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 서기까지, 그리고 내려온 뒤에 남은 것들
알지 못했던 무대, 그러나 피할 수 없었던 선택
주한 일본대사관에서 일본 가요대회 예선전이 열린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그건 계획된 정보가 아니었다. 일부러 찾아본 행사도 아니었고, 미리 염두에 두고 있던 일정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소식을 접한 순간, 머릿속에서 한 번 스쳐 지나간 생각이 계속해서 돌아왔다.
‘이런 자리가 있다면, 한 번쯤은 직접 서보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일본 대사관이라는 장소, 그리고 일본 가요라는 형식. 단순히 노래를 잘 부르는 대회라기보다는, 일본 문화 행사라는 맥락 안에서 무대에 서는 경험이라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무대에서 ‘카노우 미유’라는 이름을 직접 말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작은 의미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를 응원하는 방식이 꼭 객석에 앉아 박수를 치는 것만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 그리고 지금의 나에게는 이런 방식의 응원이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는 판단이 겹치면서, 결국 망설임 없이 출전을 결정하게 되었다.

신청서 접수와 곡을 고르는 시간
신청서 접수는 2월에 진행되었다. 2월 도쿄와 요코하마 원정을 다녀온 직후였고, 아직 여행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였다. 그 시점에서 신청서를 작성한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이미 마음이 기울어 있었다는 증거였을지도 모른다.
가장 오래 고민했던 건 역시 곡 선택이었다. 단순히 좋아하는 노래가 아니라, 지금의 목 상태, 감정 상태, 그리고 무대라는 환경까지 고려해야 하는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후보로 올려두었던 곡은 세 곡이었다.
- Field of View의 〈DAN DAN 心魅かれてく〉
- 아마자라시의 〈僕が死のうと思ったのは〉
- 그리고 유우리의 〈ベテルギウス〉
처음에는 아마자라시의 곡이 가장 끌렸다. 가사의 메시지가 강했고,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감정들과도 맞닿아 있는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연습을 거듭할수록 문제는 분명해졌다. 곡 길이가 길고, 템포가 느리다 보니 한 곡을 부르는 데만 거의 6분이 걸렸고, 연습을 할수록 기분이 점점 가라앉았다. 하루에 몇 번씩 반복하다 보면, 노래 연습이 아니라 감정을 소모하는 느낌에 가까워졌고, 결국 이 곡은 리스트에서 제외하게 되었다.
유우리의 베텔기우스는 음역대 자체는 들어왔지만, 가성과 진성을 자연스럽게 오가는 구조가 부담이었다. 가성을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현재의 상태에서는 무리라는 판단이 들었고, 그렇게 남은 선택지가 바로 〈DAN DAN 心魅かれてく〉였다. 음역대가 비교적 안정적이고, 무엇보다 연습을 해도 기분이 무너지지 않는 곡이라는 점이 결정적이었다. 희망적인 멜로디와 밝은 분위기 덕분에, 연습 자체가 버겁지 않았다는 것도 큰 이유였다.
가장 큰 벽, 일본어 가사 암기
곡을 정하고 나서부터는 본격적인 현실이 시작되었다. 일본어를 아주 조금만 아는 상태에서, 일본어 가사를 의미가 아닌 소리로 외워야 하는 상황은 생각보다 훨씬 까다로웠다. 매일 퇴근 후 노래방에 들러 한 번씩 부르고 집으로 돌아오는 생활을 반복했지만, 가사는 쉽게 몸에 붙지 않았다.
특히 1절과 2절이 계속 뒤섞이는 문제가 컸다. 연습할 때는 분명 괜찮은 것 같다가도, 마이크를 잡는 순간 1절을 불러야 할 타이밍에 2절이 튀어나오고, 후렴에서도 머뭇거리게 되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이 문제는 예선전 당일 직전까지도 가장 큰 불안 요소로 남아 있었고, 마지막까지도 완전히 해소되지 못한 채 무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3월 15일, 주한 일본대사관 예선전 현장
예선은 총 3일에 걸쳐 진행되었고, 참가자는 약 110여 팀에 달했다. 그중에서도 토요일인 3월 15일은 가장 많은 참가자가 몰린 날이었다. 우리는 1지망으로 선택했던 날짜에 배정되었고, 그나마 일정 면에서는 운이 좋은 편이었다.
배정된 시간은 12시였지만, 최대한 여유 있게 움직이고 싶어 11시쯤 현장에 도착했다. 입장 과정에서는 간단한 보안 검색이 있었는데, 공항 수준만큼 엄격하지는 않았다. 무엇보다도, 예선전이 관람 가능하다는 사실이 의외였다. 다른 참가자들의 무대를 보며 분위기를 익힐 수 있었고, 그 덕분에 긴장감이 올라가는 동시에 마음의 준비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다가올수록, 그 긴장은 점점 더 선명해졌다.
예상 밖의 첫 순서, 그리고 시작된 당황
원래 순서상으로는 다른 참가자의 무대를 한 번 보고 난 뒤에 올라갈 예정이었다. 그 사이에 숨을 고르고, 마음을 정리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앞선 참가자가 나타나지 않았고, 순식간에 내가 첫 번째 순서가 되어버렸다. 준비할 틈도 없이 이름이 호명되었고,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무대에 올라야 했다.
“카노우 미유의 팬이 된 이후, 가수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출전하게 되었습니다.”
그 멘트를 남기고, 그대로 노래를 시작했다. 그 순간만큼은 긴장보다도, ‘일단 시작했다’는 감각이 먼저 들었던 것 같다.

마스크, DAM, 그리고 연속된 변수들
노래를 시작하기 전 또 하나의 선택이 남아 있었다. 마스크를 벗을 것인가, 그대로 쓸 것인가. 마스크를 벗는 것이 당연히 더 유리했겠지만, 전날까지 연습을 하며 배에 힘을 줄 때마다 잔기침이 나는 문제가 있었다. 마스크를 쓰면 그나마 안정되는 느낌이 있었기에, 결국 마스크를 착용한 채 무대에 올랐다. 그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그때는 알 수 없었다.
그리고 노래가 시작되자마자 또 하나의 변수가 등장했다. 무대에 설치된 기기는 일본 노래방 기기 DAM이었다. 가사는 보이지만 전부 일본어. 한국 노래방 기기에 익숙한 상태에서 듣는 DAM 반주는 미묘하게 달랐고, 전주부터 어색한 감각이 들었다. 연습하던 환경과는 완전히 다른 조건이었고, 그 차이는 생각보다 크게 느껴졌다.
결국 예상했던 문제가 그대로 터졌다. 1절에서 2절 가사를 부르고, 후렴에서도 가사를 놓쳤다. 한 번 실수가 나오자 머릿속이 하얘졌고, 그 이후에는 ‘완벽하게 부르자’는 생각 대신 ‘끝까지 버티자’는 생각만 남았다. 그렇게 어찌저찌 노래를 끝까지 마쳤고, 그 순간만큼은 마이크를 내려놓는 것만으로도 안도감이 들었다.

결과와 상관없이 남은 것들
이번 예선은 결과보다 과정이 훨씬 크게 남았다. 코로나 이후로 한동안 노래를 멀리하고 있었던 나에게, 다시 마이크를 잡게 만든 계기는 다름 아닌 ‘응원’이었다. 예전의 목소리와 비교하면 부족한 점도 분명히 느껴졌지만, 다시 시작했다는 사실 자체가 더 중요하게 다가왔다.
결과는 3월 18일에 발표된다. 본선에 진출하게 되면 3월 29일 홍대 무신사 개러지 무대에 서게 된다. 일정과 비용 면에서는 부담이 크지만, 만약 그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것 역시 피하지 않고 마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도 이번 예선을 통해, ‘카노우 미유’라는 이름을 일본 대사관의 공식 무대에서 직접 언급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개인적으로는 충분히 의미 있는 하루였다.
📌 주한 일본대사관
-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중학동)
- 📞 전화번호 : 02-2170-5200
- 🌐 홈페이지 : https://www.kr.emb-japan.go.jp
- 🕒 영업시간 :
- 평일 09:00 – 12:00 / 13:30 – 17:00
- 토·일요일 및 일본·한국 공휴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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