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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이 멘타이코를 부른다 ― 밥 앞에서만 생각나는 음식

멘타이코를 먹어보면 처음부터 강한 인상이 남지 않는다. 고추의 매운맛이 치고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짠맛이 혀를 지배하지도 않는다. 대신 아주 미묘하게, 밥의 단맛을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매운맛은 주인공이 아니라 조연에 가깝고, 짠맛은 중심이 아니라 균형을 잡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멘타이코는 한 숟갈로 끝나는 음식이 아니다.

밥 앞에서만 생각나는 음식

멘타이코는 이상한 음식이다. 배가 고플 때 떠오르지도 않고, 밖에서 “오늘 뭐 먹지?”라고 고민할 때 선택지에 오르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집에 돌아와 밥솥을 열고, 갓 지은 밥이 남아 있는 걸 확인하는 순간, 아주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마치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어야 했던 것처럼, 밥이 멘타이코를 호출한다.

이 음식의 정체성은 철저하게 밥 이후에 시작된다는 데 있다. 멘타이코는 밥을 전제로 존재한다. 공복 상태에서는 과하고, 반찬 없이 단독으로 먹기엔 애매하며, 숟가락으로 떠먹는 순간에도 “이건 밥 위에 있어야 할 맛인데”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래서 멘타이코를 좋아하는 사람일수록 이 음식을 ‘맛있다’고 말하기보다는 ‘편하다’고 말한다. 밥이 있는 상황을 가장 손쉽게 해결해주는 음식이라는 의미에서다.


멘타이코의 매운맛은 앞에 나서지 않는다

멘타이코를 먹어보면 처음부터 강한 인상이 남지 않는다. 고추의 매운맛이 치고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짠맛이 혀를 지배하지도 않는다. 대신 아주 미묘하게, 밥의 단맛을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매운맛은 주인공이 아니라 조연에 가깝고, 짠맛은 중심이 아니라 균형을 잡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멘타이코는 한 숟갈로 끝나는 음식이 아니다.

첫 숟갈에서는 “생각보다 담백하네”라는 느낌이 들고, 두 번째에서는 “밥이 잘 넘어간다”는 생각이 든다. 세 번째쯤 가면 이미 반찬을 고른다는 개념 자체가 사라진다. 그냥 밥을 계속 먹게 된다. 멘타이코의 중독성은 자극이 아니라 리듬에 있다. 한 숟갈, 한 숟갈 밥이 사라지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데, 먹는 사람은 그 변화를 거의 인식하지 못한다.


멘타이코는 요리가 아니라 ‘상태’다

멘타이코를 요리로 분류하기에는 뭔가 어색하다. 불을 쓰지도 않고, 손질도 거의 없고, 그릇을 바꾸지 않아도 된다. 그냥 꺼내서 올리면 끝이다. 그래서 멘타이코는 요리라기보다는 상태를 바꿔주는 장치에 가깝다. 반찬이 없는 밥을 ‘완성된 한 끼’로 바꿔주는 스위치 같은 존재다.

특히 피곤한 날일수록 이 성격이 더 또렷해진다. 뭔가를 만들 힘은 없지만, 그렇다고 대충 때우고 싶지는 않을 때. 이럴 때 멘타이코는 가장 적은 노력으로 가장 확실한 만족을 준다. 김이 있으면 싸 먹고, 버터가 있으면 살짝 올려도 되고, 아무것도 없으면 그냥 비벼도 된다. 멘타이코는 먹는 사람에게 선택을 강요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 자주 찾게 된다.


그래서 결국, 밥이 멘타이코를 부른다

멘타이코가 일본 가정의 냉장고에서 빠지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음식은 특별한 날을 위한 것도 아니고, 손님을 대접하기 위한 재료도 아니다. 대신 “오늘을 무난하게 끝내고 싶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다. 멘타이코는 밥의 가치를 끌어올리고, 식사의 부담을 낮춘다. 화려하지도, 감동적이지도 않지만, 그래서 오래 남는다.

결국 멘타이코는 밥을 먹기 위한 음식이 아니라, 밥을 먹게 만드는 음식이다. 밥이 멘타이코를 부르는 이유는 단순하다. 이 음식은 언제나 밥의 편이고, 밥 앞에서 가장 성실하게 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도 밥이 남아 있으면, 아무 고민 없이 냉장고 문을 열게 된다. 그리고 거기에는, 거의 항상 멘타이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