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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하마 여행 — 사쿠라기초역 항구 전망 카페 ‘오아세(Cafe OASE)’

오아세는 건물 6층에 자리하고 있어, 시야가 자연스럽게 바깥으로 열려 있었다. 창 쪽으로 다가가니 요코하마 항구가 한눈에 들어왔다. 배들이 천천히 정박해 있고, 멀리 보이는 부두와 건물들, 그리고 그 사이를 가르는 바다의 선까지. 도쿄에서 보는 바다와는 또 다른 결의 풍경이었다. 조금 더 느리고, 조금 더 여백이 많은 풍경이라고 해야 할까.

사쿠라기초에서 잠시 숨을 고르다

미나토미라이를 한참 걷고 난 뒤였다. 발바닥부터 종아리까지 피로가 또렷하게 느껴질 만큼, 체력은 이미 바닥에 가까워져 있었다. 이쯤 되면 더 욕심을 낼 이유도, 일정을 밀어붙일 이유도 없었다. 자연스럽게 “이제는 좀 앉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고, 우리는 사쿠라기초역 근처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장소를 찾기로 했다.

사쿠라기초역 인근에는 제법 큰 복합 상업시설이 하나 있는데, 그 건물 안으로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층으로 올라가니 식당과 카페들이 모여 있는 공간이 나타났다. 그렇게 둘러보다가 눈에 들어온 곳이 바로 오아세(OASE)였다. 이름부터가 묘하게 편안하게 들렸고, 무엇보다 “항구 전망”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발길을 붙잡았다.


요코하마 항구를 내려다보는 시선

오아세는 건물 6층에 자리하고 있어, 시야가 자연스럽게 바깥으로 열려 있었다. 창 쪽으로 다가가니 요코하마 항구가 한눈에 들어왔다. 배들이 천천히 정박해 있고, 멀리 보이는 부두와 건물들, 그리고 그 사이를 가르는 바다의 선까지. 도쿄에서 보는 바다와는 또 다른 결의 풍경이었다. 조금 더 느리고, 조금 더 여백이 많은 풍경이라고 해야 할까.

창가에는 일부러 경치를 감상할 수 있도록 배치된 좌석들이 있었지만, 우리는 여러 명이 함께 움직이는 상황이었기에 그 자리를 차지하지는 못했다. 대신 주문을 마치고 잠시 창가 쪽으로 가서 바깥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졌다. 서서 잠깐 바라본 풍경이었지만, 그 짧은 순간만으로도 이곳에 들어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광지답지 않은, 부담 없는 가격

항구 전망을 내세운 카페라면 으레 가격이 먼저 떠오르기 마련인데, 메뉴판을 보고 의외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기본적인 커피 메뉴가 450엔 정도. 한화로 치면 4,500원 남짓한 가격이었다. 관광지 한복판, 그것도 전망을 감상할 수 있는 위치라는 점을 감안하면 꽤나 합리적인 수준이었다.

이런 부분에서 요코하마는 도쿄와 또 다른 인상을 준다. 분위기는 충분히 관광지인데, 가격은 과하게 치솟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이 카페 역시 “특별한 곳”이라기보다는, 현지 사람들도 일상적으로 들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설명하지 않는 태도, 그리고 자연스러운 배려

이날 이 자리는 함께 동행한 일본인 친구가 커피를 사주겠다고 나서면서 더욱 인상 깊은 시간이 되었다. 우리는 여러 차례 괜찮다고 했지만, 그는 굳이 말을 늘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계산을 마쳤다. 그 모습이 이상하게도 오래 기억에 남는다.

이 친구는 하루 종일 우리와 함께 움직이면서도, 어떤 장소에 대해 길게 설명을 늘어놓거나 “여기가 유명하다”는 식의 말을 거의 하지 않았다. 대신 “여기는 어때?”, “조금 쉬고 싶어?” 같은 질문을 먼저 던졌다. 우리가 보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을 묻고 그에 맞춰 움직이는 방식이었다.

관광지를 ‘안내’하기보다는, 같은 속도로 걷는 동행자에 가까운 태도. 그 차분한 거리감 덕분에 이 요코하마의 시간이 더 편안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번역기로 이어진 대화, 그리고 느린 시간

일본어가 능숙하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대화는 대부분 번역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휴대폰 화면을 사이에 두고 문장을 입력하고, 잠시 기다렸다가 번역된 문장을 보여주는 식의 대화. 속도만 놓고 보면 분명 비효율적인 방식이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불편함이 이 공간에서는 전혀 단점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말이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아도 괜찮았고, 문장을 고르는 시간만큼 생각도 함께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오히려 그 덕분에 대화의 속도가 자연스럽게 느려졌고, 그 느림이 요코하마 항구를 내려다보는 이 카페의 공기와 잘 어울렸다.

이야기의 중심은 자연스럽게 조금 전 끝난 공연으로 흘러갔다. 무대와 객석의 거리, 다섯 곡이라는 짧은 러닝타임, 그리고 그 안에 응축된 에너지에 대해 각자 느낀 점을 번역기를 통해 하나씩 풀어냈다. 일본인 친구 역시 오늘 공연이 꽤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특히 관객의 반응이 무대까지 그대로 전달되는 구조가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우리가 느꼈던 ‘가까움’과 ‘밀도’를, 언어는 달랐지만 같은 감각으로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묘하게 반가웠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그의 이야기로도 이어졌다. 예전에 응원하던 아티스트가 있었다고 했다. 지금은 일본에서는 너무 유명해져버려서, 이제는 이런 작은 공연장에서 그를 볼 수 없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예전에는 바로 앞에서 봤는데, 지금은 콘서트 티켓을 구하는 것조차 힘들다”는 문장을 번역기를 통해 읽는 순간, 그 아쉬움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좋아하는 마음이 식어서가 아니라, 너무 멀리 가버렸기 때문에 더 이상 다가갈 수 없게 된다는 감정. 팬으로서 한 번쯤은 마주하게 되는 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일본의 팬 문화에 대한 이야기도 꺼냈다. 다른 팬들이 CD를 한 번에 수십 장, 많게는 수백 장씩 구입하는 모습이 우리에게는 여전히 낯설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게 일반적인 일이냐”고 묻자, 일본인 친구는 잠시 웃더니 “오타쿠 문화에서는 흔한 일”이라고 답했다. 응원하는 방식이 다를 뿐이지, 그 안에 담긴 진심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 말은 이상하게도 설명처럼 들리지 않았고, 그저 그들이 살아온 문화의 한 단면을 조용히 건네주는 느낌에 가까웠다.

커피를 마시며 한참을 이야기하다 보니, 어느새 창밖의 빛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낮의 밝은 항구색이 서서히 톤을 낮추며 저녁으로 넘어가는 과정. 크레인이 있는 풍경과 정박한 배들의 실루엣이 점점 또렷해졌다. 우리는 그 변화를 굳이 사진으로 남기지 않았다. 이 순간만큼은 기록보다는 기억으로 남기는 쪽이 더 어울린다고, 말없이 같은 선택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말이 많지 않아도 괜찮았고, 번역기가 중간에 있어도 불편하지 않았던 시간. 공연의 여운, 각자가 품고 있던 팬으로서의 기억, 그리고 요코하마의 느린 오후가 겹쳐지며 만들어낸 이 시간은, 일정표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았지만 분명 이번 여행에서 가장 오래 남을 장면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오래 머물고 싶었던 자리

결국 우리는 해가 기울기 시작할 무렵, 다음 일정을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 머물고 싶다는 마음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여행에는 늘 다음 장면이 기다리고 있기 마련이다. 마지막으로 창가에 다시 한 번 다가가 요코하마 항구를 눈에 담고, 조용히 카페를 나섰다.

이곳은 분명 “어디를 봤다”는 기록으로 남기기보다는, “잠시 쉬어갔다”는 감각으로 기억될 장소다. 일정 사이에 생긴 여백, 그리고 그 여백 덕분에 더 선명해진 여행의 리듬. 오아세에서의 시간은 그런 의미로, 요코하마 여행에서 꽤 중요한 한 페이지였다.


📌 카페 정보 — 오아세(Cafe OASE)

  • 📍 주소 : 〒231-0062 Kanagawa, Yokohama, Naka Ward, Sakuragicho, 1 Chome−1-7 コレットマーレ 6F 横浜ブルク13 내
  • 📞 전화번호 : +81-45-222-6222
  • 🌐 홈페이지 : https://tjoy.jp/yokohama_burg13/facilities
  • 🕒 영업시간 : 08:30 – 2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