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여행을 준비하면서부터 한 번쯤 꼭 타보고 싶었던 교통수단이 있었다. 스타페리처럼 바다를 건너는 배도 특별했지만, 도심 한복판을 느린 속도로 달리는 2층 전차, 홍콩 트램 역시 오래전부터 궁금했던 존재였다. 사진과 영상으로만 보던 그 전차가 실제로 눈앞을 지나가는 모습을 보았을 때는, 단순한 대중교통이라기보다 홍콩이라는 도시를 상징하는 풍경처럼 느껴졌다.
이번에는 홍콩 코즈웨이베이 일대의 중앙도서관을 둘러본 뒤, 센트럴 방향으로 이동하는 일정이었다. 지하철을 타도 되었지만, 이왕이면 기다리던 첫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 그렇게 홍콩 중앙도서관 근처 정류장에서 처음으로 트램에 올라타게 되었다.


중앙도서관에서 시작된 첫 트램 탑승
홍콩 중앙도서관을 나와 길가로 나오니 익숙한 버스 정류장과는 조금 다른 형태의 정류장이 눈에 들어왔다. 도로 한가운데 마련된 작은 승강장과 그 옆으로 이어진 선로, 그리고 천천히 다가오는 2층 전차의 모습이 묘하게 인상적이었다.
멀리서 볼 때는 그저 오래된 전차 정도로 보였는데, 가까이에서 마주하니 생각보다 존재감이 컸다. 높은 차체에 2층 구조까지 더해져서 도심 속 다른 차량들 사이에서도 단번에 눈에 들어왔다. 홍콩의 빌딩 숲과 현대적인 거리 풍경 속에서 이런 오래된 교통수단이 여전히 자연스럽게 운행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흥미롭게 느껴졌다.
처음 타보는 상황이라 약간의 긴장감도 있었다. 어디로 타야 하는지, 언제 요금을 내는지, 어느 정류장에서 내려야 하는지 머릿속으로 한 번 더 확인하면서 자연스럽게 줄을 따라 올라탔다.
망설임 없이 2층으로 올라가다
트램에 탑승하자마자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하나였다. ‘이건 무조건 2층으로 가야 한다.’
홍콩 트램의 매력은 단순히 이동 수단이라는 점에 있는 것이 아니라, 2층에서 바라보는 도심 풍경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계단을 따라 곧장 위층으로 올라갔다. 내부는 생각보다 좁고 단정한 구조였지만, 창가에 앉는 순간 시야가 완전히 달라졌다.
일반 버스와도 다른 높이, 지하철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거리의 움직임이 한눈에 들어왔다. 도로 위 자동차들, 인도 위를 바쁘게 걷는 사람들, 간판이 빼곡한 상점가, 그리고 멀리 보이는 빌딩 숲까지. 같은 도시인데도 완전히 다른 각도에서 홍콩을 다시 보는 느낌이었다.
첫 탑승부터 2층을 선택한 것은 아주 잘한 선택이었다.


창문을 열고 달리는 홍콩의 바람
트램이 출발한 뒤 가장 먼저 기억에 남은 것은 속도보다 공기였다. 차량 내부에는 현대적인 냉방 시스템 대신, 직접 창문을 열고 바람을 맞는 방식이 더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창문을 조금 열어두니 바깥 공기가 그대로 안으로 들어왔다. 홍콩 특유의 습기 섞인 따뜻한 공기였지만, 움직이는 차량 위에서 맞는 바람은 생각보다 시원하고 기분 좋았다. 에어컨 바람처럼 차갑고 인공적인 느낌이 아니라, 그 도시의 온도와 냄새가 그대로 담긴 공기였다.
창밖으로는 홍콩의 거리 풍경이 천천히 흘러갔다. 빠르게 지나쳐 버리는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 눈에 들어올 정도의 속도로 움직였기에 오히려 더 좋았다. 지하철이었다면 몇 분 만에 지나갔을 구간이었겠지만, 트램에서는 이동하는 시간 자체가 여행의 일부가 되었다.


느리게 달려서 더 기억에 남는 이동
트램은 분명 빠른 교통수단은 아니다. 도로 상황의 영향을 받고 정류장도 자주 멈춘다. 급하게 이동해야 한다면 MTR이 훨씬 효율적일 것이다. 하지만 여행에서는 늘 효율이 정답은 아니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목적지인 HSBC가 있는 센트럴로 향하는 동안, 오히려 천천히 움직이는 속도 덕분에 도시를 더 자세히 볼 수 있었다. 빌딩 사이 오래된 간판이 남아 있는 거리, 정류장마다 오르내리는 시민들, 전차 바로 옆을 스쳐 지나가는 다른 차량들까지. 홍콩이라는 도시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조금은 가까이서 보는 기분이었다.
빠르게 도착했다면 남지 않았을 장면들이, 느리게 이동했기에 기억으로 남았다.
이후에는 익숙해졌지만, 첫 탑승은 다르다
이날 이후에도 홍콩에 머무는 동안 트램은 여러 번 타게 되었다. 한 번 구조를 익히고 나니 이용 방법은 어렵지 않았다. 어느 쪽 문으로 타는지, 어디서 내리는지,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만 알면 생각보다 훨씬 편리한 교통수단이었다.
하지만 첫 번째 탑승이 주는 감정은 역시 조금 다르다. 오래전부터 궁금했던 교통수단을 직접 타본 순간, 홍콩 여행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감성이 있었다. 여행지에서의 첫 경험은 언제나 특별하지만, 트램은 그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경험이었다.


언젠가는 처음부터 끝까지 타보고 싶은 전차
트램을 몇 번 타다 보니 자연스럽게 욕심도 생겼다. 단순히 목적지까지 짧게 이동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 시간을 넉넉히 잡고 노선의 처음부터 끝까지 천천히 타보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케네디타운에서 출발해 센트럴과 완차이, 코즈웨이베이, 노스포인트를 지나 샤우케이완까지 이어지는 긴 구간을 2층 창가에 앉아 바라본다면, 그것만으로도 훌륭한 여행 코스가 될 것 같았다. 유명 관광지를 찍고 이동하는 방식이 아니라, 도시 자체를 감상하는 여행 말이다.
홍콩은 야경도 아름답고 화려한 명소도 많지만, 때로는 이렇게 오래된 전차 한 대가 더 오래 기억에 남기도 한다.

홍콩 도심을 가장 홍콩답게 느끼는 방법
돌아보면 그날의 트램 탑승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었다. 중앙도서관에서 HSBC까지 가는 짧은 거리였지만, 그 짧은 시간 안에 홍콩의 거리와 공기, 속도와 분위기를 함께 경험할 수 있었다.
여행지에서는 유명한 장소보다 예상하지 못한 순간이 더 오래 남을 때가 있다. 홍콩 트램 2층 창가에서 맞았던 바람도 그런 기억 가운데 하나다.
홍콩을 다시 찾게 된다면, 아마 또 한 번 자연스럽게 트램 정류장으로 향하게 될 것 같다.
📌 홍콩 트램 탑승 구간 (중앙도서관 → HSBC 본사 인근)
- 📍 승차 : Causeway Road / Hong Kong Central Library 인근 정류장, Causeway Bay, Hong Kong
- 📍 하차 : Pedder Street / Statue Square / HSBC Main Building 인근 정류장, Central, Hong Kong
- 🚋 노선 : 서행(Westbound) 센트럴 방면 트램 이용
- 💰 요금 : 성인 HKD 3.3 (탑승 1회 기준)
- 🕒 운행시간 : 약 05:30 – 00:30 (노선별 상이)
- 💳 결제 : 옥토퍼스 카드 / 현금 가능 (하차 시 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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