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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타마 여행 — 아리오 와시노미야에서 만난 시스(SIS/T) 미니 라이브

첫 곡이 끝나고 자기소개 시간이 이어졌을 때, 작은 사건 같은 장면이 있었다. 미유가 “미유미유”라고 자기소개를 하고, 다음 차례였던 마코토가 “마코토든 마코삐든 아무 이름이나 불러주세요”라고 말한 것이다. 이 멘트가 왜 특별하게 들렸냐면, ‘마코삐’라는 애칭이 팬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퍼지기 시작한 시점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준비를 끝내고, 무대가 열리기 직전의 공기

아리오 와시노미야 쇼핑몰에 도착해 이벤트존에서 굿즈를 구입하고, 쇼핑몰 안에서 꽃다발을 맞추고, 직원에게 선물 전달까지 마치고 나니 그제서야 아주 짧은 ‘빈 시간’이 생겼다. 사실 여행 중에 남는 시간이란 게 늘 그렇듯, 완벽하게 비는 시간이라기보다는 숨을 한 번 고르는 정도에 가까웠다.

우리는 쇼핑몰 바깥쪽으로 잠깐 빠져나가 벽에 기대어 물 한 모금 마시고, 손에 쥔 영수증과 특전권을 다시 확인하고, 방금 전까지의 분주함이 조금 가라앉는 걸 느끼며 시간을 보냈다. 다시 행사장으로 돌아오니 어느새 멤버들이 도착해 리허설을 하고 있었는데, 리허설은 정말 ‘짧게’ 지나갔다.

음악이 몇 번 울리고, 멤버들의 위치가 맞춰지고, 스태프가 손짓으로 동선을 정리하는 동안 “아, 오늘이 진짜 시작되는구나”라는 감각만 남았다. 길게 볼 수 없었기에 오히려 더 선명했다. 무대 뒤에서 조용히 정리되는 공기, 공연이 열리기 직전의 긴장감 같은 것들이 그 짧은 틈에서만 느껴지는 종류의 것이어서 더 기억에 남았다.


오후 1시 30분, 입장 시작과 동시에 결정되는 오늘의 자리

이번 미니 라이브도 늘 그랬듯 공연 시작 30분 전부터 입장이 시작됐다. ‘입장 번호’는 결국 그날의 관람을 좌우하는 가장 현실적인 변수인데, 이번에는 운이 기막히게도 내 편이었다. 1번을 뽑았던 일본인 지인이 가장 먼저 들어갔고, 이어서 번호 순서대로 사람들이 차례차례 이동했다.

나는 7번이었고, 7번째로 들어가면서도 마음이 급하지 않았다. 이미 머릿속에는 “좌측 1열”이라는 목표가 있었고, 그게 가능한 번호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입장하자마자 좌측 1열의, 내가 가장 선호하는 위치를 확보할 수 있었다. 가까운 거리에서 무대를 보는 ‘감각’은 2열, 3열과 확실히 다르다. 시야의 선명도도 다르고, 멤버들이 호흡하는 박자까지 더 가까이서 느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오늘은 내가 이 먼 사이타마까지 온 이유가 ‘바로 이 순간’에 들어 있다는 것을 스스로 납득하게 되는 자리였다.


스탠딩이 아니라 ‘좌석’이었던 공연, 피로가 쌓이지 않는 방식

보통 미니 라이브는 스탠딩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서 입장 후 공연 시작까지 서서 20~30분을 버티는 게 일상이 되곤 한다. 그래서 공연이 시작하기 전부터 다리가 피곤해지고, 이미 체력이 조금씩 빠지는 느낌이 생기기도 한다. 그런데 아리오 와시노미야의 이벤트존은 미리 좌석이 세팅되어 있었고, 덕분에 우리는 앉아서 대기할 수 있었다.

이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공연 시작 전의 대기 시간이 ‘피로 누적’이 아니라 ‘기대감의 축적’으로 바뀐다. 가만히 앉아 무대 쪽을 바라보며 숨을 고르고, 사진 촬영 금지 안내나 응원 관련 안내를 듣고, 옆자리 사람들과 짧게 눈인사를 나누는 그 과정이 전부 ‘공연으로 들어가는 준비’가 된다. 멀리서 이동해 온 사람에게는 이런 구조가 특히 고마운 편이고, 나 역시 이날 “앉아서 기다릴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심리적으로 한층 여유가 생겼다.


위로 열린 공간, 2층·3층에서도 볼 수 있는 구조가 주는 묘한 압박과 설렘

이벤트존의 구조도 꽤 흥미로웠다. 바로 뒤쪽에 에스컬레이터가 있고, 천장까지 오픈된 공간이라 2층이나 3층에서도 내려다보며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형태였다. 다시 말해, 1층의 ‘선입장 번호 싸움’에 실패하더라도 위층에서 보는 선택지가 가능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1열을 잡은 사람 입장에서는 그 위쪽 시선이 조금 신경 쓰이기도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쇼핑몰이라는 생활 공간에 공연이 스며드는 방식이 이런 구조에서 더 또렷하게 보인다. 무대는 작은데 공간은 크고, 관람 방식도 여러 겹으로 나뉜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부터 사람들의 움직임이 계단과 복도, 난간 쪽으로 흩어지는 걸 보고 있자니, 이 미니 라이브가 ‘폐쇄된 공연장’이 아니라 ‘열린 생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벤트라는 사실이 실감 났다.


공연장에서 자주 보이는 익숙한 얼굴들, 그리고 사이타마 현지 팬의 존재감

이제는 미니 라이브를 자주 보러 다니다 보니, 현장에서 “낯익은 사람”이 늘어나는 순간이 온다. 처음에는 그냥 스쳐 지나가던 사람들이 어느 순간부터는 “아, 저 분도 늘 오는 분이구나” 하고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이전에도 공연장에서 알게 된 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식사도 같이 하고, 자연스럽게 관계가 얇게나마 이어졌는데, 그런 경험이 누적되다 보니 현장 자체가 조금 더 ‘익숙한 장소’처럼 느껴진다.

다만 이날은 도쿄 도심이 아니라 사이타마였고, 거리도 제법 있는 편이라 그런지 현지에서 온 듯한 팬들도 보였다. 내 옆자리의 일본 아주머니 팬이 그랬다. 공연이 끝난 뒤 한국에서 왔다는 이야기를 하자 먼저 말을 걸어왔고, 우리는 짧게나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같은 공연을 보러 왔지만, 누군가는 멀리서 이동했고, 누군가는 ‘이 동네에서’ 온다. 그 차이가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묘하게 재미있었다. 그래서인지 이날의 객석은 더 조용하고, 더 정돈되어 있으면서도, 대신 집중도가 높게 느껴졌다.


오후 2시, 무대가 열리고 1열의 긴장이 시작된다

오후 2시가 되자 멤버들이 등장했다. 한 달 전에도 봤던 사람들이지만, 한 달 만에 다시 보니 반갑다는 감정이 먼저 올라왔다. 그리고 그 반가움은 1열이라는 거리에서 더 크게 증폭된다. 가까워질수록 관객은 더 차분해지거나, 반대로 더 긴장하기도 한다. 나는 후자였다. 늘 2열, 3열 혹은 그 뒤에서 보던 공연을 이렇게 가까이서 본 건 처음이었고, 무대 위의 표정 변화나 호흡, 손끝의 작은 리듬까지 눈에 들어오니 “내가 지금 정말 가까이 있구나”라는 감각이 공연 내내 계속 따라붙었다.

이번 무대는 미니 라이브였기 때문에 길게 끌고 가기보다는 짧고 밀도 있게 구성되어 있었다. 총 네 곡이 이어졌고, 첫 곡에서부터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방식이 익숙하면서도 안정적이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지금까지는 한 번도 공개하지 않았던 곡을 이 자리에서 처음 꺼냈다는 점이다. 낯선 노래가 시작되면 관객은 대개 반응을 잠깐 망설이게 되는데, 그 망설임조차도 1열에서는 고스란히 ‘현장의 순간’으로 남는다. 아마도 “I Can’t Stop the Loneliness”는 그날의 셋리스트에서 가장 ‘새로운 감각’을 남긴 곡이었을 것이다.

  • う、ふ、う、ふ
  • 愛のバッテリー
  • I Can’t Stop the Loneliness
  • Ding Dong ください。

“호응은 적당히”, 쇼핑몰 공연이 가진 규칙과 그 안에서의 균형

타워레코드 같은 제한된 공간이 아니라 쇼핑몰 이벤트존에서 진행되는 공연이다 보니, 호응의 강도는 자연스럽게 제약이 있었다. 팬들이 목소리를 크게 올리려는 순간마다 관계자들이 나타나 “적당한 수준으로 부탁한다”거나 “과한 호응은 자제해 달라”는 요청을 반복했다.

그렇다고 완전히 막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멤버 이름을 부르는 정도의 응원이나 박수, 기본적인 반응은 허용되는 편이었고, 관객들도 그 선을 대체로 잘 지켰다. 이 과정이 조금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생활 공간 안에서 공연을 한다”는 사실을 관객 모두가 공유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쇼핑을 하던 사람들이 멈춰서 구경하고, 위층 난간에 사람들이 모이고, 아이들이 지나가며 고개를 돌리는 장면들이 동시에 일어나는 곳에서는, 공연의 열기와 공간의 규칙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한다. 이날의 분위기는 딱 그 균형 위에 있었다.


“마코토든 마코삐든 아무 이름이나 불러주세요”라는 한마디의 의미

첫 곡이 끝나고 자기소개 시간이 이어졌을 때, 작은 사건 같은 장면이 있었다. 미유가 “미유미유”라고 자기소개를 하고, 다음 차례였던 마코토가 “마코토든 마코삐든 아무 이름이나 불러주세요”라고 말한 것이다. 이 멘트가 왜 특별하게 들렸냐면, ‘마코삐’라는 애칭이 팬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퍼지기 시작한 시점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해 2월 즈음부터 공연 중에 장난스럽게 “마코삐”라고 부르기 시작했는데, 본명보다 더 귀엽고 입에 붙는 느낌이 있어 점점 애칭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그동안 마코토는 그 애칭에 대해 특별히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그래서 팬들끼리도 “그냥 우리가 부르는 애칭이겠지” 정도로만 생각했던 면이 있었다.

그런데 이날, 그 애칭을 본인이 입으로 직접 꺼내며 “아무거나 불러달라”고 말해버리니, 그 순간 애칭은 팬들의 일방적인 호칭이 아니라 “멤버가 받아들이는 호칭”이 되어버린다. 작은 한 문장이 현장의 온도를 바꾸는 장면이었고, 그 뒤로 이어지는 곡들이 더 가볍게, 더 친근하게 들린 것도 아마 그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공연 종료 후 특전 행사, ‘속도’가 만족도를 바꾸는 순간

공연이 끝난 뒤에는 특전 행사가 이어졌다. 순서는 하이터치 → 단체 사진 → 사인회 → 1:1 사진 촬영. 하이터치는 키링을 두 개 구입해야 참여할 수 있었지만, 키링은 이미 이전에 많이 구입한 상태였고, 무엇보다 지금까지의 경험상 하이터치는 진행이 너무 빠르게 흘러가 “인사 한마디”조차 어려운 경우가 많았기에 이번에는 과감히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이날은 예상 밖이었다. 담당 스태프가 달라서였는지, 공간이 상대적으로 한적해서였는지, 행사가 전반적으로 ‘천천히’ 진행됐다. 팬과 멤버가 최소한의 인사를 나눌 수 있을 정도의 시간이 보장됐고, 지나치게 밀어붙이는 분위기도 덜했다. 솔직히 말해, 이 정도의 속도만 유지해도 팬 입장에서는 만족도가 확 올라간다.

멀리서 오는 사람들이 많은데, 정작 현장에서 남는 건 몇 초의 눈맞춤과 한마디 인사이기 때문이다. 그 몇 초를 ‘제로’로 만들어버리는 진행과, ‘기억’으로 남게 하는 진행은 결국 속도에서 갈린다는 걸 이날 다시 느꼈다.


1열 좌석이 만든 또 다른 재미, ‘행사를 지켜볼 수 있는 거리’

이날은 스탠딩이 아니라 좌석이었기 때문에, 공연이 끝난 뒤에도 관객을 뒤로 완전히 빼지 못한 채 특전 행사가 진행되는 구조가 되었다. 덕분에 나는 내가 앉았던 자리에서 특전 행사가 진행되는 모습을 그대로 지켜볼 수 있었다. 물론 내가 참여하는 순서가 되면 자리에서 일어나 이동해야 했지만, 단체 사진 촬영을 마치고 다시 자리로 돌아와서 멤버들이 다른 팬들과 소통하는 흐름을 계속 볼 수 있다는 건 생각보다 큰 즐거움이었다.

더구나 좌측 1열이라는 위치는 멤버들이 서거나 앉는 지점과 가깝기도 해서, 행사 중간중간 눈이 마주치거나, 짧게라도 말을 주고받는 순간이 생기기도 했다. 평소에는 굿즈를 더 구입하고 더 많은 특전에 참여해야 겨우 한 마디 건네는 정도였는데, 이날은 “참여하지 않아도” 소통이 조금 더 가능한 구조였다는 점이 독특했다. 그래서인지 결과적으로는 굿즈를 많이 사서 여러 특전에 들어간 날보다도, 오히려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더 오래 기억에 남는 날이 되어버렸다.


어린이 팬의 편지, 그리고 SNS 홍보 영상 촬영까지 이어진 ‘추가 장면’

하이터치 행사를 지켜보는 동안 눈길을 끄는 장면도 있었다. 어린이 팬들이 편지를 직접 써서 하이터치 순간에 건네는 모습이었는데, 그 장면은 짧지만 분위기를 부드럽게 바꿔놓았다. 멤버들이 순간적으로 표정이 풀리고, 스태프도 그 장면만큼은 조금 더 여유 있게 흐름을 이어가는 듯했다.

그리고 보통이라면 특전이 끝나자마자 멤버들이 바로 철수하는데, 이날은 멤버들이 다시 무대 위로 올라가 SNS 홍보 영상을 촬영하는 장면까지 이어졌다. 팬들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진행됐지만 사진이나 영상 촬영은 금지였기에, 우리는 그저 눈으로만 지켜봤다. 이상하게도, 이렇게 “기록할 수 없는 장면”이 더 오래 남는 경우가 있다. 이날이 그랬다.


“이 정도만 해줘도 충분하다”는 결론, 첫 하이라이트의 완성

행사가 완전히 끝나고 마지막 인사를 나누며 생각했다. 사실 팬들이 바라는 건 거창한 게 아닐지도 모른다. 특전이 ‘많이’ 필요하다기보다는, 특전이 ‘제대로’ 진행되기를 바랄 뿐이다. 너무 빠르게 밀어붙이지 않고, 사진도 성의 있게 찍어주고, 스태프가 압박감보다는 안내의 톤으로 현장을 운영해주면, 멤버도 팬도 서로를 더 편하게 대할 수 있다.

이날의 스태프들은 전반적으로 친절했고, 강압적인 분위기가 적었다. 그 덕분에 나는 “이 정도로만 진행해줘도 충분히 만족스럽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진하게 하게 됐다. 그리고 그 만족감이야말로, 이번 여행의 첫 번째 하이라이트를 ‘하이라이트답게’ 만들어 준 결정적인 이유였던 것 같다.


📌 아리오 와시노미야

  • 📍 주소 : 谷田7-1 Kyuhonji, Kuki, Saitama 340-0212
  • 📞 전화번호 : +81-480-59-7777
  • 🌐 홈페이지 : https://washinomiya.ario.jp/
  • 🕒 영업시간 : 10:00 – 21:00