작스러운 비 때문에 편의점 우산을 샀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그때는 도쿄 중심이 아닌 코지야 지역이어서 비교적 저렴하게 구입했지만, 이번에는 우에노 한복판이라 그런지 가격이 두 배 가까이 느껴졌다. 같은 비, 같은 우산이지만 장소에 따라 체감되는 온도가 이렇게 다르다는 점도 여행 중에야 비로소 실감하게 된다.


교통의 요지, 우에노에 숙소를 잡은 이유

이번 여행에서 숙소를 우에노로 정한 이유는 명확했다. 일정이 3일로 비교적 짧았던 만큼, 이동 동선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가져가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JR 노선, 지하철, 그리고 나리타 공항과의 연결성까지 고려하면 우에노는 확실히 합리적인 선택지였다. 여기에 가격적인 조건까지 고려하면, 선택의 이유는 더욱 분명해진다.

숙소는 우에노역에서 도보로 이동 가능한 거리였다. 캐리어를 끌고 이동해도 큰 부담은 없었고, 비가 내리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15~20분 정도의 이동은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오히려 비 오는 우에노의 거리 풍경이, 여행의 시작을 실감나게 만들어주었다.


4명이 함께 묵을 수 있었던 선택지, 그린 호텔

이번 여행에서는 4명이 함께 움직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4인실 숙소를 찾게 되었다. 하지만 도쿄 시내에서 4명이 동시에 묵을 수 있는 숙소는 생각보다 선택지가 많지 않다. 있더라도 가격이 상당히 높거나, 위치가 애매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 점에서 그린 호텔은 현실적인 타협점에 가까운 숙소였다. 2박 기준 약 65만 원, 1인당 약 16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들었다. 절대적으로 저렴하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예약 시점이 다소 늦었던 점과 위치를 감안하면 그나마 합리적인 수준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이전 여행에서 훨씬 저렴한 숙소를 이용한 경험이 있었기에 상대적으로 아쉬움이 남기도 했지만, 이 시점에서는 선택지가 많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이름은 ‘그린’, 색은 ‘핑크’

우에노역에서 숙소 방향으로 걸어가다 보면, 멀리서부터 유독 눈에 띄는 핑크색 건물이 보인다. 이곳이 바로 이번에 묵게 된 그린 호텔이었다. 이름과 전혀 다른 외관 색상 덕분에, 처음 찾는 사람이라도 길을 헤맬 일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물 외관만 보면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묘하게도 이 강렬한 색감 덕분에 숙소는 금방 기억에 남는다. 여행이 끝난 뒤에도 “그 핑크색 건물”이라는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떠오를 것 같았다.


엘리베이터 없는 4층, 하지만 감수할 수 있었던 이유

체크인은 1층에서 진행되었고, 숙소는 건물 꼭대기인 4층에 위치해 있었다. 엘리베이터가 없다는 점은 분명 단점이었지만, 짐을 옮기는 날이 체크인과 체크아웃, 단 두 번뿐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충분히 감수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신발을 벗고 실내화로 갈아신는 구조 역시 일본보다는 오히려 홍콩이나 대만의 숙소를 연상시키는 느낌이었다. 실제로 운영 주체가 중국계인 듯한 분위기도 있었고, 영어로 기본적인 소통이 가능해 불편함은 크지 않았다.


좁지만, 필요한 것은 모두 있었던 방

객실은 4명이 쓰기에는 넉넉하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답답할 정도도 아니었다. 싱글 침대 2개와 더블 침대 1개가 놓여 있었고, 자연스럽게 2명은 더블 침대를 함께 사용하게 되었다. 이상적인 구성은 아니었지만, 잠을 자는 데 큰 문제는 없었다.

공간은 효율적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무엇보다 발코니가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비 오는 첫날에는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지만, 다음 날부터는 이 발코니가 숙소의 인상을 크게 바꿔주었다. 4층에서 내려다보는 우에노의 거리 풍경은 생각보다 운치가 있었고, 밤이 되면 낮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밤이 되자 비로소 완성된 숙소의 얼굴

체크인을 마치고 짐을 정리한 뒤, 늦은 시간에 간단한 야식을 준비해 방으로 돌아왔다. 편의점에서 사온 음식들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하루 동안의 이동과 공연, 그리고 도쿄에 다시 오게 된 이야기들을 자연스럽게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이런 순간이야말로 숙소의 진짜 역할이 아닐까 싶다. 단순히 잠을 자는 공간이 아니라, 하루를 정리하고 다음 날을 준비하는 장소. 비 오는 우에노의 밤, 창밖에서 들려오는 자동차 소리와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를 배경으로, 그렇게 첫날 밤은 조용히 흘러갔다.

둘째 날 밤 역시 비슷한 흐름이었다. 하루 종일 움직이다 돌아온 뒤, 발코니 쪽 창문을 열어두고 밤공기를 잠시 들이마시며 짧은 휴식을 취했다. 이틀 연속으로 같은 공간에서 밤을 보냈기에, 처음 느꼈던 낯섦은 사라지고 묘한 익숙함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짧지만 인상 깊었던 2박의 체류

그린 호텔은 1성급 숙소였고, 완벽한 시설을 기대하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우에노라는 위치, 4명이 함께 머물 수 있었던 구조, 그리고 밤이 되면 오히려 더 기억에 남았던 공간감 덕분에 이번 여행에서는 충분히 의미 있는 선택이었다고 느껴진다.

이틀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안에서 우에노의 밤과 비, 그리고 여행의 리듬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었던 숙소였다.


🏨 그린 호텔 (Green Hotel)

  • 📍 주소 : 6 Chome-4-4 Higashiueno, Taito City, Tokyo 110-0015
  • 📞 전화번호 : +81-90-6562-8806
  • 🌐 홈페이지 : https://greenhoteljp.com/
  • 🕒 체크인 / 체크아웃 : 숙소 정책에 따라 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