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시 30분, 굿즈 판매로 시작된 하루의 긴장감
오전 10시 30분이 되었고, 선입장을 위한 굿즈 판매가 시작되었다. 커널시티 하카타는 원래도 늘 사람들로 붐비는 공간이지만, 이 시간이 되자 분위기가 미묘하게 달라졌다. 쇼핑몰을 걷는 사람들과는 결이 다른 시선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고, 목적이 분명한 사람들만이 남아 있는 듯한 공기가 형성되었다. 이 공간에 왜 와 있는지, 오늘의 핵심이 무엇인지 서로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순간이었다.
이번에도 굿즈는 CD였다. 시스(SIS/T)의 1집 “사랑의 배터리”와 2집 “DING DONG ください”가 함께 판매되고 있었는데, 이미 “사랑의 배터리”는 구입한 적이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새로 나온 앨범 쪽으로 시선이 갔다. 공연이라는 것은 결국 ‘지금’의 기록이고, 그 ‘지금’을 가장 잘 상징하는 것이 막 나온 앨범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망설임 없이 “DING DONG ください”를 선택했다.

아직 손에 쥘 수 없는 CD, 그리고 현장의 선택
하지만 막상 선택하고 나니 예상치 못한 현실적인 문제가 하나 나타났다. “DING DONG ください”는 아직 현물 CD가 발매되지 않은 상태였고, 예약 구매로만 진행이 가능했다. 일본 내 주소로 배송해주는 방식이었지만, 해외 배송은 지원되지 않았다. 결국 현장에 있던 일본 팬의 집 주소로 CD를 보내고, 나중에 다시 전달받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번거로운 방식이었지만, 이상하게도 이 선택이 후회스럽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 과정 자체가 ‘현장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선택’처럼 느껴졌고, 이 날의 기억을 더 또렷하게 만들어주는 장치가 된 것 같았다. 여행 중에는 늘 이런 식으로 계획과 즉흥이 섞이게 되는데, 나중에 기억에 남는 순간들은 대부분 이런 장면에서 만들어진다.

달라진 특전 구조, 그리고 랜덤이라는 변수
이번 공연은 시스(SIS/T) 멤버 전원이 아닌, 카노우 미유 혼자서 진행하는 무대였기 때문에 특전 구성도 기존과는 조금 달랐다. 구조는 단순했다.
- CD 1장: 미유와 하이터치
- CD 2장: 미유의 친필 사인
- CD 3장: 미유와 2인 사진 촬영
굿즈를 한 번 구매하면 선입장 티켓을 받을 수 있었고, 입장 번호는 랜덤으로 부여되었다. 이번에는 2인 사진 촬영을 위해 CD를 3장 구입했고, 그 결과 받은 번호는 35번이었다. 순간 살짝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공연장 구조를 떠올려보니 35번 정도면 충분히 괜찮은 위치를 확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판단이 섰다. 욕심을 더 내기보다는 여기서 멈추는 쪽을 선택했다.

번호가 바뀌는 순간, 팬 문화의 온도를 느끼다
그렇게 굿즈 구매를 마무리하고 있을 무렵, 굿즈를 여러 번 구매한 다른 일본 팬으로부터 남는 입장 번호 하나를 받게 되었다. 그 번호는 24번이었고, 덕분에 조금 더 앞쪽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고마운 상황이었기에, 그 번호를 손에 쥔 채로 주변을 둘러보며 다음 동선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전날 축구장에서 마주쳤던 일본 팬과 다시 눈이 마주쳤다. 자연스럽게 가벼운 인사를 나누며 농담을 주고받던 중, 그 팬이 뽑은 입장 번호가 7번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순간 솔직한 마음이 스쳤지만, 그걸 진지하게 꺼내기엔 조금 조심스러운 상황이기도 했다. 그래서 정말 말 그대로, 장난 반 농담 반으로 “번호 바꿀래요?”라고 툭 던지듯 말을 꺼냈다.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냥 웃고 넘길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그 팬은 잠깐 웃더니 별다른 고민도 없이 “괜찮아요”라고 말하며 번호를 내밀었다. 너무 쉽게, 너무 자연스럽게 양보하는 모습이어서 오히려 내가 잠시 당황할 정도였다. 혹시 정말 괜찮은 건지 다시 한 번 물었는데, 그 팬은 본인은 카노우 미유보다는 같은 시스(SIS/T) 멤버인 아사히 아이의 팬이기 때문에, 멀리서 온 카노우 미유 팬인 내가 더 좋은 자리에서 공연을 보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이게 단순히 번호 하나를 주고받는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더 앞에서 보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이 공간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 사이의 배려와 온도가 그대로 드러나는 장면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순간적으로 마음이 묘하게 울컥해졌고, 괜히 말을 더 잇지 못한 채 “정말 괜찮냐”고만 몇 번을 반복했던 것 같다.
그에 대한 보답으로, 나중에 직접 만들었던 아사히 아이의 굿즈를 그 팬에게 전달했다. 이후 또 다른 일본 팬으로부터 20번대 입장권을 하나 더 받게 되었는데, 그 번호는 처음에 7번을 양보해준 그 팬에게 다시 돌려주었다. 꼭 계산을 맞추듯이 해야 할 일은 아니었지만, 그렇게라도 해야 마음이 조금 편해질 것 같았다. 작은 일이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서로가 조금씩 양보하고 배려하면서 이 자리를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분명히 남았다.

NHK 후쿠오카 취재팀과의 예상치 못한 만남
굿즈 구매를 마친 뒤, 근처 꽃집에서 꽃을 사려고 하던 중 누군가가 우리 일행에게 말을 걸어왔다. 후쿠오카 NHK 취재팀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오늘 카노우 미유의 공연을 취재하러 왔는데, 우리의 모습이 카메라에 나와도 괜찮은지 양해를 구하고 싶다는 이야기였다. 당연히 괜찮다고 답했고, 이어서 공연이 끝난 뒤 인터뷰를 해도 괜찮겠냐는 질문이 따라왔다. 이 역시 거절할 이유는 없었기에 흔쾌히 응했다.
정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전개였다. NHK 취재팀과 대화를 나누고, 일본 방송에 나올 수도 있다는 말을 듣고 나니 현실감이 조금 흐려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고, 결국 꽃을 사러 갈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지도에는 열려 있다고 표시된 꽃집이 실제로는 문을 닫은 상태였고, 결국 꽃다발 없이 공연을 맞이하게 되었다. 아쉬움은 남았지만, 그마저도 이 날의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버렸다.

12시 입장, 그리고 무대가 열리다
공연은 원래 11시 40분 입장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현장 상황으로 인해 입장은 결국 12시가 되어서야 시작되었다. 정확한 이유를 안내받지는 못했지만, NHK 촬영팀이 들어와 있었던 만큼 리허설과 동선 조율에 시간이 더 필요했던 듯했다. 관객들 사이에서도 “아, 역시 방송이 오면 다르긴 다르네”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오갔고, 누구 하나 불만을 드러내기보다는 이 상황 자체를 조금은 특별한 날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번호를 바꿔준 일본 팬 덕분에 나는 7번째로 입장할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무대와 상당히 가까운, 더 바랄 수 없을 만큼 좋은 자리를 확보할 수 있었다. 자리를 잡고 잠시 숨을 고른 뒤 뒤를 돌아보니, 번호를 양보해준 그 팬 역시 1열 어딘가에 함께 서 있었다. 괜히 마음이 놓였고,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이 자리가 누군가의 손해 위에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사실이, 공연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충분히 큰 위안이 되었다.
그리고 잠시 후, 무대 위에 카노우 미유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공연은 시작되었다. 고향인 후쿠오카에서 열리는 공연이라는 점, 그리고 그 순간을 NHK 카메라가 함께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인지, 현장의 환호는 평소보다 한층 더 뜨거웠다. 단순한 미니 라이브라기보다는, 누군가의 귀환을 맞이하는 자리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이 날의 미니 라이브는 총 다섯 곡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 ANGEL NIGHT
- 사랑의 배터리(愛のバッテリ) (일본어)
- DING DONG ください
- 유리색의 지구
- Re:Road
첫 곡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공연 전까지만 해도 잠잠하던 하늘이, 미유가 노래를 시작하자마자 조용히 변해버린 것이다. 팬들 사이에서는 미유가 ‘비를 몰고 다닌다’는 의미로 아메온나(雨女)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그 이야기가 괜한 농담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이상하게도 중요한 무대, 기억에 남을 공연일수록 비가 함께했던 장면들이 하나둘 떠올랐다.
다행히 공연장은 완전히 노출된 공간은 아니었고, 일부는 지붕으로 가려져 있었기에 공연은 그대로 이어질 수 있었다. 오히려 빗소리 때문에 미유가 관객들 앞으로 조금 더 이동하게 되었고, 그 덕분에 무대와 객석 사이의 거리는 체감상 더 가까워졌다. 비를 피하려고 몸을 웅크린 공간 안에서, 노래와 호흡, 시선이 더욱 또렷하게 오가는 느낌이었다. 계획되지 않았던 비가, 결과적으로는 이 날 공연을 더 기억에 남게 만드는 장치처럼 작용하고 있었다.




공연 이후, 특전과 인터뷰가 겹친 혼란의 시간
공연이 끝나자마자 무대 주변의 공기는 급격히 바뀌었다.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곧바로 특전 행사가 이어졌고, 동시에 NHK 취재팀의 동선도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러 흐름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현장은 잠시 어수선해졌지만, 이상하게도 분위기는 평소보다 훨씬 차분했다. 방송국이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을까, 늘 빠르게 진행하려고 압박하던 스태프들도 평소와는 달리 훨씬 더 느슨하고 여유있게 행사를 진행하는 듯했다. 이런 날이라면, 매번 NHK가 와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스치기도 했다.
특전 행사는 순서대로 하이터치, 사인, 그리고 사진 촬영으로 진행되었다. 나는 사진 촬영에만 참여했는데, 그 순간 역시 NHK 카메라가 놓치지 않고 따라붙고 있었다. 플래시도, 과장된 연출도 없이 조용히 기록되는 장면이었지만, 나중에 방송을 통해 실제로 그 화면이 송출된 것을 확인했을 때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공연의 일부가 아니라, 그 이후의 짧은 여운까지도 누군가에게는 ‘기록될 장면’이 되었다는 사실이 새삼 실감났다.

공연 이후 이어진 NHK 후쿠오카와의 인터뷰
특전 행사가 끝난 직후, 본격적으로 NHK 인터뷰가 이어졌다. 일부는 특전에 참여하기도 전에 먼저 인터뷰를 진행했고, 나는 특전을 마친 뒤 한국에서 온 팬들 중 두 번째로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인터뷰는 생각보다 길게 이어졌고, 약 10분 정도 다양한 질문에 답할 수 있었다.
질문은 단순한 소감에서부터 꽤 깊은 주제로 확장되었다.
- 오늘 공연은 어땠는지,
- 미유의 고향인 후쿠오카에서의 공연이 다른 지역과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
- 미유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 어떤 순간에 가장 공감하고 감동을 받았는지,
- 슬로건에 적힌 K-POP과 J-POP의 경계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
- 그리고 앞으로 미유가 어떤 가수가 되었으면 좋겠는지까지.
평소에도 마음속에 쌓아두었던 말들이 있었던 터라, 질문 하나하나에 솔직하게 답할 수 있었다. 준비된 멘트라기보다는, 그 자리에서 느낀 감정과 생각을 그대로 꺼내놓는 느낌에 가까웠다. 오히려 시간이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인터뷰는 빠르게 지나갔다. 다만 방송이라는 특성상, 너무 많은 분량을 담아둘 수 없다는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
혹시 인터뷰가 통째로 편집되어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을 잠시 하기도 했지만, 다행히 짧게나마 인터뷰 장면이 방송에 사용되었다. 그 짧은 컷 하나만으로도 충분했다. 일본에서, 그것도 NHK를 통해 이 날의 기억이 기록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이 여행을 특별한 것으로 만들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다른 인터뷰도 이어졌는데, 한국인은 총 세 명이 인터뷰에 응했고, 그중 한 명은 하카타벤(후쿠오카 사투리)을 짧게 구사하는 장면이 편집되어 방송에 나갔다. 반면 일본인 인터뷰는 단 한 명만 사용된 듯했는데, 나중에 방송을 보며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정말 예상하지 못했던 경험이었다. 여행지에서, 그것도 우연처럼 시작된 공연 하나를 계기로 NHK 인터뷰까지 이어질 줄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아마도 이 순간은, 지금까지의 여행 중에서도 가장 선명하게 기억될 장면으로 남을 것 같다. 공연의 열기보다도, 그 이후에 남겨진 기록 때문에 더 오래.
📌 장소 정보 — 커널시티 하카타
- 🕒 영업시간 : 10:00 – 21:00
- 📍 주소 : 1 Chome-2 Sumiyoshi, Hakata Ward, Fukuoka, 812-0018
- 📞 전화번호 : +81 92-282-2525
- 🌐 홈페이지 : https://canalcity.co.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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